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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성증권 전략가 유승민이 본 ‘주식회사 DPRK’

“ 퍼포먼스 다급한 쪽은 ‘월급 사장’ 아닌 ‘오너’ 김정은”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삼성증권 전략가 유승민이 본 ‘주식회사 DPRK’

  • ● 평양의 머리는 경제에 온통 쏠려 있어
    ● 초기 조건 베트남보다 북한이 유리
    ● 원산 ‘투자 각축장’ 될 것
    ● 오너의 시야(horizon) 월급쟁이와 달라
    ● 왕 노릇 하려면 경제 성과 필요
[김도균 객원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정치’로 본 한반도와 ‘경제’로 본 한반도는 다르게 마련이다. 정치의 관점이라는 ‘외눈’으로 대북 정책을 수립해온 측면이 있다. 경제학자가 대북 정책의 주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 경제의 관점을 추가해 ‘겹눈’으로 북한을 들여다보면 분석이 더욱 정치(精緻)할 수 있다. 

정치학은 의사 결정을 하는 인간에 주목하는 반면 경제학은 사람은 안 바뀐다고 본다. 손해-이익을 계산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경제학에서 가정한 인간이다. 경제구조가 바뀌면 통치자는 변화된 구조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도록 압박받는다. 이익-손해 관점에서 구조 변화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면 신임을 잃는다.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오늘부터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면서 태도를 바꾸는 독재자는 없다. 독재자에게 이득은 권력 유지다. 북한의 현재 경제구조에서 체제 유지의 원천은 뭔가. 돈, 그중에서도 외화(外貨)다. 외화를 확보해야 경제적 생존이 가능하고 성과도 과시할 수 있다.


“투자자의 북한 정보 니즈(needs) 폭증”

돈은 인간이 아닌 구조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학에서 경제구조는 다른 사회구조의 밑바탕이다. 그 밑바탕에서 권력이 나온다. 대북 정책을 통해 북한을 바꿔보겠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없는 얘기다. 경제구조가 바뀌면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도 변화한다. 김정은의 선택은 무엇인가. 

삼성증권이 북한투자전략팀을 최근 신설했다. 한반도의 구조 변동이 주식시장 단기 테마를 넘어 한국 기업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은 사람보다 민감하게 돈을 좇는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이사)을 만나 경제의 관점에서 평양을 들여다봤다. 

증권사에 북한투자전략팀? 시기상조 아닌가. 

“해외기관 및 연기금, 개인 등 투자자의 정보 니즈(needs)가 폭증한다. 과거에는 금융시장을 분석할 때 보조적으로 북한을 들여다봤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슈가 해외 투자자의 관심사였기에 10년 넘는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일회성 투자 테마가 아닌 중장기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주식시장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투자전략팀장을 겸직한다. ‘시장 보랴, 북한 보랴’ 바쁘겠다. 

“5대 5로 일해야 하는데 9대 1이다. 북한이 9다.” 

북한은 오랫동안 주식시장의 리스크(risk)였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였다. 이제는 기회다.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한 것은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향후 1~2년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경제협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북한 진출이 이뤄지면 자본 조달 등 증권사가 할 일이 파생된다. ‘북한 관련 수혜주가 뭐야?’라는 고객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단기적일 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면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것이다.”


“핵·미사일 용도 다됐다. ‘경제’가 그 위치 대신할 것”

돈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한 전략가가 보는 남북관계는 정치 영역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다. 

“투자자가 가진 관심사는 ‘알겠는데 그래서 남북경협주가 떨어진다는 거야, 올라간다는 거야’다. ‘남북 경협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도 관심사다. 금융회사 전략가들이 인사이트(insight)가 담긴 결론을 내려주기를 원한다. 지난해에는 ‘전쟁 나는 것이냐’는 해외 투자자의 우려 섞인 질문이 많았는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과도하게 리스크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2017년 말, 2018년 초 사이에 북한이 자극적 스탠스에서 대화로 급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얘기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모습이다.”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 올해 시장이 오히려 좋지 않다. 

