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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대책 홍보하던 날 산불 이재민은 털썩 주저앉았다”

이양수 의원이 전한 ‘산불 그 후, 속초·고성 민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깨알 대책 홍보하던 날 산불 이재민은 털썩 주저앉았다”

  • ● 소통 없는 ‘쇼통’에 실망!
    ● 공치사 ‘언플’에 분노!
    ● ‘빈껍데기 대책’에 절망!
    ● 1300만 원으로는 불탄 집 철거밖에 못해
5월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주민이 전소된 주택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5월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주민이 전소된 주택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5월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의 오후는 맑았다. 전소(全燒)된 주택 앞에 60대 여성이 정신을 잃은 듯 어리둥절한 모양으로 서 있다. 한 달 전인 4월 4일 오후 7시 17분 이곳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한국전력공사 전신주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화마(火魔)는 강풍을 타고 속초를 덮쳤으며 바닷가에 이르러 사그라들었다. 

“우리가 불 낸 것도 아닌데 고작 1300만 원 지원이라니.” 

이재민들은 생업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앞으로 살 일 걱정이 태산이다.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발 뻗고 누울 집조차 없다.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정부의 무책임한 빈껍데기 대책에 민심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속초에서 나고 자란 이 의원은 날이 서 있었다. “언플” “공치사” “쇼통”이라는 낱말을 쓰면서 분개했다. “평생을 일군 농토와 주택이 전소된 이재민들이 정부의 공치사(功致辭)에 분통을 터뜨린다”고 했다.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가 일등공신”

- 고향이 불에 탔다. 



“참담하다. 고성, 속초가 참 아름다운 곳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피해가 너무 심해 굉장히 크다. 산림과 천혜의 자연이 불에 타버렸다. 무엇보다도 주거지가 불탄 게 슬프다. 속초와 고성에서만 500여 가구가 피해를 당했다. 이재민들께서 지금도 눈물을 흘린다.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눈물을 닦아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 정부가 초동 대응을 잘해 불을 잘 껐다. 


“아이고. 정부의 ‘언플(언론 플레이)’이 무섭다. 중앙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해 불을 잡았다? 사실이 아니다. 가장 돋보인 건 주민들이다.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분들이 일등공신이다. 화재 첫날(4월 4일) 시쳇말로 불이 날아다녔는데 자율방범대가 교통 통제를 하면서 부족한 경찰력을 채워줬다. 의용소방대는 강원지역 소방관 인력과 함께 목숨을 걸고 불을 껐다. 초기엔 마스크도 지급이 안 돼 불 끄고, 교통 통제하던 주민들이 연기를 엄청나게 마셨다. 연기에 심하게 노출돼 병원 치료를 받은 분도 많다.” 

- 중앙정부 역할이 과장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튿날(4월 5일) 새벽 0시 20분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속초 화재에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전국의 소방차가 속초로 달려온 그날 아침에는 다 타서 끌 게 없었다. 밤사이 엄청난 강풍이 불어 빠른 속도로 산을 태우고, 주거지를 지나, 바닷가까지 다 타버렸다. 강풍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다 태워버리고 사그라진 것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소방차들은 ‘잔불 정리’만 했다. 물론 잔불 정리도 중요하다.” 

“정부의 공치사가 지나쳤다”면서 그가 덧붙여 말했다. 

“주민에게 공을 돌렸어야 했다. 두 분의 가슴 아픈 희생이 있었으나 산불의 위력에 비하면 최악은 막았다. 민관이 협력해 잘 대처한 것은 사실인데 정부의 자화자찬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헬기 투입도 이튿날 해가 뜬 다음에야 이뤄졌으며 앞서 말했듯 소방차들도 다음 날 아침 도착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민들과 강원도의 소방 인력이 분투한 것이다.”


“그 와중에 그런 걸 홍보하나 싶더라”

이양수 의원. [박해윤 기자]

이양수 의원. [박해윤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의 ‘깨알 수첩’이 미담(美談)으로 회자됐다. 산불 진압, 피해자 지원, 향후 대책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 와중에 그런 걸 홍보하나 싶더라. ‘할일은 안 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재난 앞에서 ‘자기 홍보’하고 ‘대권 행보’하기보다는 이재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정부의 피해 대책이라는 게 주택 전소(全燒) 시 가구당 13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재민들에게 막 알려졌을 때 ‘깨알 수첩’이 공개됐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 탄식하는 순간에 깨알 수첩을 홍보한 것이다. 집이 타버린 분들이 털썩털썩 주저앉더라. 총리가 대권 욕심이 너무 크다. 수첩이나 홍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근거로 해 주택이 완전히 부서지면 최대 1300만 원, 반파됐을 경우 최대 650만 원이 지급된다. 융자는 최대 6000만 원까지다. 그는 “1300만 원으로는 불탄 집을 철거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했다. 

