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호

이슈 추적

한국 의료계 외면 토종항암제 SB주사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는다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7-12-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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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보건의무성 ‘동정적 치료’ 사용 공식 승인

    • 오스트리아 주립병원 등에 공급

    • 우리 의료계 외면…식약처 9년째 전면 시판 불허

    • “해외에서 인정받겠다”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설립

    • 세계적 명의들 “기적의 항암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SB주사로 동정적 치료를 시작한 박우현(오른쪽) 유럽동서의학병원장.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SB주사로 동정적 치료를 시작한 박우현(오른쪽) 유럽동서의학병원장.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은 암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암 환자가 143만여 명, 치료비가 6조 원이 넘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7만8000여 명에 달했다. 세계적으로는 암 환자가 1000만 명이 훌쩍 넘고, 매년 100만 명 넘게 암으로 사망한다. 의학계에서 암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천연물 신약 항암제가 유럽에 진출해 눈길을 끈다. EU(유럽연합) 보건의무성은 2017년 10월 5일 (주)SBP가 개발한 ‘SB주사’에 대해 ‘동정적 사용승인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EU 보건의무성이 천연물 신약 항암제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EU 보건의무성의 승인 절차를 이례적으로 6개월여 만에 통과해 유럽 의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정적 사용승인계획(EAP·Expanded Access Program)’은 불치병이나 말기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이를 경우 의료당국이 시판 승인 전인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 치료 기회를 주는 제도다. 환자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제약회사는 큰돈 들이지 않고 개발한 약의 효능을 광범위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치의 등의 책임 아래, 환자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EU 보건의무성 ‘동정적 치료’ 사용 승인

    벌써부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승인 두 달여 만인 2017년 12월 20일 기준으로 오스트리아 빈 노이슈타트 주립병원과 유럽동서의학병원에서 총 12명의 말기암 환자에게 SB주사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뵈러 오스트리아 빈 노이슈타트 주립병원 암센터 센터장은 “중증 암 환자들을 다루는 의사 직업상 통합의학적 차원의 치료영역 행위에 SB주사는 좋은 동반자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주)SBP 측은 “두 병원 이외에도 세계 80여 개국 국가 원수와 유명 연예인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스위스 파라첼수스 통합병원 등 유럽의 대표적인 병원 5곳과도 협의 중이다. 2018년 안으로 유럽의 말기암 환자 200여 명이 SB주사로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럽 의사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카를 포스틀바우어 독일 린츠 국립병원 암센터과장은 “현재까지 서양의학으론 말기암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 전역의 암 환자들에게 SB항암 주사제를 임상실험하기로 전문의들과 협의해 결정했다. 국립병원 암병동에서 종양내과 전문의들 및 여러 의사와 함께 말기암 환자들에게 2상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볼프람 쉬퇴르 독일통합의학협회 전 회장도 “아주 흥미로운 신약”이라며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박우현 교수 “SB주사로 노벨의학상 도전”

    SB주사 제품

    SB주사 제품

    박우현 의료법인 유럽동서의학병원장은 SB주사가 EU 보건의무성 승인을 받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통합의학으로 30년 이상 환자를 돌보고 있는 박 원장은 유럽 언론에서 해마다 ‘올해 최고 명의’로 꼽는 난치병 질환 치료 전문의다. 

    SB주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글로벌 암치료재단 김의신 이사장의 소개로 알게 됐다. 한국에서 9년에 걸쳐 15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부작용이 거의 없었고, 매우 놀라운 질병통제 효과를 거뒀음을 확인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EU 보건의무성 승인이 까다롭나. 

    “신약 통관수입 검사절차 대기하는 데에만 대략 5년 이상 걸린다. 90% 이상이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다. 그런데 6개월여 만에 승인을 내준 건 SB주사의 안전성과 효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SB주사를 실제 환자에게 투여한 적은. 