“시장은 단계를 거치면서 추세가 바뀐다. 현재는 싸우려다 대화로 넘어온 단계다.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는 단계에 이르다 보니 의사 결정에 앞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3차례나 열렸다.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에 서명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된 것을 가리키는 표현)가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할까. 

“그렇다. ‘계기’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형성됐다. 현재는 비핵화 프로세스 초기다. 앞으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정은의 미국 방문이나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이 이뤄져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일 뿐이다.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북·미 수교가 이뤄지는 등 신뢰 구축 단계에 도달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있을 것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은 용도가 다됐다. ‘경제’가 그 위치를 대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더 할 게 없다. 미국을 자극할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핵을 지렛대(leverage)로 사용해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현재 시장경제를 공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였다. 2016년 말 통계를 보면 장마당이 400개가 넘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시장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전됐다.”


“그간 경제가 부(副)였다면 이제는 주(主)”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월 4일 북한 기술로 만들었다는 새 버스 앞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있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월 4일 북한 기술로 만들었다는 새 버스 앞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있다.[조선중앙통신]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 들어섰다? 

“그렇다. 비핵화 절차에 들어선 것은 외부 압력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하지 마!’라면서 군사·경제적으로 압박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시장화가 더욱 진전되면 내부 압력이 커진다. 노동당보다 장마당의 힘, 돈의 힘이 세지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부 압력이 더욱 커진다.” 

돈보다 무서운 게 없다? 


“자본주의는 마약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 중독되지 않게 경계할 것이다. 

“김정은이 원하는 속도와 강도로 진행하겠으나 되돌아가기엔 시장화 속도가 가파르다. 북한이 ‘선택’을 완료했다고 본다. 그 길을 걷는 것이다. 핵무기가 얼마나 조악할지 알 수 없으나 운 좋게 완성 단계까지 이르렀다. 김정은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샐러리맨이 아니라 오너다. 월급사장, 바지사장이 아닌 오너의 시야(horizon)는 다르다. 월급쟁이 사장은 미래가 아니라 임기 중 성과에 집중한다. 잘하는 사람이 3년 앞 미래를 본다. 오너의 시야는 다르다. 미래를 향한다.” 

죽을 때까지 집권하리라고 믿을 것이다. 

“왕을 꿈꾸는 것이다. 왕은 인민에게 존경받기를 원한다. 성과로부터 존경이 나온다. 독재자로서 오래가려면 인민의 존경이 필요한데, 그것은 경제 성과에서 비롯한다. 경제 성과를 얻기 위한 원동력으로 핵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시야가 어느 곳을 향했는지에 따라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기왕의 핵을 일부 남기거나 핵무장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개발에 나서는 게 북한의 목표일 것이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다시 경제 얘기로 되돌아가자.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이슈는 현 상황에서 메인이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경제를 체제 생존의 중요한 도구로 봤다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는 경제가 ‘부’였다면 지금은 ‘주’다. 평양의 머리는 경제에 온통 쏠려 있다.”


“백지상태이기에 할 게 많아”

북한이 한국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까.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되느냐 아니냐는 노력에 달린 문제이나 긍정적으로 본다. 없던 시장이 새로 열리는 것은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또한 새로운 경쟁의 마당에 뛰어드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경쟁하는 각축장이 될 것이다. 남북이 시너지를 낼 산업을 찾아내야 한다. 북한이 봉제 공장을 원할까? 아닐 것이다. 도시를 개발하더라도 올드(old)한 스타일이 아니라 첨단을 원할 것이다. 백지상태이기에 할 수 있는 게 많다.” 

삼성증권은 제휴사인 중국 중신증권, 베트남 호치민증권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선행 모델인 중국 개혁·개방, 베트남 ‘도이모이’를 분석했다. 

‘중국의 길’ ‘베트남의 길’이 회자된다. 

