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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화려한 다도해, 깊고 진한 뻘맛 , 그리고 입심 좋은 사람들

봄이 오는 길목, 땅끝 해남에서 완도 갯돌밭까지

  • 글: 김기영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화려한 다도해, 깊고 진한 뻘맛 , 그리고 입심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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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風이 건듣 부니 물결이 고이 난다. 돋 다라라 돋 다라라…’
  •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는 풍류가 넘쳐난다. 풍류는 여유에서 나온다.
  • 해남과 완도에는 모든 것이 풍부하다. 개펄과 바다에서 나오는 싱싱한 해산물, 비옥한 땅에서 사시사철 재배되는 농작물, 입심 좋고 잘 웃는 사람들, 여기에 다도해의 그윽하고 화려한 풍광까지…. 윤선도의 고향, 땅끝으로 떠나보자.
화려한 다도해, 깊고 진한 뻘맛 , 그리고 입심 좋은 사람들

완도읍 정도리의 푸릇푸릇한 맥주보리밭 사이로 소몰이에 나선 아낙네들. 봄나들이라도 하는 양 사람도 소도 활력이 넘쳐 보인다.

대륙의 끝 해남과 잇닿은 섬 완도를 찾은 이유는 봄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북위 34도17분21초, 한반도 최남단 해남의 땅끝마을이라면 한반도 어느 곳보다 봄기운이 분명할 터였다.

그런데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아침부터 찌뿌둥하던 하늘에서 눈가루가 날리더니 마침내 눈보라로 변했다. 눈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굵어져 군산을 지날 즈음엔 폭설로 변하고 말았다. 봄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 눈을 만나다니….

6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해남, 눈발은 여전했지만 내린 눈은 영상의 기온에 곧바로 녹아버렸다. 이 상태라면 잔뜩 부풀어 곧 터질 듯 여문 월동배추가 지천으로 널린 밭이나, 맥주보리가 푸릇하게 싹을 틔운 들판을 배경으로 봄 분위기 아스라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밤새 내린 눈이 영하의 기온에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해남의 최고봉 대둔산 자락은 물론, 해남 읍내도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써 천지가 하얀데 어디서 봄을 담을 것인가. 다행히 해가 중천에 걸릴 무렵, 기온은 영상을 회복했고 산 정상과 응달을 빼고는 눈도 모두 녹았다. 아직 바닷바람이 차가웠지만 바람막 있는 양지에서 해바라기라도 할라치면 졸음이 몰려올 정도로 햇볕이 따스했다.

본격적인 해남기행에 앞서 해남군이 자랑하는 명소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먼저 황산면 우항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수천만년 전 거대한 호수였다가 바다로 변했던 이곳은 금호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다시 호수로 탈바꿈했는데 그 와중에 오랜 세월 바닷 속에 잠겨있던 중생대의 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판암과 사암으로 이뤄진 퇴적암층에 선명하게 찍힌 공룡 익룡 물새 발자국이 바로 그것. 해남군은 자연상태로 방치됐던 공룡발자국 화석 지역을 세 곳의 전시관으로 꾸며 관광객을 맞고 있다. 화석지 곳곳에 서 있는 조악한 공룡모형이 눈에 거슬리지만 세계적 희귀 관광상품인 공룡발자국 화석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참아줄 만했다.

해남은 개펄에서 나는 해산물로 사철 풍성한 식단을 차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곳곳에 들어선 방조제로 자연 상태의 개펄이 줄어들면서 어민들은 소중한 천연자원도 함께 잃었다. 물론 방조제의 등장이 재난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방조제로 생겨난 인공호에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 아침 저녁 방조제 반대편으로 바닷물이 들고 날 때 인근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는 철새의 군무는 해남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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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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