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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피오르에 핀 오로라 유럽 부자들의 관광 상품

노르웨이 베르겐 미술관

  • 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피오르에 핀 오로라 유럽 부자들의 관광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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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루프 작품 1100여 점 기증

스테네르센은 1936년부터 컬렉션을 시작해 이미 많은 작품을 오슬로 시에 기증했다. 이 기증품은 새 건물이 1994년에야 마련돼 그곳에 전시될 수 있었다. 그 이후 스테네르센은 노르웨이 동시대 작품과 국제적인 모더니즘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베르겐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은 이때 수집한 작품이고 피카소, 클레, 아스거 조른, 피에르 아레친스키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때 수집한 뭉크 작품은 미술관이 이미 소장하고 있던 뭉크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소장품이 계속 늘어나자 스테네르센 빌딩으로는 공간이 부족해져 시내 호숫가에 새 건물을 마련했다.

2007년에는 베르겐의 한 은행이 개인 컬렉터가 갖고 있던 다량의 니콜라이 아스트루프(Nikolai Astrup) 작품을 구입해 미술관에 기증했다. 작품 수는 무려 1100여 점이나 된다. 미술관은 아스트루프 작품의 주요 관리자가 된 셈이다. 그 이후에도 미술관은 새 세대 컬렉터들과 협조해 노르웨이와 스칸디나비아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장할 수 있었다. 이 정책은 시 예산으로 집행되는 작품 수집에도 하나의 지침으로 작용했다.



삶, 사랑 그리고 죽음에 관한 시

피오르에 핀 오로라  유럽 부자들의 관광 상품

뭉크의 그림 ‘여자 인생의 세 단계’. 인간의 번뇌, 남녀 관계의 고뇌 등이 작품에 담겨 있다.[최정표]

베르겐 미술관도 노르웨이가 뭉크의 나라임을 입증하고 있다. 뭉크의 작품이 타 작품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수로도 그렇고 관람객들의 관심도도 그렇다. 이것은 훌륭한 작품을 기증한 마이어와 스테네르센의 덕택이다.

뭉크 작품은 KODE3의 전시실에 배치돼 있다. 뭉크의 예술적 진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해 3개의 방에 전시하고 있다. 첫 번째 방에서는 젊은 시절 뭉크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뭉크의 독특한 개성이 확립되기 이전 작품들이다. 다음 방은 뭉크 고유의 기질과 특징이 한껏 표출된 작품들로 가득하다. 1893년부터 1900년대 초까지 뭉크는 ‘삶의 직조물- 삶, 사랑 그리고 죽음에 관한 시(Frieze of Life-A Poem about Life, Love and Death)’라는 프로젝트에 빠져 있었다. 인생, 사랑, 죽음이 작품의 주제였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면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작품 속에 내재돼 있다. 이 방의 작품은 이 시기의 이 주제에 대한 그림들이다. 세 번째 전시실의 그림은 뭉크가 인간적으로 성숙했을 때의 작품들이다. 주제는 내면의 어둠에서 밝은 바깥세상으로 옮겨왔다. 이처럼 베르겐 미술관은 한 인간으로서, 한 예술가로서 뭉크의 변화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많은 뭉크 작품 중 ‘여름밤(Summer Night)’은 미술관 도록의 표지에 등장한다. 뭉크가 26세 때인 1889년 작이다. 그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이고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그림이다. 한 컬렉터가 젊은 화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이 그림을 구매했다고 한다. 미술사에서는 이 그림에 대해 뭉크가 독창적인 화풍을 보이기 시작한 초기 그림이라고 평한다.

바닷가에 앉아 있는 여인의 초상화로 뭉크 작품답지 않게 안정적이고 평범하다. 누이동생 잉거(Inger)가 모델이다. 그래서 작품 제목을 ‘해변의 잉거(Inger on the Shore)’라고도 한다. 처음의 제목은 ‘밤(Evening)’이었다. 제목은 바다보다 밤을 강조하고 있다. 밤에 해안가의 바위에 앉아 있는 여동생을 그렸는데 전혀 밤 같지 않다. 북국 베르겐은 백야 현상으로 여름엔 밤 12시도 이런 모습이다. 그림에서는 밤을 느낄 수 없지만 제목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여자 인생의 세 단계

그림에서 바닷가의 바위들은 따뜻하게 묘사돼 있는 반면 바다는 차갑게 그려졌다. 둘이 대비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인은 안정된 모습이지만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하얀 옷과 미모의 얼굴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시절부터 뭉크의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누이동생의 외양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를 파헤치고 싶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

미술관에서는 또 하나의 뭉크 그림이 특히 눈길을 끈다. 크기가 164×250cm인 대작이고 제목도 ‘여자 인생의 세 단계(Woman in Three Stages)’로 아주 특이하다. 여자의 모습이 세 단계로 그려져 있고, 그 오른쪽 끝에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894년 작으로 ‘삶의 직조물(Frieze of Life)’에 몰두해 있을 때의 작품이다.

맨 왼쪽의 여자는 소녀의 모습이고 그다음은 성숙한 여인의 누드다. 그리고 그 오른쪽은 나이 든 여인이다. 누드 여인은 아주 자신에 넘친 자태를 취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최고 전성기를 뽐내고 있다. 누드 왼쪽의 소녀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이고, 오른쪽 여인은 검은 옷에서 이미 황혼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시들어가는 인생에 대해 번뇌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여자 인생의 3단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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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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