“북한이 가진 장점은 중국, 베트남이 잘한 것, 잘못한 것을 지켜봤다는 데 있다. 간접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릴 것이다. 북한은 베트남보다 초기 조건에서 유리하다. 베트남은 굶어죽게 생겨서 밖으로 나왔다. 정치 시스템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북한은 외관상 중앙집권 체제가 단단하다. 경제는 자력갱생인데,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자체적으로 돌아간다. 베트남보다 국가 주도 성장에 나서기 용이한 상황이다. 시장이 작아 결국에는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로 갈 수밖에 없으나 중국, 베트남의 선례가 북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은 양탄일성(원자폭탄 및 수소폭탄·인공위성 개발)을 이뤄내고 미국과 수교한 후 개혁·개방에 나섰다. 

“북한도 순서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경로는 중국과 유사하고, 내용은 베트남과 닮은 형태로 문을 열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보다 압축적으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측한다.” 

독재 정권과 경제개발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독재적 개발이 초기 단계 경제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이다.”


“실리가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접으면 그만”

남북경협에는 ‘퍼주기’라는 낱말이 따라붙는다. 

“‘즉시적 흡수통일’은 비용이 상당하나 ‘점진적 경제통합’은 다르다. ‘비용은 크게 축소’되는 반면 ‘효익은 유지’된다. 경제통합이란 2개 넘는 국가가 경제 관계를 통일해 단일한 경제권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유로존 통합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 경제 재건에 투입하는 비용은 투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 앞으로의 경협은 투자의 관점으로 이뤄질 것이다. 실리가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접으면 된다. 한국 기업에 제공되는 새로운 기회로 봐야지 냉전적 사고로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해외 자본이 북한에서 사업을 벌일 때 한국 기업들이 매력적인 투자 파트너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의 현재 모습은 북한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웅변한다. 


“역설적이지만 북한이 핵 능력을 가졌다는 게 과거와 현재의 큰 차이다. 과거에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보조적으로 개방하고 경협을 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핵을 그대로 들고 있기만 하면 얻을 게 없다. 김정은이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존경받으려면 핵을 지렛대로 경제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는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이 받을 대일 청구권 자금(식민지 배상금)이 경제개발 종자돈으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북·일 교섭에서 북한은 300억~400억 달러를 요구했고, 일본은 100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북한이 받을 배상금은 200억 달러 안팎일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3단계로 돕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스테이지는 핵 폐기 비용이다. 두 번째는 인도적 지원, 세 번째는 공적개발원조(ODA)다. 북한 반응이 더 흥미롭다. 일본에 ‘과거사부터 정리하라’고 큰소리쳤다. ‘종군위안부, 징용, 물자 징발한 것 다 받아내겠다’는 메시지다. 일본이 협상 수준을 더 높여야 테이블에 앉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한국은 청구권 자금을 종합제철소 건설 등에 요긴하게 썼다. 

“아시아 국가들의 청구권 자금 활용 전례를 볼 때 북한도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철강 등 기초산업, 자원 개발 같은 비교 우위 산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5년 안에 원산으로 휴가 갈 수 있을 것”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더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한국 자본 유입을 꺼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북한이 중국에 가진 전략적 불신이 뿌리 깊어 대(對)중국 경제 의존을 우려한다는 평가도 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맞는 말 같다.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효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북·중 국경인 신의주, 황금평에 한국 자본이 올라가봐야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그곳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미칠 것이다. 개성은 그 반대다. 김정은이 행한 올해 현지지도를 살펴보면 특구 중심으로 뺑뺑 돈다. 흥미로운 지역은 원산-금강산이다. 김정은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다. 원산은 김정은의 고향이기도 하다. 경제학의 효율성으로 볼 때 신의주·황금평은 중국, 개성은 한국 투자 구역이라면 원산은 어떻게 될까. 개혁·개방은 체제 안정을 위해 특구, 개발구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원산은 북한 경제 발전의 상징이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미국도 원산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도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원산 일대가 각 나라의 투자 각축장이 될 것 같다.” 

