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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드라마 밖 ‘태양의 후예’들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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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는 역대 드라마 남자주인공 중 단연 최고다. 남자들 생각은 좀 다를지 몰라도, 두 달 동안 이 드라마에 푹 빠졌던 여성 대부분은 이 말에 동의할 거다. 어느 날 꿈처럼 다가와 마음을 뒤흔든 그를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쉬워 ‘진짜’ 태양의 후예들을 만나봤다.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블리스미디어]

“저는 군인입니다.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론 내가 선(善)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게 다른 의미라 해도 저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들과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 강 선생(송혜교) 가족, 그 가족이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의 주인공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명대사, 명연기 덕에 유 대위의 극중 소속 부대인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전사 입대 문의가 빗발치고, 특전사의 상징 ‘검은 베레’를 쓴 군인이 지나가면 선망의 시선을 보낸다. 아들에게 사막 전투복 디자인의 아동복을 사 입히는 엄마도 있다.

많은 이가 태후 속 특전사를 ‘실제 특전사’로 여긴다. 허구를 다룬 드라마는 소설에 가깝지만, 극에 몰입한 나머지 에세이로 본다. 지금껏 특전사 요원이라는 ‘직업’을 드라마 등에서 제대로 다룬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도 ‘실체’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특전사를 살펴보겠나.

수소문 끝에 최근(1~4년 전) 전역한 전직 특전사 요원 5명(장교 출신 2명, 부사관 출신 2명, 특전병 출신 1명)을 만나 ‘진짜 특전사’ 얘기를 들어봤다. 태후의 특전사와 진짜 특전사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한번 터져나오자 끝이 없었다.



유 대위는 삼수생 출신?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파병지에서 중대장이 데이트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제공·블리스미디어]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진짜’ 특전사 요원들이 해상침투훈련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특전사는 훈련 중 부상 우려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극중 송중기처럼 군복 소매를 걷지 않는다” “특전사는 송중기가 쓴 레이밴 선글라스가 아닌 오클리 레이더를 착용한다” “파병지의 밀매 단속은 파병 군인이 아닌 현지 경찰의 일이다” “파병지에서 중대장이 데이트하는 건 불가능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검은 보급대검도 아니고 특전사가 훈련 때 애용하는 개인대검도 아니다”….

일단 특전사의 구성은 드라마에서 본 대로다. 특전사 중대(12, 13명)는 장교와 부사관으로 구성된다. 특전사 전체에서 부사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모집 혹은 차출된 특전병은 통신병, 취사병, 운전병, 인사행정병, 통역병 등 ‘지원인력’이다. 드라마에서도 유 대위가 중대장으로 있는 알파팀은 서대영 상사(진구), 최 중사(박훈), 임 중사(안보현)를 비롯한 ‘부사관’들이 작전과 훈련의 중심이고, 취사병 김 일병(김민석)은 중대원들을 보조한다. 일반 육군 부대는 분대, 소대, 중대, 대대로 편성돼 작전하지만 특전사는 팀 단위의 작전이 기본이다.  

특전사는 대한민국 육군의 ‘대표 브랜드’다. 전시에는 적지에 침투해 정찰감시, 타격, 주요 시설 폭파 등 특수작전, 평시엔 국지 도발 대비작전, 대테러, 해외파병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부대 신조를 생명처럼 여긴다. 육군특수전사령부는 1여단, 3여단, 국제평화지원단(과거 5여단), 7여단, 9여단, 11여단, 13여단, 특수전교육단으로 구성된다. 각 여단은 다시 대대, 지역대, 중대로 나뉜다. 1개 대대 안에는 3개 지역대, 각 지역대에는 5개 중대가 있다. 1개 대대 안에 총 15개의 중대가 있는 셈인데, 유 대위는 이런 중대의 장(長)이다.

통상 중대장은 대위, 부중대장은 소위, 선임담당관은 상사, 그 아래 폭파·통신·의무·정작(정보작전) 담당관은 중사·하사가 맡는다. 부중대장은 각 지역대의 5개 중대 중 3개 중대는 소위·중위가, 2개 중대는 상사가 맡는다. 만약 그 3개 중대에 소위·중위가 없으면 상사가 부중대장을 맡기도 한다. 태후에서 서 상사가 부중대장인 건 무리한 설정이 아니다.

