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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해법 없는 대통령 인사 스타일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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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인선 기준에 두 가지가 추가됐다. 영남 출신, 특히 PK 출신은 배제하기로 했다.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정의화)이 선출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정홍원 국무총리, 황찬현 감사원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국가 지도자급 인사가 PK출신으로 편중됐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법조인 출신을 후보에서 배제하자는 기준도 추가됐다. 안 전 대법관 낙마도 낙마지만 전관예우를 받지 않은 법조인을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국무총리 후보로 임명이 가능한 직군은 정치인과 언론인 두 부류로 좁혀졌다. 여당에서는 김무성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을 강하게 추천했다. 특히 김 의원을 추천하는 이가 많았다. 박 대통령 처지에서도 2008년 이후 멀어진 김 의원의 총리 임명이 부담스러웠지만 함께 일하지 못할 정도로 신뢰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반면 김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라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데다 2012년 대선 경선 때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딸, 공주라고 맹공격했던 데 대한 앙금이 겹쳐 애초부터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 주류는 7월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빅 매치를 벌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도 있는데 당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국민 보기에 볼썽사나울 수 있는 데다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누가 이기든 후유증이 예상됐기 때문. 치열한 경선 과정 속에서 의원 줄 세우기 등 부작용도 나올 수 있고 두 후보 모두 ‘변화와 쇄신’ 이미지는 아니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워낙 강해 김 의원을 총리로 이동시키면 전당대회 경쟁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생각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김 의원은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도 좋아 치명적인 흠이 없는 한 청문회도 넘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청와대가 제안한 검증 동의서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는 부산 영도 유세장에서 “나보고 총리를 하란다. 그러나 당 대표를 하겠다”며 제안을 받은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발끈했고 없던 카드가 됐다.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경환 국무총리 카드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친정체제를 구축해 정면 돌파로 제대로 국정을 쥐고 가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측근을 총리로 앉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안 전 대법관이 낙마한 이후 대통령의 모든 구상은 꼬여버렸다. 박 대통령은 안 전 대법관이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되는 6월 초 개각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신임 국무총리의 정식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면서 새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 낙마 이후 신임 국무총리 임명이 늦어지면서 국정 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물러나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는 형태가 되어 스타일을 구겼다.



박 대통령은 6·4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주말인 6월 8일경 총리를 발표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발표 전날 그동안 압축했던 후보군 모두 검증에서 하자가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올라오면서 청와대는 다시 한 번 바빠졌다. 부랴부랴 새로 추천을 받았는데 언론인들이 중점적으로 검토됐다고 한다.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탁은 그렇게 이뤄졌다.

달라진 인사 스타일

수첩인사 고갈, ‘미래권력’ 배제 검증 문턱 높아 외부 수혈 난망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총리 인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과연 박 대통령이 ‘안대희’나 ‘김종인’을 언제 쓸 것이냐를 두고 관심이 컸다. 2012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지만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 부담스러운 참모인 이들을 중용하는 것이 대통령 인사 스타일 변화의 신호탄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무총리 인선 때 두 사람을 모두 검토했다. 안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했고,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 이미지가 강하고 전북 출신의 야권 인사라는 점에서 국민 화합과도 어울린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동화은행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됐던 전력이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이 그 사건 이후 김 전 위원장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준 적이 있으니 별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도 안 전 대법관 낙마 이후 높아진 검증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찌 보면 안대희나 김종인을 찾았다는 건 그만큼 수첩인사 풀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 당을 비롯해 주변의 추천을 많이 받았다. 검토했던 인사 중에는 박준영 전남지사, 조순형 전 의원,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진념 전 감사원장과 같은 야권 인사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사나 진 전 감사원장은 2012년 대선 때도 국민대통합 과정에서 검토해 실제로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때보다 야권 인사에 대한 검토 폭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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