    “EU 보건의무성 승인이 나자마자 SB주사를 공급받아 말기암 환자들에게 곧바로 시술했다. 일주일 후부터 면역이 상승되면서 안색이 좋아지고 식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빈혈,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줄었고, 정상적인 보행도 가능해졌다. 한 달여가 지나자 면역력이 증강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부작용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의사들 반응은 어떤가. 

    “매우 엄격한 EU 보건의무성 승인심사에 6개월여밖에 걸리지 않은 신약이라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다른 병원 종양내과 의사들이 우리 병원에서 SB주사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암 환자들 상태에 대해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유럽 암전문의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동정적 치료’에서 성과가 나오면 바로 EU에서 판매 허가가 나오는 건가. 

    “그건 아니다. 동정적 치료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임상 2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임상2상은 보통 7, 8년 걸리는데, 1년 안에 종료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호한 임상 대상자가 많은 데다, SB주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으로 정맥주사, 동맥주사, 직접주사(IV), 흡입, 연고, 점안 등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임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글리벡이란 혈액암 항암제는 독성이 미약하고 뛰어난 안전성과 효과가 인정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개월 만에 통과된 사례가 있다. SB주사도 임상 2상과 3상을 거쳐 효과가 입증되면 EU에서 판매 허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동정적 사용승인계획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 완료한 후, 이 임상 데이터로 SCI급 학술지 등에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임상 2상이 끝난 후에는 그 결과를 가지고 ‘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연구로 노벨의학상에 도전하고 싶다.”

    1500여 명 통해 검증했는데

    2017년 11월 17일 열린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추진위 주최 심포지엄에 참여한 난치질환치료 전문가들.

    2017년 11월 17일 열린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추진위 주최 심포지엄에 참여한 난치질환치료 전문가들.

    이처럼 세계적인 제약사가 즐비한 유럽에서 SB주사가 큰 관심을 받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철저하게 외면받는 실정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SB주사는 1998년 식약처에서 임상용 천연물 신약 2호로 허가받은 후 2006년 임상 2상 전기를 통과했다. (주)SBP는 2003년 발효된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근거해 먼저 시판을 하면서 임상 2상 후기를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거부하고 3개 병원(안양 샘병원, 삼육서울병원,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에 한해 제한 판매를 허용했다. 판매 가능 병원이라도 확대해달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임상 2상 후기’를 진행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동아에서는 2016년 2월호에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그사이 2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식약처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주)SBP 측은 “3곳의 병원에서 9년 동안 총 1500여 명(약 97%가 말기암 환자)의 환자가 SB주사를 사용했다. 단 한 사람에게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질병통제율에서도 60~80%에 육박하는 수치가 나왔다. 이를 6개월마다 식약처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현장에 나와 실사다운 실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안전성이 없거나 효과가 없다면 허가를 취소하면 된다.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건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왜 판매 확대를 허가하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상 2상 후기’를 먼저 진행하면 되지 않겠는가 싶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임상 시험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 같은 작은 제약사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천연물 신약에 한해 임상 1상이 끝나고 안전성과 일부 유효성이 확인되면 판매를 허용해 비용을 마련하고 임상 시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만든 것인데, 이걸 적용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가 하고 싶어도 대형 병원에서 임상 시험을 해주질 않는다. SB주사 제제가 할미꽃 뿌리(백두옹)에서 추출된 것이라고 하니까 한의학 영역인 줄 알고 외면한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안병준 전 충남대 약학대학장은 “백두옹을 물에 끓여 탕약으로 한다든지 가루로 만들어 환제나 고약을 만든다면 이는 한약이다. SB주사는 천연약제에 화학적, 생물학적 및 약학적 수단을 가하여 무독화하고 표준화한 주사제로 전형적인 천연물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추진위원회

    하지만 의사들의 선입견은 확고한 모양이다. 세계적인 암 전문가인 김의신 교수를 비롯한 여러 의사가 나서서 SB주사의 유효성을 강조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고 한다.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다. (주)SBP와 SB주사를 연구하는 암 관련 전문가들은 2016년 6월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초대 이사장에 김의신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WCU교수(전 MD앤더슨 종신교수, 경희대 의대 석학교수), 부이사장으로 이왕재 서울대 의대 면역학 교수와 박우현 유럽동서의학병원장이 취임했다. 