“보통의 경우 땅은 자기 소유인데 건물이 다 탔다. 고급주택 일부를 제외하면 세금을 내는 기준인 공시지가로 1억~2억 원 상당 주택이 대부분이다. 집을 다시 지으려면 공시지가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13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 관련 법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는 게 정부의 거짓말이요, 사기다. 일반 예비비 1조2000억 원을 정부가 갖고 있다. 비상금 성격의 예산으로 자연재해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둔 목적 예비비도 1조8000억 원이 편성돼 있다. 예비비를 재난 이재민을 위해 쓰는 데 제한이 있나? 없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된다.” 

- 전례가 있나. 

“2000년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2만3794㏊를 태운 동해안 산불 때 국비가 지원됐다.”


“대통령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융자금을 6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지 않나. 

“강원도가 주택 복구비용을 700억 원으로 추산하고 70%인 490억 원을 예비비나 추가경정예산 등 국고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펜션이나 공장 이런 것은 제외하고 주택만 490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 추경안에 그것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재민에게 줄 수 있는 돈은 1300만 원밖에 없다는 거다. 1.5% 이자로 6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주민들은 빚은 죽어도 못 내겠다고 한다. 은행 빚을 이미 안고 있는 분이 많다.” 

- 관계 법령을 손볼 필요가 있겠다. 

“국민들은 재난으로 인해 거리에 나앉으면 국가가 상당 수준 지원해주는 것으로 안다. 재해로 집이 통째로 사라져버렸으면 5000만 원 정도는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5000만 원가량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성금으로 들어온 것을 나눠 쓰고, 이번 산불처럼 한전 같은 책임 주체가 있으면 보상도 받은 후 모자란 돈은 융자를 받는 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해 복구 과정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지 않았나. 1300만 원은 과하게 낮다. 금액을 올릴 필요가 있으며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추가해야 한다. 현재는 농민, 어민 등에 대한 지원 위주다. 취직 못 한 청년에게 용돈 나눠주는 정책보다 재해가 났을 때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돈 주는 포퓰리즘 정책은 남발하면서 이재민 지원 대책은 이래서야 되겠나.” 

- 속초, 고성 민심은 어떤가. 

“냉랭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6일 고성 ‘DMZ 평화의 길’을 방문했다. 주민들이 대통령 방문 소식을 듣고 데모를 하러 갔는데 행사 관계자들이 못 들어가게 했다.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현수막을 들고 목 놓아 소리를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소통은 안 하고 ‘쇼통’만 한다는 비판을 듣는 거다. 아까도 말했지만 ‘언플’은 참 잘한다.”


“나라가 못 해주는 것을 국민이 해주고 있다”

- 4월 4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를 덮쳤을 때 김철수 속초시장은 제주도 휴가 중이었다. 김 시장은 산불 발생 15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 나타났다. 

“그 일은 사정이 있었겠으나 아무래도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정부 눈치를 본다. 시장이 정부가 잘하는데 왜 공격하느냐는 말을 해서 이재민의 분노를 샀다. 집을 다 지어줄 테니 대책위원회 같은 것은 만들지 말라고도 했다더라. 나라에서 1300만 원 나오고, 6000만 원 융자받고, 성금도 들어오니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주민들이 깜짝 놀랐다. 빚내서 집 짓는 건 지어주는 게 아니지 않나.” 

그는 “나라는 못 해주는 것을 국민이 해주고 있다”고 했다. 

“성금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민들께서도 1300만 원이 말이 안 된다는 걸 아는 거다. 고성·속초·양양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따듯한 마음에 정말로 감사드린다.” 

- 한전 전신주 개폐기 전선의 불꽃이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발화점이 한전 전봇대다.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에 발화 순간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한전에서 달려와 사과하고 보상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한전 사장이라는 사람이 20일이나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인사하러 오더라.” 

- 20일? 

“본인들 책임이라는 얘기가 듣기 싫어 의도적으로 피한 게 아닌가 싶다. 주민들이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니 사장이라는 사람이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민사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답하더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라는 단서를 붙이고 법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속초, 고성 주민들과 싸우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한전 사장에게 항의하고 강하게 질타했다.”


20일 만에 나타난 한전 사장

김종갑 한전 사장은 산불 발생 20일 만인 4월 24일 고성, 속초 주민들을 찾아가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재민들은 “보상책을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수사 결과 형사적인 책임은 없다 할지라도 민사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이다. 

“한전 측의 반응을 보면서 확실한 과실이 있을 때만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도의적으로 말이 안 되는 태도다. 한전은 거대 기업이고 막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다. 그런 회사가 소송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사죄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한 보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야당에서 탈원전 정책과 산불을 연결 짓더라. 그 같은 주장은 무리 아닌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가동률이 낮아졌으며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적자가 느는 상황에서 한전이 배전설비 정비예산을 4200억 원 삭감했다. 정비예산을 삭감하면 안전사고에 취약해지는 게 당연하다. 예산 삭감이 이번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전국적으로 화재 발생 확률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 탈원전 정책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신동아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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