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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없이 정치한 것 부끄러웠다”

만기 출소한 정봉주 전 의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공부 없이 정치한 것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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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1%’ 중 우리와 교감할 분들 끌어와야
  • ● 나꼼수는 시한 다했다…‘시즌2’는 없을 것
  • ● 안철수, 진흙 묻히고 똥 묻히며 연꽃 피워야
  • ● 패배한 민주당, 치열하게 논쟁하라
  • ● 복권(復權) 고민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공부 없이 정치한 것 부끄러웠다”
정봉주(53)가 돌아왔다. 17대 국회의원(2004~2008)을 지낸 그는 2007년 대선 때 ‘BBK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12월 25일 만기 출소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19대 총선을 넉 달여 앞둔 시점에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수감 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나꼼수에서 “이제 교도소가 밝아질 거예요. 제가 해피 바이러스 아닙니까”라며 명랑한(?) 작별인사를 했던 그는 출소 후 처음 찾은 국회에서 “정치인이 만기 출소하기는 단군 이래 내가 최초”라며 ‘봉도사’다운 복귀 인사를 했다.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말쑥한 슈트 차림의 그는 건강해 보였고 표정도 밝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뜸 들이는 법이 없었다. 심심한 국에 소금을 치듯 ‘깔대기’(자기 자랑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도 종종 들이댔다.

▼ 교도소에서 식스팩 만들어 나왔다면서요.

“대법원 판결 나오기 2, 3주 전부터 전문 트레이너에게 ‘맨손으로 운동하는 법’을 배웠어요. 감옥 들어갈 준비를 한 거죠. 총 366일, 나오는 날까지 운동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축구를 했고, 고교시절엔 복싱을 했지요.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이라고, 절친한 후밴데, 지금도 ‘형님 챔피언 먹는다, 아마추어 대회 나가자’고 해요. 그 정도로 운동을 좋아합니다. 감옥에 있는 애들은 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내가 지들보다 더 열심히 하니까 홍성교도소에 운동 바람이 불었죠. 올봄에 맨손으로 하는 헬스 책을 낼 거예요. 책 제목은 ‘진보의 마음, 보수의 몸매’. 식스팩은 그때 가서 공개하죠.”

‘진지한 봉도사’

지난 크리스마스 새벽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충남 홍성교도소 문을 나선 정 전 의원은 서울 평택 부산 제주 등을 돌며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강정마을 등 첨예한 갈등의 현장을 찾아 다녔다. 1월 5일에는 제주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출소 후 처음으로 일반 대중과 만났다.

▼ 1년 만에 대중 앞에 선 소감은.

“제주에서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 친구들을 만났는데, 가급적 술자리는 만들지 말자 싶어 토크 콘서트를 마련했습니다. 술자리는, 특히 선거에서 진 상황에선 도움이 안 되거든요. 여러 사람 얘기를 들어봐야 하는데, 술자리는 결국 과격한 분위기로 흘러가게 마련이니까요.

일방적인 강의는 지양하려고 해요. 21세기 지도자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집합적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또 제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면 열정이 지나쳐 공격적 발언을 많이 하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북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죠. 내 관심은, 48%는 온전히 지키고 51% 중에서 일정 부분 우리와 교감하는 분들을 끌어오는 겁니다(48%와 51%는 각각 문재인과 박근혜의 대선 득표율이다).

그러려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콘텐츠 못지않게, 방법도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주 콘서트는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내가 90분간 혼자 얘기한 것도 그렇고 말투도 여전히 공격적이더라고요.”

▼ ‘감옥 다녀오더니 정봉주가 진지해졌다’고들 합니다.

“원래 진지해요. 나꼼수 때는, 정치인은 모두 진지하니까 ‘정봉주는 쉽게 다가갈 여지가 있다’고 느끼게 할 필요가 있었죠.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이제는 모두들 내가 얘기하는 정치는 재미있다고 여기잖아요. 워낙 위대한 정치인이다보니까(웃음). 정봉주는 여전히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지만 그 비중은 조절할 필요가 있죠. 이제는 내용 중심으로 가야죠.”

▼ 약해진 건가요.

“MB를 공격할 땐 최전방에 선 상황이었습니다. 쌍방이 무차별 공격을 했었죠. 총, 칼, 대포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했어요. 지금은 저쪽 기운은 올라가고 우리 기운은 내려가는 때입니다. 군자의 중용은 시의적절한 때를 맞추고, 소인의 중용은 기탄없이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나꼼수 때의 60mm 대공포 말고, 600mm를 장착하고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다만 진검은 뺐다 끼웠다 하면 녹슬어요. 한번 뺄 때 제대로 빼야지.”

감옥 벽에 등 닿는 순간…

▼ 나꼼수로 한창 주가 올릴 때 수감됐습니다.

“19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삶이 자꾸 관성으로 흘러간다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또 국회의원 하면 뭘 하지? 과연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숲 속에 들어가 나무만 보게 되지 않을까?…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처럼 채우진 않고 자꾸 머릿속을 떼먹고 있다는 느낌. 그때 ‘꿈’이라고 여겼던 세 가지가 공부 실컷 하고 싶다, 20대 몸매로 돌아가고 싶다, 술을 끊고 싶다였어요. 그땐 내가 죽냐 술이 죽냐 하며 마시면서 그걸 정치라고,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여겼어요. 껍데기의 삶을 살았던 거죠. 감옥 들어가서 이 세 가지 꿈을 실현했으니 하늘이 응답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죠.”

▼ 억울하진 않던가요.

“저는 MB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전 누굴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그분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애잔한 동정심이 들 정도로 ‘왜 저러고 살까’ 싶었는데, 프로이트 심리학을 들여다보니 MB의 심리적 상황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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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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