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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한국기업 투자 급증…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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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2012년 10월 13일 베트남 박닌 성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현지 직원들로부터 ‘휴대전화 20억 대 누적 생산 기념패’를 받았다.

그래도 요즘 베트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국의 발전을 낙관한다. 젊은 인구가 많은 점은 글로벌 기업에 매력적이다. 웬만한 가정은 아이가 6세가 되면 사설 학원에 보내 영어를 가르친다. 대다수 대학생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2009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만든 휴대전화가 한국에서 만든 제품보다 품질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데 인건비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 세계로 공급되는 이 회사의 최신 스마트폰 중 상당수는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지금 베트남에 15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손재주, 근면함, 낮은 임금에 매료돼 ‘다 걸기’를 한 것이다.

불운한 모범생

올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기고자 하는 응답자의 36%는 이전 대상국으로 베트남을 꼽았다. 이들은 베트남의 꽤 큰(중국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내수시장, 풍부한 노동력, 저렴한 물가에 좋은 점수를 줬다. 베트남은 중국, 인도에 이은 아시아 3대 산유국이다. 천연가스, 희토류, 다양한 비철금속이 매장돼 있다. 또한 해안선이 길어 천연의 항구가 많고 동남아 내륙과 바다를 잇는 물류 중심지 기능을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정부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한다. 한 교민은 “베트남 당국이 한국 기업과의 약속을 어긴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많은 개도국에서 정부의 낮은 신뢰도가 사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베트남에선 이런 문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을 확고하게 지배하는 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 당의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일단 결정된 사항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한다.



경제학자 만수르 올슨에 따르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선 ‘크고 넓은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필요한데, 베트남 공산당이 이런 집단으로 비친다. 필리핀과 달리 베트남엔 정치권력과 불법적으로 유착된 독점자본이 별로 없다. 호찌민 시내엔 한국의 카페베네, 뚜레주르가 성업 중이다. 곳곳에서 신축 고층건물이 올라간다. 신문을 펼치면 부동산 분양 광고가 가득하다.

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산림청이 녹화사업을 벌인 캄보디아 캄퐁통 고무나무 묘목장.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을지 걱정한다. 베트남도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어중간한 위치를 고민한다. 중국은 베트남보다 앞서가는 나라이고, 인도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베트남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기업을, 민족자본을 육성할 여유가 없다. 외국 기업에 조금만 더 규제를 가하면 중국으로, 인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이처럼 후발주자로서 상당한 핸디캡을 감수하면서 산업화와 세계화에 나선 형국이다. ‘동남아의 불운한 모범생’ 신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의 이런 상황이 한국 기업엔 중국발 위기를 타개할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미얀마에 ‘확신’ 갖는 기업들

미얀마는 한반도의 약 3.5배(67만656㎢)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가졌다. 인구는 5148만 명. 이 나라도 출산율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군부가 어중간하게 권력을 잡고 있어 아웅산 수지로 대표되는 민주 정부는 당분간 들어서기 힘들어 보인다. 미얀마는 이런 상황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돼왔다.

한국 기업은 미얀마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임금.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더 싸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나 라오스보다 훨씬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24개 한국 섬유·의류업체가 미얀마에 3989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최근엔 다른 다수 기업도 미얀마에 ‘확신’을 가지면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 IT(정보통신기술) 분야가 미얀마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는 베트남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정부의 일관성, 신뢰성, 청렴성 측면에서 이 나라는 베트남에 뒤처진다. 정부 관료들은 오락가락하고 부정부패도 심한 편이다. 미얀마 투자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얀마는 베트남과 달리 중국과 친하다. 중국은 인도양 진출 및 미얀마 원유·가스 확보를 위해 미얀마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한다. 대우가 개발한 미얀마 가스는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은 미얀마 직접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해상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미얀마다.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는 미얀마 정부로선 중국의 달러가 필요한 형편. 미얀마 내에서 중국계의 위세가 높을 수밖에 없다.

미얀마 군부는 ‘카렌족 같은 소수민족들의 독립을 막아 영토를 보존하고, 다수 버마족 중심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통치의 정당성으로 내세운다. 이 전략은 국민에게 어느 정도 먹혀드는 것 같다. 미얀마는 원래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버마 공산당은 군부의 하위기관에 불과했다. 군부는 1988년 사회주의와 결별했고 시장경제로 전환하려 했다. 그런데 중국, 베트남과 달리 미얀마에선 민주화 요구가 먼저 폭발했다. 당황한 군부는 아웅산 수지를 따르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칭칭민나이 양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화 시위로 수년 동안 양곤대에선 신입생조차 받지 못했다. 이런 일이 미얀마의 지적 공백과 후진성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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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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