육사 출신은 의무적으로 1년 이상 야전 경험을 해야 하는데, 보통 중위 때 특전사에 온다. “육사 포함 군생활 15년인데…”가 입버릇인 유 대위의 특전사 전속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위 때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육사 출신 특전맨은 대개 31세이면 중대장 보직을 마쳤을 때인데 33세의 유 대위가 여전히 중대장인 걸 보면 유시진은 육사 입학을 위해 삼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극중 육사 출신 군의관인 윤명주(김지원) 중위의 계급은 확실히 잘못됐다. 육사 포함 12~13년 군 복무한 32세 군의관은 대위다.

물론 육사 출신 중대장이 다 유 대위 같은 건 아니다. 전역자들은 “육사 출신 중대장이 대체로 프라이드가 높고 인내력이 강한 건 드라마 주인공과 비슷하다”면서도 “다만 이 그룹은 유시진처럼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사람’과 ‘멍청한데 부지런한 사람’으로 양분된다”고 말했다. 육사 출신이 특전사에 자원하는 이유는 특전사가 육군의 ‘꽃’인 데다, 특전사 경험을 하면 진급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 상사의 돌파구는 장교시험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윤명주(김지원) 중위의 계급은 잘못됐다. 사관학교를 포함, 12~13년 복무한 32세 군의관은 대위다.

장교와 부사관은 태후에서 그려지듯 엄청난 격차가 있을까. 사령관(윤길준 중장, 강신일)이 자신의 딸 윤 중위를 좋아하는 서 상사를 계급 때문에 무시할 때마다 시청자도 이 점이 궁금했을 것이다. 장교와 하사는 둘 다 간부이지만 장교가 상위 계급이긴 하다. 장교는 ‘소위→중위→대위→소령→중령→대령→준장→소장→중장→대장’으로, 부사관은 ‘하사→중사→상사→원사→준위(소위 전 계급)’로 분류된다.

하지만 두 그룹은 엄연히 ‘상보(相補)’ 관계다. 평소 유 대위와 서 상사의 진한 브로맨스(bromance, 남자들 간의 두텁고 친밀한 관계)를 떠올리면 된다(물론 어느 조직에나 좋은 관계만 있는 건 아니다). 기자가 만난 장교, 부사관 출신 전역자들은 “장교가 계급이 높다고 부사관을 하대할 것 같지만, 부사관들의 군 경험이나 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지 않고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장교와 부사관이 실제로도 서로에게 ‘다나까’ 말투를 쓰는 것도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양쪽이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장교가 부사관에게 ‘하극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윤 사령관은 ‘예비 사위’에게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그는 둘의 결혼을 반대하다 마지못해 “결론부터 말하면 명주 만나도 좋다. 결혼까지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난 상사 사위를 둘 생각은 없어. 군복 벗어! 군복 벗고 명주 외가 회사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정녕 그 방법밖엔 없었을까.

뭐, 꼭 그렇진 않다. 서 상사가 고졸 출신 부사관이라면 군내 야간대학 등을 통해서 4년제 대학 졸업자 자격을 얻어 장교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사령관이 “서 상사, 대학 공부해서 시험 봐. 그래서 장교가 되란 말이야”라고 좋게 말할 수도 있었다는 거다. 전역자들은 “사령관이 결혼이 성사되지 않게 하려고 서 상사에게 전역 명령을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서 상사에게 나름대로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부사관 출신 전역자 A씨는 “부사관은 정년이 보장돼 진급 걱정 없이 군생활을 할 수 있지만, 장교는 일정 기간 내 진급을 못하면 ‘계급정년’으로 전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니 무작정 장교가 부사관보다 낫다고만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어쩌면 서 상사는 ‘특전사 평균 학력’의 소유자라 더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꼈는지도 모른다. 전역자들은 “장교, 부사관, 병사를 포함한 전체 특전사의 학력 비율이 7:3이나 8:2 정도로 고졸 출신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태후의 김 일병처럼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특전사에 와서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일병 같은 조건의 사람이 특전병이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부사관 자격은 고졸 이상이지만, 특전병은 중졸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다. 단 만 18~28세 이하에 키 168cm, 체중 54kg, 시력 양안 0.8, 신체등급 2급 이상이어야 한다.

특전사 요원 중엔 “운동하는 놈은 선배를 잘 만나야 하는데…저는 시키는 짓만 했습니다”라고 고백한 서 상사처럼 운동(태권도, 유도, 축구 등)을 하던 사람이 많다. 지난해 전역한 A씨와 B씨는 학창 시절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부사관으로 의무복무기간 4년을 채우고 제대했다. A씨는 체육대학을 자퇴한 뒤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보고 싶다. 남이 하지 않는 훈련을 받고 싶다’며 도전한 경우. 해병대와 해군 UDT도 특수부대지만, 물을 싫어해 특전사를 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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