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땡겨요·노크, ‘상생’으로 배달 앱 시장 노린다

[유통 인사이드] “수수료 폭리” 비판받는 배민·쿠팡이츠·요기요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11-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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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수수료” 자영업자·소비자 ‘한목소리’

    • 쿠팡이츠 참전으로 ‘레드오션’ 된 배달 앱 시장

    • 배민·쿠팡이츠 잦은 수수료 개편에 자영업자 고통↑

    • 낮은 수수료 앞세운 ‘땡겨요·노크’, 인지도 높이는 게 숙제

    hy가 출시한 배달 앱 ‘노크’(왼쪽)와 신한은행이 출시한 배달 앱 ‘땡겨요’. [hy, 신한은행]

    hy가 출시한 배달 앱 ‘노크’(왼쪽)와 신한은행이 출시한 배달 앱 ‘땡겨요’. [hy, 신한은행]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수료를 둘러싼 입점 업체와 갈등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로 음식을 주문할 때의 가격과 매장에 직접 방문해 주문할 때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지속하는 ‘쩐의 전쟁’ 속 힘이 빠진 요기요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공공 배달 앱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부터 오픈한 31개 공공 배달 앱 가운데 13개가 예산 부족, 관리 소홀, 저조한 소비자 이용률 등을 이유로 운영을 종료했다. 이 가운데 조용히 시장 문을 두드리는 신규 플레이어들도 있다.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와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노크(knowk)’다.

    프랜차이즈협회가 ‘배민’ 첫 타깃 삼은 이유

    최근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단연 배달 앱 수수료 문제다. 9월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점주에게 받는 수수료를 인상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회가 배민을 첫 타깃으로 신고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배민이 배달 앱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로서 가격 남용 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행위를 광범위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론 가격 남용 행위가 시기·행태·구체적 내용 등에 따라 다양하고, 따라서 이를 위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기에 1개 사업자(배민)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서다.

    세 번째는 공정위가 배민의 가격 남용 행위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한다면 다른 2개 배달 앱(요기요·쿠팡이츠)은 이용료 인하나 불공정행위를 스스로 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업계 1위를 먼저 치는 전략으로 나머지 업체들에 경고를 준 셈이다.

    배달 앱이 생기기 전에는 당연히 배달 수수료 문제도 없었다. 음식 배달은 소비자가 직접 전화로 식당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비자가 주문한 음식은 식당이 고용한 배달원이 직접 문 앞까지 가져다줬고, 대개 다회용 그릇을 사용하기에 소비자가 음식을 먹고 난 후 문 앞에 그릇을 내놓으면 이를 배달원이 다시 수거해 갔다. 집집마다 배달 책자와 전단지가 비치돼 있었고, 음식점마다 쿠폰제 등을 도입해 자석 쿠폰 10개를 모으면 자장면 한 그릇을 공짜로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다.

    그러다 2009년 애플이 한국 시장에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았고,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는 피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갔다. 그리고 2010년대 초 배달 앱이 등장했다. 소비자가 번거롭게 전화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앱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 배달 앱을 대표하는 업체는 이젠 없는 ‘배달통’과 아직 남아 있는 ‘배민·요기요’다. 이들은 광고와 수수료 전략을 각 회사 사정에 맞게 적용해 수익을 올렸다. 그에 따른 잡음이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맹렬한 비난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9년 쿠팡이 단건 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요기요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며 배달 앱 시장은 격변기를 맞았다.

    4년 전 배민 ‘수수료 정률제’로 갈등 본격화

    배달 앱 3사 월간 사용자 수 변화.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배달 앱 3사 월간 사용자 수 변화.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비슷한 시기인 2020년 배민이 ‘수수료 정률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자영업자들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드러났다. 당시 배민은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바꾸고 중개수수료는 기존 6.8%에서 1%포인트 내린 5.8%로 책정하는 요금제 개편을 시행했다. 또 무제한으로 제공되던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3건으로 제한키로 했다. 울트라콜은 깃발을 꽂으면(깃발 꽂기) 일정 범위 내 고객에게 매장을 노출하고 고객과 깃발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상위에 노출되는 상품이다. 요금제를 개편하며 기존 요금체계였던 월 8만8000원 정액제 요금제인 울트라콜 비중을 크게 낮춘 것이다.

    당시 정률제 도입 취지는 일견 타당했다. 깃발 꽂기가 무제한이었던 탓에 일부 식당이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폐단이 생겼고, 이를 줄이기 위해 깃발 꽂기를 제한하고 중개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치권까지 개입할 조짐이 보이자 배민은 결국 정률제 도입을 백지화했다.

