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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제조업 / ①조선업

자원 패러다임 변화 읽고 ‘다음 사이클’ 준비해야

저가 수주전, 셰일 후폭풍에 휘청

  • 이상화 |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정동익 | 현대증권 조선·기계 담당 애널리스트

자원 패러다임 변화 읽고 ‘다음 사이클’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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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업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독보적 1위 산업이었다. 세계적 기업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2000년 말 현대미포조선 주식 1억 원어치를 샀다면 2007년 11월엔 1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의 2015년 8월 말 주가는 2007년 고점 대비 7분의 1토막이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 조선업의 자부심은 회복할 수 없는 것일까.
자원 패러다임 변화 읽고 ‘다음 사이클’ 준비해야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파즈플로호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안벽으로 이동하는 모습.



2008년 세계 신(新)조선 발주는 9447만CGT(선박 무게(GT)에 부가가치, 작업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단위)로 2001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그 기간 현대중공업 주가는 약 30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13배, 21배 올랐고,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무려 90배 이상 뛰었다. 전 세계 선박 발주의 35%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전설을 일궈냈다.

조선업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독보적 1위 산업이었고, 우리 조선사들은 세계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2000년 말 현대미포조선 주식 1억 원어치를 매수했다면, 2007년 11월에는 그 평가액이 100억 원에 달했을, 한국 조선업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주요 조선사들이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자 자부심이던 조선 분야에서 발생한 ‘사태’인 만큼 그 충격은 주가와 재무제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주요 조선사들의 2015년 8월 말 주가는 2007년 고점 대비 평균 7분의 1토막이 났다.

한국 조선업이 호황을 누린 것은 내부적으로는 기술 축적이 잘돼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2000년 이후 ‘중국 부상→세계 물동량 급증→선박 부족→신조선 발주 급증’이라는 초호황 사이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호황 사이클 속에서 우리 조선사들은 과잉 설비투자와 저가 수주의 늪으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선박 과잉공급에 따라 발주는 급감했다.

짧은 납기, 유연한 설계

여기에다 셰일(shale)오일·가스 개발로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해양설비투자 역시 급감하는 새로운 환경이 출현했다. 셰일오일과 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데, 고압의 물을 분사해 바위를 깨뜨려 부수는 수압파쇄법, 셰일층에 있는 가스와 원유를 수평시추법으로 끄집어내는 채굴공법이 2010년을 전후해 미국에서 일반화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예부터 바닷길을 통해 중국, 일본과 왕래했고, 한때는 해상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해상무역이 활발했다. 그만큼 조선산업도 활발했다. 조선시대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라는 독창적인 조선기술을 자랑했지만, 근대화 대열에서 뒤처지면서 한동안 조선산업은 잊힌 듯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빅3’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1980~1990년대에 고속성장을 거듭한 한국 조선업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조선 수주량 1위의 조선 강국에 등극했다. 2001, 2002년에 일본에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2003년 이후 장기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수주 잔량(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과 인도량은 각각 2001년과 2003년에 일본을 앞섰고, 2003년 이후에는 조선업의 3대 지표인 수주·건조·수주잔량에서 모두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 조선산업의 이러한 성공은 우리의 노력과 일본의 정책적 실패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본은 1980년대 조선 및 해운시장에서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설비 및 인력 감축, 조선소 간 통폐합 등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설계 표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선박 수요는 급증했고, 선주들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도크를 활용한 짧은 납기와 가격경쟁력, 선주들의 요구를 반영한 유연한 설계 능력 등은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1위의 입지를 굳히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 조선산업의 신규 수주량은 1996년 330만CGT에서 2007년 3256만CGT로 약 10배 급증했는데, 이 기간 일본은 673만CGT에서 1359만CGT로 약 2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9.6%에서 34.5%로 급등했지만, 일본은 40.0%에서 14.4%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가격경쟁력과 정부의 금융 지원을 무기로 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졌고, 급기야 2007년엔 신규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된다. 2011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1위를 되찾기도 하는 등 상선(일반 선박) 부문에서는 한국과 중국 양강 구도가 안착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의 첫 번째 위기는 2008년 리먼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2009년 한 해 동안 698만CGT의 선박 발주가 취소됐고, 이후 2013년까지 5년간 누적 취소 규모는 4152만CGT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발주량의 21.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는 별도로, 추정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수많은 선박의 인도 기일이 수개월에서 수년씩 연기됐다. 역설적으로 상선 부문에서의 이러한 위기는 해양 부문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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