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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주한미군,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안나갈 것”

  • 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주한미군,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안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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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선 직전 한나라당 후원금은 118억, 민주당은 5억
  • ● 후보 단일화 후 재벌들 돈 내겠다고 줄서
  • ● 북핵 해결을 위한 압박외교는 필요
  • ● 개혁당과는 정책연대가 바람직
  • ● DJ의 사적인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갈 것
“주한미군,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안나갈 것”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특사로 미국·일본을 다녀온 민주당 정대철(鄭大哲·59) 의원을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 자택에서 만났다. 정의원은 마침 방미 시기가 우주선 컬럼비아호 사망자 추도식과 겹쳐지는 바람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지 못하고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을 만났다.

노무현 당선자가 주변 4강 등에 파견한 특사는 중국 이해찬, 러시아 조순형, 다보스회의 정동영, 미국과 일본에 정대철·추미애 의원이다. 모두 노당선자의 승리를 위해 몸을 던져 뛰었던 1등 공신들로 논공행상식 특사단 구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정의원은 박사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전공했고 영어 능력도 있으니 다른 특사들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편이다. 정의원은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북한 통일 전략의 계량적 분석(A Quantitative Analysis of North Korea’s Unification Strategies)’이라는 논문으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5세에 서울 종로·중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진출한 정의원은 1980년 5·18 이후 한 번의 ‘정치 방학’과 두 번 낙선의 고배를 마시는 우여곡절을 거쳐 5선 의원의 관록을 쌓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노무현 당선자의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추락하기 직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어려운 여건에서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남산타워가 바라보이는 남산타운아파트 단지는 모두 5000가구로 주민수가 1만5000명에 이르는 대규모이다. 초행이라 택시를 잘못 내리는 바람에 10여 분 동안 거대한 아파트의 숲을 통과해 정의원의 집을 찾아갔다.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중구에서 치러지는 각종 선거는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의 표심에 좌우된다고 한다. 대개 15평·25평형에 사는 서민들은 민주당을 찍고, 35평·42평형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고 한다. 정의원이 사는 아파트는 42평으로 ‘한나라당 평형’이다.

정의원은 응접실 바닥에 편한 자세로 앉아 대통령선거 비화, 대미·대일 특사와 북핵 문제, 민주당의 진로 등에 관해 의견을 털어놓았다. 대미 특사 활동과 북핵이 민족의 생존과 관련한 중요 문제이기는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대선 스토리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노 후보 집에서의 새벽 기도

―단일화 이후에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앞서가다가 투표 전날 밤 선거운동 종료 1시간 반을 남겨놓고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지지를 철회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지요. 신문에 안 난 이야기를 중심으로 숨막히던 순간을 재구성 해보시죠.

“대외활동은 주로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했고 나는 당사 안에서 선거대책 본부를 지휘했습니다. 투표일 하루 전인 18일 저녁 7시경부터 정몽준 대표가 기분이 매우 나빠져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낭설이려니 했는데 자꾸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오후 9시경 차를 타고 노후보가 마지막 유세를 하던 동대문운동장으로 갔어요. 노후보에게 지지 철회 가능성 얘기를 했더니 믿지 않아요.

그런데도 지지 철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연락이 계속 오는 겁니다. 정몽준 후보는 그 때 종로 4가 우래옥에 있었습니다. 노후보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우래옥으로 갔더니 식사가 끝나 정대표 일행을 태운 버스가 떠났습니다. 버스를 쫓아가다가 내 차가 신호등에 걸리고 말았어요.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 있는 국민통합21 당사로 올라가는데 벌써 김행 대변인이 지지 철회 발표를 했다는 거예요. 국민통합21 당무회의장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습니다. ‘지금 밥이 다 익어가는 판에 당신들이 이러면 되느냐’고 눈물로 하소연했더니 정몽준 대표는 귀가했다는 거예요. 곧 이어 한화갑 대표, 이상수 사무총장이 들어와 국민통합21 당무위원들과 논쟁이 벌어졌어요.

노후보가 정동영·추미애 의원을 거론하며 ‘정대표의 약을 올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내가 ‘노후보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지지 철회까지 가면 되느냐’고 따지자, 이철·최운지 전 의원이 나서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어요.

민주당사로 돌아오니까 신계륜 비서실장 방에 국회의원 40여 명이 선대위 간부들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요. 내가 노후보에게 ‘지지 철회를 번복시키러 정몽준 대표 집에 갑시다. 최후의 수단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노후보가 ‘안 가겠다’고 버텨 손목을 붙잡아 끌다시피 했습니다.

둘이 차를 타고 평창동 정대표 집으로 가는데 이화여대 부근에서 노후보가 ‘정선배도 이런 걸 하려고 했죠’라며 한숨을 쉬는 거예요. 노후보가 ‘차 돌려’ 하면서 기사에게 돌아가자고 하길래, 나도 ‘다시 돌려’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 평창동까지 갔어요. 정대표 집에 도착하니까 문을 안 열어주었습니다. 처절한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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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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