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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원주 어린이 유괴살해사건

자는 듯 숨진 아이, 홀연히 사라진 탈북자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의문의 원주 어린이 유괴살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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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복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이가 사라졌다. 열하루가 지난 후, 아이는 같은 층에 사는 한 탈북자의 집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다급하게 공개수배령을 내렸지만, 사라진 탈북자는 한 달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그의 행적을 뒤쫓았다.
의문의 원주 어린이 유괴살해사건
지난 8월1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앞 게시판에는 ‘타살의심 변사사건 용의자 수배’란 제목을 단 공개수배문이 붙어 있었다. ‘성명 박진철(가명·28). 키 168cm, 마른 편, 짧은 스포츠형 머리, 오렌지색 염색, 북한말씨 사용, 탈북자….’

박진철은 여섯 살 난 어린이를 유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수배중이다. 7월16일 이 아파트단지 ○○○동 1504호에 사는 유주영(가명·6)양이 사라졌는데, 그달 27일 오전 같은 동 1508호에 사는 박진철의 집에서 부패된 사체(死體)로 발견된 것이다. 이후 경찰은 공개수배령을 내리고 박진철의 행적을 쫓고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그는 잡히지 않고 있다.

과연 주영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왜 박진철의 집에서 잠든 듯 누운 채 죽어 있었을까. 다음은 경찰과 주민 등의 증언을 통해 구성한 사건 당일 상황이다.

“아기가 참 예쁘네요”

초복인 7월16일, 원주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B사찰에서 지내던 주영이는 이날 오전 엄마 손을 잡고 오랜만에 원주시내로 나왔다. 주영이는 지난해 12월 사시(斜視) 교정수술을 받았는데, 이날 병원에서 수술경과를 검사하기로 돼 있었다. 안경까지 새로 맞춘 주영이는 오전 11시경 엄마가 살고 있는 명륜동 아파트로 돌아왔다.

이날 점심메뉴는 삼계탕이었다. 초복인 데다, 평소 사찰에서 지내느라 고기를 먹지 못했던 주영이를 위해 엄마가 며칠 전부터 준비한 특별 메뉴였다. 엄마가 점심을 챙기는 동안 주영이는 1503호 아주머니가 아파트 복도에 쌀을 널어 말리는 것을 구경했다. 그때 박진철이 외출했다 들어오면서 주영이를 보고는 말을 건넸다.

“누구네 집 아기예요? 참 예쁘게 생겼네요.”

점심을 먹은 후 주영이는 1502호 아주머니 손자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파트 복도를 왔다갔다했다. 오후 2시가 좀 넘었을 무렵 엄마는 집 안에서 주영이를 몇 번 불렀지만 대답이 없어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엔 주영이가 타고 놀던 자전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잠깐 사이에 애가 없어졌어요. 자전거 타고 복도를 왔다갔다하는 소리를 저도 집안에서 듣고 있었는데. 저랑 보살님(주영이 엄마), 보살님 댁에 계시던 학사님(B사찰에 기거하며 대학에 다니는 이모씨), 1507호 할머니가 모두 애를 찾으러 아파트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어요. 주영이를 찾으러 다닌지 30분쯤 지났을 때 그 사람 집에도 가봤죠.”

1503호에 사는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줄 모르는 주영이가 15층 어디엔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1501호에서부터 1510호까지 벨을 눌러 혹시 주영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오후 3시경 1508호 박진철 집의 현관문을 두들겼더니 잠시 후 박진철이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애가 없어졌는데, 혹시 봤냐’고 했죠. 그랬더니 ‘애가 없어졌어요? 나는 못 봤는데…’ 하더라고요. 현관문 앞에서 집 안을 흘끔 들여다봤지만, 주영이가 안 보이길래 그냥 돌아섰죠.”

경찰이 출동해 주변 탐문을 하고 주영이 엄마와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던 오후 5시경 박진철은 복도로 나와 주민들에게 “아이를 찾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해질 무렵, 박진철은 술에 취한 채 아파트를 나섰다. 경비원 김모씨는 “그날 저녁 박진철이 말도 못하게 술에 취한 상태로 경비실 앞 계단에 주저앉아 있었다. 파출소에서 경찰이 와서 박진철을 타이르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엄마가 신기지 않은 살색 스타킹

“으악, 맞어. 주영이가 맞어!”

7월27일 오전 10시경. 1508호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던 아파트 주민 이모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파출소 경찰이 “수색영장이 없어서 안 된다”고 말렸지만, 1508호에서 나는 악취를 참다 못한 주민들이 이씨에게 1508호에 들어가 봐달라고 부탁했던 것. 이씨의 말이다.

“파출소 경찰과 관리사무소 직원, 그리고 주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제가 창문을 깼습니다. 썩은 냄새가 확 퍼지더라고요. 끔찍했습니다. 보살님이 행여라도 맨발로 흙 밟을까 애지중지하며 곱게 키운 아이인데, 그렇게 저 세상으로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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