    이후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은 쿠팡이츠와 단건 배달(1주문 1배달)을 놓고 출혈경쟁을 본격화하며 이뤄졌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소비자를 사로잡자 여러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한 후 돌아가며 배달하는 ‘묶음 배달’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에 배민도 ‘배민1’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단건 배달 프로모션으로 비용을 쏟아붓다 보니 두 회사 모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쿠팡이츠가 먼저 태세를 바꿨다. 2022년 초 수수료 정책을 네 가지로 세분화한 맞춤형 요금제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중개수수료를 일괄 15%,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2365~5000원이었다면, 새 수수료 정책에서는 입점 자영업자가 중개수수료를 9.8~27%에서 선택하게 하는 동시에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도 900~6000원 가운데 구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배민도 배민1 요금제를 쿠팡이츠와 비슷하게 세 가지로 개편하는 정률제 방식을 선택했다. 배민은 여기에 더해 올해 수수료를 다시 개편했다. 1월 배민1 명칭을 ‘배민배달’로 변경하고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통합한 ‘배민1플러스’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배달 건당 수수료는 6.8%, 입점 업체 부담 배달료는 2500~3300원으로 고정했다.

    결국 배달 앱 수수료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과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배달 앱 수수료 문제를 공론화했고, 논란이 과열되자 정부는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또 일부 프랜차이즈업체는 배달 앱 전용 판매가를 별도로 운영하며 매장 주문보다 더 비싼 값을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대체로 배달 앱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자 다른 배달 앱 업체들은 배민과 ‘선긋기’에 나섰다. 9월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협의체 5차 회의’에서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에 따른 고객 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며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 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사 뉴스룸에 올렸다. 배달 앱 수수료가 이중가격제 원인으로 지목되자 책임을 배민에 전가한 셈이다.

    요기요는 라이트 요금제를 선보이며 중개수수료를 기존 12.5%에서 9.7%로 낮췄다. 이와 동시에 “그간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왔고 일부 성과를 얻었음에도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며 희망퇴직 카드도 꺼내 들었다.

    입점비·광고비·가입비 없는 ‘땡겨요·노크’

    배달 앱 월간 사용자 수 점유율 변화.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배달 앱 월간 사용자 수 점유율 변화. [와이즈앱리테일굿즈]

    한때 2위 사업자이던 요기요는 쿠팡이츠의 시장 진입 이후 출혈경쟁에 밀리며 도태됐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9월 기준 쿠팡이츠 점유율은 24%로 집계됐다. 4년 전(6%)과 비교했을 때 18%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요기요의 점유율은 34%에서 14%로 20%포인트나 감소했다.

    요기요의 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시장 2위 사업자가 3위로 추락했다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출혈경쟁에선 시장에서 힘을 가진 사업자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탈락하는 사업자가 생긴다면 배달 앱 수수료 인상의 원인으로 꼽히는 독과점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다양한 경쟁업체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의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특히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이 진입해야 한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은 ‘상생 배달 앱’인 ‘땡겨요’와 ‘노크’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소상공인과 상생하겠다는 취지로 2022년 1월 출시한 배달 앱이다. 2%대 중개수수료와 가맹점 정산 수수료 ‘0원’, 실시간 매출 정산, 지역화폐 구입·결제 이용 금액 1.5% 적립 등을 내세웠다. 입점비·광고비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정부 역시 땡겨요를 공공 배달 앱으로 구분하고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 출범 때 참여시켰다.

    노크는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을 인수한 hy가 6월 선보인 플랫폼이다. 소비자는 상점이 설정한 최소 주문 금액만 충족하면 배달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단, 현재 서울 강서구에서만 배달료 무료). 중개수수료는 5.8%며 광고비·가입비는 부과하지 않는다. 고객 만족도를 기준으로 상점을 노출하며 평점은 배달 서비스와 음식을 분리해 운영한다.

    땡겨요나 노크의 경우 아직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배달 앱 3사의 점유율이 97%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땡겨요와 노크의 점유율 합은 3%가량으로 추산된다. 물론 땡겨요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3년 차, 노크는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상생 배달 앱은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로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땡겨요는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입점 업체를 늘리고 민관협력형 공공 배달 앱이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노크 역시 낮은 수수료로 입소문을 타면서 입점 업체 수가 9월 기준 1025개로 집계됐다. 론칭 3개월 만에 39%가량 증가한 수치다.

    다만 현재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의 논의 방향이 수수료 인하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은 업계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가장 큰 문제긴 하나, 장기적으로는 독점구조 타파를 위해 공공 배달 앱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홍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역시 기존 배달 앱 3사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 배달 앱이나 저렴한 이용료를 받는 앱에 대해 협회 가맹점주들과 협력해 적극 협력·지원할 예정”이라며 “자체 배달 앱이나 개별 가맹본부의 배달 앱 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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