    백준흠 글로벌 암치료지원재단 추진위 사무총장은 발족 이유를 “SB주사제가 해외에서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매년 전 세계 극빈층 암환자 10만 명에게 SB주사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백 사무총장은 “유럽에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해외 제약사로부터 합작 제의가 들어올 것이다. 개발사는 더는 한국에서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칫하면 우리가 개발한 ‘미래 먹거리’를 발로 차버리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원재단 추진위는 창립 후 5차례의 크고 작은 심포지엄을 열어 SB주사의 효용성과 성과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2017년 11월 17일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의학 대가들을 초청해 미래 난치병 치료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그나마 2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조배숙 의원은 “세계 어떤 항암신약과 비교해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토종 천연물 신약 항암제가 EU 국가의 동정적 치료 프로그램에 활용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모든 인류가 원하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다양한 암종에 치료가 가능한 천연 항암제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격려했다.

    말기암 판정 환자 5년여 생존 중

    췌장암 말기 판정 후 5년여째 생존하고 있는 아베 준코(오른쪽) 씨와 SB주사 치료기간 암세포 변화 추이(아래)

    췌장암 말기 판정 후 5년여째 생존하고 있는 아베 준코(오른쪽) 씨와 SB주사 치료기간 암세포 변화 추이(아래)

    하태경 국회의원도 “암과 난치병 치료는 양·한방 가리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서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난제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의 숙제”라고 지적했고, 김성원 의원은 “이런 세계 최초로 만든 한국의 토종 천연물 신약 항암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엔 SB주사 치료를 받은 일본인 아베 준코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아베 준코 씨는 2013년 4월 25일 근무하던 대학병원에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췌장에 최대 12.5cm에 달하는 암세포들과 간에 최대 10cm에 달하는 암세포들이 발견된 것. 담당 주치의는 치료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생을 정리하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려던 전날, 그는 SB주사를 추천받아 그해 5월 5일부터 삼육서울병원에서 치료에 들어갔다. 그런데 3개월도 살기 힘들다던 그는 2017년 11월 기준 4년 6개월 넘게 생존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울과 일본을 오갈 정도로 기력에도 큰 문제가 없다. 현대의학에서 5년을 생존하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말기 췌장암 환자가 5년을 생존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그는 “이렇게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SB주사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작용 없고 다양한 경로로 투여 가능

    김의신 교수는 SB주사에 대해 “놀랍고 흥미로운 암 치료제”라고 말했다.

    김의신 교수는 SB주사에 대해 “놀랍고 흥미로운 암 치료제”라고 말했다.

    김의신 재단이사장을 만나 왜 그렇게 SB주사에 대해 발 벗고 나서는지 이유를 들어보았다. 김 이사장은 2012년까지 미국 텍사스대학교 의대 및 세계 최고의 암병원인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종신교수로 32년간 재직한 세계적인 암 전문의다. 11회 연속 ‘미국 최고 의사’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지인이 암투병을 하면서 SB주사를 알게 됐다고 한다. 

