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불상 발사체’ ICBM보다 한국에 더 치명적

“이스칸데르 핵미사일 사드기지 공격 시나리오”

  • 김기호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missionhero@naver.com

    입력2019-05-1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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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생화학무기 탑재 가능

    • 단거리 저고도 추적 회피기동

    • 패트리어트나 사드로 요격 어려워

    • 명중 못 해도 오염으로 사드 망실… 북, 다른 핵미사일로 한국군 주력 궤멸

    • 7일 내 한국 점령 수단

    5월 4일 발사된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

    5월 4일 발사된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

    북한이 5월 4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쏜 발사체에 관해 말이 많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우리 군의 최고사령부인 합동참모본부 발표는 갈지자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불상 발사체”라고 말을 바꾸더니 나중엔 북한 방송을 따라서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했다. 미국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여전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북한은 보란 듯이 5월 9일 평북 구성 일대에서 동쪽으로 내륙을 가로질러 2발의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5월 4일 발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방송매체와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5월 초부터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타격훈련을 위해서 전연(최전방) 및 동부전선 부대들의 포병을 참가시켰다. 240㎜와 신형 300㎜ 방사포들을 대거 이동했다. 5월 9일에는 전연과 서부전선 부대들의 포병이 참가해 대규모 화력타격훈련을 하면서 문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겉으론 무력시위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실제는 고도의 비밀병기를 실전배치하기 위한 사격이었다. 북한의 비밀병기는 그동안 김정은이 야심만만하게 개발해온 문제의 발사체다. 우리가 그 의미를 축소하려 애쓰는 것과 달리 북한의 이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한국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발사체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Iskander) 단거리 지대지 전술 탄도미사일이 모태가 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확실하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또, 이 북한의 미사일은 단거리 저고도 회피기동을 한다. 한미연합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사드(THAAD) 미사일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국 안보에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절치부심해왔다.

    한국 안보에 심각한 상황

    5월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흰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미국 CNN이 5일 공개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공·CNN 홈페이지 캡처]

    5월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흰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미국 CNN이 5일 공개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공·CNN 홈페이지 캡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 미사일에 격추되지 않는 신형전술유도무기의 개발을 명령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리병철 항공및반항공사령관을 전역시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에 임명했고,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을 독려해 비밀병기 개발에 착수하도록 했다. 이들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패트리어트 및 사드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에 주목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정점고도가 50km로 낮고 사거리가 600km이고 속도가 마하7에 이르고 불규칙 비행을 한다. 특히 종말(하강)단계에서 레이더의 추적을 피하는 심한 편심탄도비행을 한다.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뒤 수평비행을 하다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궤적을 보여 통상적인 궤도 추적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이 미사일은 마하4의 속도를 가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40~150km 고도를 담당하는 사드미사일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한국이 도입하려는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도 더더욱 맞히기 어렵다. 우리 군이 구축하려는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 방어체계(KAMD)’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KAMD는 고고도 요격미사일(L-SAM) 개발의 지연으로 언제 완성될지 불확실한 상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닮은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개발을 독려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를 맺은 직후인 2018년 11월 국방과학원에 가서 신형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참관했다. 절치부심 끝에 북한은 올해 4월 17일 이 탄도미사일을 완성해 5월 4일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에서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번 발사에 대해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으로 하여 우월하게 평가되는 이 전술유도무기의 설계상 지표들이 완벽하게 검증됐다”고 밝혔다.

    위력한 전투부는 핵탄두?

    여기서 “특수한 비행유도방식”은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저고도 회피기동 비행을, “위력한 전투부 장착”은 ‘핵탄두나 생화학탄두의 장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탄두중량은 480~500kg으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의 방어체계로는 사실상 격추가 어려운 핵미사일을 북한이 개발했다는 사실은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 그것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이동식발사대에 탑재돼 발사 징후가 사전 노출되지도 않는다. 더우기 5월 9일 발사한 미사일은 궤도형 이동식발사대에 탑재됐다. 이제 북한은 언제 어디서나 평지가 아닌 야지와 야산에서도 저고도 핵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갖게 됐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단순한 사격훈련으로 볼 수 없다. 일거에 한국군 주력을 궤멸하고 수도권에 막대한 피해를 안길 무력 예행연습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번 타격훈련에는 전연과 동부(5월 4일)와 서부(5월 9일)전선의 전 포병화력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했다. 군령집행의 사령관인 리영길 총참모장, 미사일 전문가인 리병철 전 항공및반항공사령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조선노동당 수뇌가 머리를 맞댔다. 신형무기의 실전배치를 검증하고 작전계획을 예행 연습하는 훈련이었다. 북한은 예전에도 중요한 탄도미사일 궤적을 은폐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방사포와 섞어서 발사했다.

    대응무기체계 전무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왼쪽)과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외형상 닮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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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왼쪽)과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외형상 닮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

    필자가 보기에, 이번 발사는 북한의 ‘신통일대전(新統一大戰)계획’의 일환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2015통일대전(統一大戰)’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한국에 미군 증원군이 도착하기 이전인 7일 만에 한국 전역을 점령한다는 계획이다. 개전 초기 전술핵미사일과 생화학무기로 한국군 주력을 궤멸하고 특수전 부대를 침투시키면 가능하다고 북한은 판단했다.  

