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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공정거래연구소-안철수 의원 공동기획 | 공·정·성·장 길을 찾다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시간과 장소를 파는 기업 (주)피투피시스템즈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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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서울 반포동 ‘토즈 마이스센터’ 신반포점 테라스 라운지.

“창업 후 2년 동안 이사를 세 번 했어요. 1호점 로고가 찍힌 종이컵을 30박스(1만 개) 구입했는데, 세 번째로 이사한 월셋집에 25박스가 고스란히 쌓여 있었어요. 빚(창업자금) 갚으라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박스야, 어서 여기서 나가다오’라며 박스가 줄어들기만 기도했죠. 1호점에 한 중견기업 직원이 방문한 걸 보고는 기업 고객을 유치하려고 3개월 꼬박 아침 6시부터 세 시간 동안 여의도에서 전단지를 돌렸는데, 얼마나 춥던지…. 그때 제 곁에서 무가지 신문을 나눠주던 분에게 ‘겨울 아침에 뜨는 해가 이렇게 따뜻하고 감사한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말로 다 못하죠, 그때 기억….”

소비자에겐 공간 서비스업이 아직 생소하던 그 시절, 회의나 스터디 모임을 하려고 커피숍이나 찻집, 패스트푸드점을 찾던 사람들을 토즈 모임센터로 끌어들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결과 고객 재방문율이 90%를 넘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필사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할인쿠폰을 나눠주고, 고객 의견은 빠짐없이 기록해 시설과 조명 등을 하나하나 바꿔나갔다.

지성이면 감천. 1호점은 1년 반이 지나서 마침내 적자를 면하게 된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 그의 노력은 3호점인 강남점을 열고부터 결실을 본다. 강남점은 매달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이 3000만 원을 넘겼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견뎌내며 끊임없이 개선책을 모색한 결과였다.

“4년을 고생, 고생하다가 수천만 원의 월수입을 올리다보니 그냥 여기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장사꾼으로 끝내느냐, 사업가로 남느냐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창업 초기 신촌점 4층 창가에서 고객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비가 와서, 눈이 와서, 차가 막혀서 손님이 없을 거라고 합리화한 시간들, 고객 한 분이 얼마나 반갑고 소중했는지를 절감한 그때 기억을 되새기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애니팡’ 인큐베이터



그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공간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방음장치를 갖춘 소리 부스, 자신의 모습을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유리 부스, 강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영상 촬영 스튜디오 부스 등이 그것. 지금은 전국에 21개 토즈 모임센터(Moim Center)를 냈고, 연평균 100만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견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재방문율도 90%에 달한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 창업자들에게 토즈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노릇을 한다. 대표적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과 ‘티켓몬스터’ 관계자들은 창업 초기에 토즈를 활용했고,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도 한때는 매주 일요일 토즈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이 대표가 회사명을 ‘선데이토즈’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 토즈에서 취업 준비를 한 대학생, 공개입찰을 준비한 회사원들이 ‘성공’한 뒤 감사 인사를 하러오기도 한다.

토즈 설립 10년차인 2010년, 김 대표는 독서실로 눈을 돌린다. 학생 시절 자신도 독서실에서 오래도록 공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독서실 공간은 그대로인 데 착안한 것. 2010년 4월부터 2년간 학생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했다.

“열람실 밖에 휴식 공간인 테라스를 마련했는데, 학생들이 테라스 공간을 선점하려고 경쟁을 벌이더군요. 개별 인터뷰를 해보니, 조용한 책상에서보다 조금 시끄러운 공간에서 공부가 더 잘된다고 해요. 저도 학창 시절에 앞뒤가 뚫리고 약간의 소음이 있는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됐던 것 같았습니다. ‘함께 공부한다’는 동질감과 경쟁심이 생기니까요. 사람마다 공부가 잘되는 공간이 다른 거죠.”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개인의 학습유형을 7가지로 분류한다. △읽고 쓸 때 집중력이 오르는 ‘언어학습형’ △소리 자극을 받아야 집중되는 ‘청각학습형’ △토론하고 소통하려는 ‘사회학습형’ △밀폐된 공간에서 집중이 잘되는 ‘자기학습형’ △형광펜 등 색과 지도를 이용해 공부하는 ‘시각학습형’ △수와 논리적 사고에 강한 ‘논리학습형’ △몸의 움직임과 촉각에 예민한 ‘신체학습형’이다. 사람의 지능에 따라 학습 유형도 다르다는 것인데, 우리의 독서실은 40여 년간 칸막이가 높은 조용한 공간만 강요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터뷰 |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뮤지컬 배우를 연상시켰다. 김윤환 토즈 대표는 남자다운 외모만큼이나 선 굵은 기업을 추구했다.

-‘공간’을 팔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

“공간성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공간성은 인간정신에 자극을 주고, 감성을 일깨우며, 잠재된 영혼(soul)과 소통한다’고 했다. 공간성은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 교통, 서비스, 문화 등의 복합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가치가 공간에 투영돼야 한다. 공간은 물리적인 장소에 화학적인 시간과 문화가 공존하고, 이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공간 가치가 높아진다. 결합을 이끌어내는 핵심은 사람이 하는 서비스다. 어떤 공간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닌, 고객 목적을 실현하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열정의 시간(Time On Zest)’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 브랜드가 토즈(TOZ)인 이유다.”

-매출액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협력사와 상생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여러 센터를 열게 된 것도 고객들이 매번 우리에게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건넸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차가 부담스럽다는 1인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해 ‘비즈니스센터’를 열었고, 독서실이 답답하다는 학생들 의견을 들어 ‘스터디센터’를 구상했다.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 고객과의 신뢰는 산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탑처럼 쌓아가는 거다. 협력사와는 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라는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초기엔 많이 좌절했을 것 같다.

“내가 처음 창업할 때는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 정책이 없었다. 물론 내가 몰랐을 수도 있다. 1호점을 내려고 사업자등록을 하려고 보니 업종 코드도 없었다. 그만큼 초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지원 시스템은 부족하다. 결국은 창업자가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풀 수밖에.”

-창업 생태계의 문제였나.

“지금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창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선수’들만 진입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겐 정책자금 지원책이나 행정 시스템 등을 쉽게 알려주고 활용하는 생태계가 구축되면 좋겠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반드시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창업 실패 확률을 낮추고 성공 노하우를 쉽게 전수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분명 기회일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건강한 협력 관계 형성이 관건이다.

-인력 채용은 어떻게 하나.

“진정성과 인상을 주로 본다. 주인이 돼야 서비스에서 진정성이 묻어나고, 인성과 품성이 좋아야 인상도 좋다고 믿는다. 중소기업일수록 인재를 뽑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지금까지 공채 24기를 뽑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회사 전통과 문화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려면 사회적으로 중소기업인을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출신이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 출발이 중소기업이면 ‘중소기업 출신’이라고 낙인찍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초창기에 400명을 인터뷰하고서도 고객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다. 생각해보라. 모임은 1년에 한 번 할 수도 있고, 1주일에 두세 번 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을 잠재고객으로 둬야 하는지를 간과한 거다. 나의 경우, 공간 비즈니스라는 사회적 인식이 거의 없어 고객이 직접 체험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창업자들은 좀 더 꼼꼼하게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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