    “지인이 췌장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SB주사로 3년을 살았다. 고통도 훨씬 덜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9년째 임상 자료와 치료 데이터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정말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치료제다. 3기 미만의 암 치료에 적용한다면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는 SB주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항암제는 맹독성이 있어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SB주사처럼 암환자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이 다양하게 투여 가능한 항암신약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SB주사를 맞은 1500여 환자 중 단 한 명에게도 기존 항암제 사용에서 동반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혈액검사 결과 간이나 신장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의 심각한 부작용에서 유발되는 혈소판 및 백혈구 감소, 면역 저하 등 혈액학적 문제도 거의 없었다. 이는 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5년 이상 사용해도 약물의 내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통계 분석됐다. 이 약은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료에 사용을 시도할 가치가 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맥주사(IV)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동맥주사, 암에 직접 주사(IM), 폐암일 경우 흡입, 피부암일 경우 연고용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복수나 흉수가 찼을 때에는 복강, 흉강에 직접 주사가 가능하다. 안암일 경우 점안용 안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인체 신경다발과 혈관 주변에 발생한 암은 외과적 제거 수술이 대단히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수술 도중에 신경을 잘못 건드리면 신체 마비가 오게 된다. 암을 제거하다 대동맥 등을 파열시키면 그 자리에서 사망할 수가 있다. SB주사는 정맥주사 및 암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신경다발이나 혈관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암 자체만 치료할 수 있어 치료위험도가 매우 낮다.”

    복수·흉수 제거 기능만 확인돼도…

    김 교수는 또한 SB주사가 다양한 암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항암치료제는 각각 한 종류의 암에만 적용된다. 질병통제율(암 진행이 멈추거나, 암의 크기가 줄거나, 완치 단계로 들어가는 것 외에 암성 통증, 복수, 흉수 및 혈액검사상의 호전반응 등)도 완전하지 않다. 그런데 SB주사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 치료 가능한 암이 췌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위암, 대장암, 폐암, 갑상샘암, 흑색종, 혈관육종, 담도암, 유두상암, 카포시육종, 복수, 흉수, 암성 통증 억제, 동물암 등 2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 의학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게다가 암종별로 말기 암 질병통제율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60~80%에 달한다. 이는 놀라운 통계수치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연구하게 된다.” 

    이종화 삼육서울병원 암센터장이 2014년 대한암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50여 명의 췌장암 환자 가운데 24명에게 SB주사를 투여한 결과 부작용 없이 다른 환자보다 수명이 2배 이상 연장됐다. 특히 많은 투여 환자들은 더 이상 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김의신 교수는 복수와 흉수를 제거하는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기암 환자에게 가장 큰 고통이 복수와 흉수가 차오르는 것이다. 현재 의학으로는 해결 방법이 없다. 모르핀으로 그 고통을 덜어주는 수밖에 없다. 말기암 환자 사망 원인이 대부분 복수와 흉수가 차 숨을 못 쉬어서다. 그런데 복강이나 흉강에 직접 주사 및 정맥주사를 통해 SB주사를 주입했을 때 여러 환자에게서 복수나 흉수가 약 80% 줄어들거나 암의 진전이 중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부작용 없이 복수나 흉수를 치료하는 약이 개발된 사례가 없다. 복수와 흉수를 제거하는 효과만 확인돼도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다. 또한 암성 통증 완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플라틸라사포닌 D, 데옥시포도필로톡신 DPT

    이왕재 서울대 의대 면역학 교수는 SB주사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면역력 향상을 들었다. 일반 항암제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SB주사를 투여한 결과 오히려 면역력이 증가한 환자가 많았다는 것.
     
    2017년 이종화 교수, 김의신 교수, 이왕재 교수, 박우현 교수가 공동 연구해 독일 유명 학술지에 제출한 ‘SB주사 치료에 의해 인체의 면역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에서 “백혈구, 림프구, CD4 보조림프구, CD8억제림프구, NK자연살해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SB주사가 암 환자의 교란된 면역 기능을 초기에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CD8은 면역을 약 45% 상승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런 놀라운 효능의 근원은 무엇일까. 홍순선 인하대 의대 약학과 교수는 안병준 충남대 교수가 2002년 분리에 성공한 SB주사의 핵심물질 플라틸라사포닌 D가 정상 세포에 나쁜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고사 소멸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과, 데옥시포도필로톡신(Deoxypodophyllotoxin)이란 물질이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산소와 영양분 공급 루트인 신생혈관을 억제할 수 있다면 암세포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2014년 옥스퍼드 저널인 카시노 제너시스 학술지에 발표했다. 김의신 교수는 “이 두 물질은 항암신약으로서는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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