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는 날이 올까. 

“북한 처지에서 미국 자본은 핵보다 더 강력한 체제 보장이다. 파멸이나 제거의 대상이 아닌 경제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금융자본이나 산업자본이 들어가 있으면 미국이 함부로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미국은 경제적 실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캐시 플로(cash flow)에 이상이 없는 부분부터 시작할 것이다.” 

원산 카지노에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들어올 수도 있다? 


“5년 안에 원산으로 휴가 갈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라스베이거스 자본도 들어온다고 본다. 북한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일정까지 감안해 시간표를 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김정은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측면이 강했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평양이 오히려 서두르고 미국은 느긋한 모양새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상황이 꼬였다. 속도를 내고 싶은데 미국이 허들을 높였다. 결국엔 북한이 미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퍼포먼스를 내고 싶어 다급한 쪽은 김정은의 평양이다. 트럼프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북한으로서는 양보를 하더라도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할 것이다.”


“미·중이 경쟁하면 평양에는 꽃놀이패”

미국도 ‘베트남 모델’을 거론했다. 베트남의 친미비중(親美非中) 노선을 암시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난 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시장에서 경쟁하면 평양에는 꽃놀이패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3차례나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북한을 놓치면 이 지역 패권을 미국이 차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트남 펀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베트남은 프런티어 마켓이다.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 아래가 프런티어 시장이다. 중국은 프런티어 마켓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흥 시장이 됐다. 북한은 프리-프런티어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 말고 주식시장 없는 나라가 얼마나 되나.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를 제외하면 주식시장이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 중동 국가에도 주식시장이 있다. 평양의 주식시장은 북한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할 정도가 돼야 거론할 수 있는 주제다.” 

세계은행이나 IMF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는 날이 오면 그때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 것이다. 

“북한이 작성한 우선순위에서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상당히 뒤에 있을 것이다. 세계은행, IMF의 기준을 맞추는 수준으로 개방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초기 단계는 특구, 개발구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북한 경제 사이즈로는 특구, 개발구만으로도 충분한 퍼포먼스가 나온다.” 

워낙 사이즈가 작으니…. 

“연 10% 성장도 가능하다. 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 북한 인구가 2560만 명이다. 1개 특구에 10만 명씩 5개 특구에 50만 명이 고용되면 4인 가족 기준 200만 명의 생활수준이 올라간다. 자원 개발은 전력, 물류에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발전, 철도가 우선순위가 돼야 선순환이 이뤄진다.”


“상상하지 못한 기회 생길 수 있어”

삼성증권 전략가 유승민이 본 ‘주식회사 DPRK’
철도 연결 테마주니, 나진-하산 프로젝트 테마주니 하는 리스트가 떠돌아다닌다. 

“투자자들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시 플로(cash flow)다. 투입된 자본은 자산 형태를 취하다가 현금 수입을 가져온다. 어떤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로 어떻게 돈을 벌지 보이면 적정 가치가 계산된다. 철도 연결을 예로 들면 특정 구간에서 캐시 플로가 얼마나 나올지 현 단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가치가 계산돼야 주식을 살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비핵화 및 경협 프로세스를 확인하면서 투자해도 늦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가치를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오아시스일 수도, 신기루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기업들이 진출해 수익을 낼 기회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기업 처지에서 보면 ‘아니 이런 것도?’ 하는 비즈니스가 나타날 것이다.” 

삼성증권도 북한에 진출하나. 

“북한에 가야 한다. 한국에 잉여 자금이 엄청나다. 투자할 데를 못 찾고 있다. 비핵화가 진전돼 신뢰가 쌓이면 기업들에 자본 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조화된 상품이든 직접투자든 할 일이 많다. 나중에는 북한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공개)도 할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을 상대로도 증권사가 할 일이 다방면으로 많다. 장기적으로 북한에 자본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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