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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마지막 회>

새 대통령이여,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라!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새 대통령이여,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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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의 막이 내렸다. 긴 여정이 끝나고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된다.
  • 앞의 여정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방을 꺾고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운동경기 같은 각축이었다면, 이후의 여정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 승자의 지배 욕망을 좀 누그러뜨려도 좋을 여정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펼쳐질 정치 역정이, 편하고 여유롭고 뜻대로 이루어지는 길은 결코 아닐 것이다.
  • 온갖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거센 비판과 거친 비난을 견뎌야 하는 가시밭길 앞에 선 새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 대통령이여,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밝게 웃고 있다.

유권자는 새로운 리더가 탄생하면 신기해하고 신선함을 느끼지만 그것은 잠시다. 이들의 기대는 남북 평화와 자유, 경제성장과 분배, 일자리 창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장 등만이 아니다. 개인별로 각기 다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당장 ‘내 표 물려달라’고 덤빈다. 옛날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 같은 때가 없지 않았고 중국에도 태평성대가 있었지만, 21세기에 국가를 다스리는 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시끄럽고 요란하고 뒤엉키고 복잡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다스리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이념을 달리하는 엘리트와 군중이 호시탐탐 실정(失政)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정작 대통령이 싸워야 할 적이 정부 안에 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대립각이 공산주의인 줄 알지만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상대 개념이다. 민주주의의 적은 관료주의다. 고식적(姑息的)인 사고의 틀, 제도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후보자로서 국민에게 한 공약을 이행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게 어렵사리 고난의 역정을 이기고 당선된 대통령이 그래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돼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참고로 선거기간 중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국가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각각 6.22점과 5.66점이었다.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한 시대의 표상

“루스벨트는 미국인이 아니라 미국이다”라고 말한 영국의 자유주의 정치가 존 몰리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한 개인 정치가가 아니라 시대 그 자체라고 했다. 루스벨트는 요즘의 우리처럼 재벌에 반대하고 사회민주주의의 이념에 따라 수정 자본주의를 추구한 카리스마 넘치는 귀족이었다. 미국에서는 루스벨트 말고도 여러 대통령이 그런 반열에 선다. 미국의 패권을 조용히 관리한 경영자 같은 아이젠하워나, 전문가보다는 평범한 친아버지 같은 인상을 풍겼던 레이건과 포드, 경제력과 재능을 겸비해 1990년대와 잘 어울렸던 빌 클린턴 모두가 루스벨트처럼 ‘시대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월러 뉴엘 미국 칼튼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책 ‘대통령의 조건: 우리는 철학이 있는 리더를 원한다’(21세기북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뭐라 해도 나라를 세운 이승만이 시대의 인물이었고, 현대 국가의 국력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정희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시대의 구체적 표현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과 달리 우리는 반대편에서 끝까지 개인 중심의 평가를 한다. 그 정부가 이룬 업적을 평가하는 데 매우 인색해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이 사장되기 일쑤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사람이 시대를 넘어, 구 패러다임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욕구보다 전체의 욕구를 용해해 새로운 시대의 규범을 만들고 새롭고 아름다운 관행을 국정에 심는다면, 그는 진정 ‘시대의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도덕적인 확신이 필요하다.

국민은 지도자가 도덕적이기를 원한다. 도덕성을 갖추는 것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예는 허다하다. 대통령 자신이 그런 인물일 때도 있고, 주변 인물이 비도덕적인 때도 있다.

문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항상 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선한 얼굴의 이면에는 야누스의 다른 한쪽이 자리 잡는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다. 세상이 선하지 않은데 자신만 선한 척하며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편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울프 린케는 리더가 도덕적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는 항상 켜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행동은 항상 드러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리더가 되려면 희생이 따르더라도 옳은 일만 해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런 예다. 그는 독실한 침례교도로 재임 중 한국에 왔을 때 여의도 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세상을 순수하게 봤고 미국의 관점에서 세계정세를 분석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시 그의 상대는 다분히 전략적이며 불순한 의도로 가득 찬 소련이었다. 결국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막지 못했다.

관료주의 극복

세상에는 별별 인간이 다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거역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이익이 있다. 국가이익을 포기하는 국가 정상은 없을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정상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즉각 폐지하자는 주장에 맞서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했다. 이를 테면 차악(次惡)을 택한 것이라 갖가지 오해까지 샀지만 그래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좋은 리더라면 적과 싸울지라도 필요할 때는 그들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경쟁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최근 오바마가 대선 경쟁자였던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백악관에 초청해 둘이서만 점심을 나누며 함께 가자고 호소한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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