    이 일환으로 북한은 2014년 3월 26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방어망을 뚫을 수 있도록 노동미사일을 고각 사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당 창건 70주년인 2015년 8월 김 위원장은 전국에 준(準)전시사태를 선포했고 군과 예비군에 ‘1호 전투태세’를 발령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불시에 통일대전계획에 의한 대규모 부대기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대들이 계획대로 기동하지 못했다. 수많은 특수부대와 전연의 탱크 부대가 비무장지대 지뢰밭을 돌파할 수 없고 1000여 문의 방사포도 한미연합공군전력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김 위원장을 분노케 한 것은 완성되지 못한 핵미사일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전략로케트사령부를 전략군으로 승격시켰고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했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에 성공했고 그해 11월 말 ICBM인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하면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2017년 사드를 배치하는 바람에 노동핵미사일의 고각 사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노동미사일을 아무리 고각으로 쏘아도 사드 방어망을 뚫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의 방어망을 뚫을 핵 탑재 미사일이 절실했고, 5월 4일 드디어 이 미사일을 동해안으로 발사해 기술적 성능을 확인했다. 성공을 확신한 김정은은 5월 9일에는 내륙을 가로질러 동해로 발사해 미사일이 420km와 270km를 비행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의 최장 사거리인 500km에 육박한 것이다.

    이스칸데르 활용한 선제공격 시나리오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실전배치 성능시험에 성공한 북한은 이 미사일들을 훈련을 가장해 휴전선 일대에 최대한 근접시킬 것이다. 이때 이번에 함께 발사한 240mm와 300mm 방사포도 함께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주력의 70%는 휴전선에서 15~20km 이내에 이미 전개된 상태다. 장사정포와 탱크, 주요 부대는 1만여 지하터널(UGF)에 은폐돼 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한미연합군을 선제공격할 것이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안보 태세가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경북 성주 사드포대를 공격한다. 휴전선에서 420km 떨어진 성주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간다. 북한은 사전에 드론을 날려 사드의 외관을 촬영했다. 

    발사한 지 10분이 안 돼 성주에 다다른 이 미사일은 사드포대를 무력화한다. 한미연합군은 이 미사일을 감지했지만 낮은 고도에서 회피기동하고 마하10의 속도로 수직 낙하하는 이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실패한다. 이 미사일에 소형전술핵탄두 내지 생화학탄두가 장착돼 있어 성주 일대는 초토화된다. 성주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를 직접 명중시키지 못하고 기지 부근에만 떨어져도 방사능이나 생화학물질에 의해 성주 기지가 오염돼 사드포대는 운용자체가 어렵게 된다. 사드가 사라짐으로써 한국과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미사일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북한군은 300mm 신형방사포와 240mm 방사포를 동시에 한국 내 주요 비행장, 항만, 레이더 기지, 미사일 기지로 발사한다. 5월 4일에 발사한 300mm 신형 방사포는 2014년 실험 때보다 사거리가 20km가 늘어난 240km에 달한다.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300mm 방사포는 수원, 오산, 서산, 충주, 청주 일대의 공군기지와 음성 미사일 사령부, 전방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한다. 이전 북한군의 방사포는 사거리 원형공산오차(CEP)가 3~4km에 달할 정도로 컸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군은 수치제어(CNS)와 우리의 GPS와 유사한 소련제 글로나스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성을 기했다. 65km 사거리의 240mm 방사포는 수도권에 주로 떨어진다.”

    “불상 발사체” 발표에 “불쌍한 발사체” 냉소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 발사대. [동아DB]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 발사대. [동아DB]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국군엔 북한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대한 대응무기체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들을 휴전선 부근 여러 곳에 배치해 불시에 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청와대와 군 당국은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양인지, 희망적 사고를 하는 탓인지 로키(low-key·자제된 자세)로 발표했다.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분석 중이라고만 하고 있다. 물론 정밀분석을 위해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24시간 북한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한미의 정보자산은 발사 현장을 틀림없이 포착했을 것이다. 더욱이 3월부터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정찰자산이 북한의 이상 조짐을 눈치채고 있었다. 미사일 궤적을 탐지하는 RC-135 3종 세트를 비롯한 최첨단무기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해당 지역을 정찰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간다. 국방부가 어정쩡하게 분석 중이라고 하니 우리 언론도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일부 진보인사들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궤적과 유사한데도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자 북한은 보란 듯이 5월 9일 이번엔 서해 구성에서 동해로 내륙 상공을 통과하도록 발사했다. 북한군이 동부와 서부 전선의 전 포병부대와 함께 우리 군과 국민을 직접 겨냥하는 대량 살상 미사일과 방사포 타격훈련을 실시했는데도 이런 한심한 논쟁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쌀을 주지 않아서 북한이 도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전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이 다수 참여하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영토 내에 핵폭탄이 터져야 북한의 도발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0여 년간 한미연합군 정보 분야에서 복무한 예비역 Y 장군은 “‘정보 분석’과 관련해서 우리가 정보자산의 운영을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분석까지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는 사실 그 자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지면 안 된다. 정보가 수요자 맞춤형으로 생산될 경우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몇몇 예비역 장교는 “불상 발사체” “분석 중”이라는 발표에 대해 “불쌍한 발사체”라고 조소한다. 그들은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무기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않고 대비하지도 않는 현 정부의 안보 태세가 걱정스럽다”고 우려한다.

    김기호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예비역 육군 대령
    ●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 전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순환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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