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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4

‘국민건강 보호’ 명분 있지만 유해성 법적 증명 만만찮아

담배소송

  • 이철호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 haha2256@gmail.com

‘국민건강 보호’ 명분 있지만 유해성 법적 증명 만만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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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의지 탓? 니코틴 중독 탓?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담배협회는 흡연 피해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2002년 민영화 이전에 발생한 흡연 피해에 대해선 이전까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경영했던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담배협회가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이유는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책임에서 정부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담배산업은 KT·G가 100% 민영화된 2002년 이전까지는 정부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담배 물량을 모두 수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담배회사들은 적어도 2002년 이전까지 흡연으로 발생한 각종 피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4건의 개인 소송 모두 정부가 담배회사와 공동피고로 함께 법정에 섰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향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맞받아쳤다. 담배사업법에 따라 2002년 이전에 정부가 담배를 제조·판매해서 생긴 불법행위 책임은 이미 KT·G로 포괄적으로 승계됐다는 게 공단의 논리다.

반면 담배협회는 이미 담뱃값에 포함된 건강증진기금 명목으로 해마다 1조5000억 원씩을 건보공단에 내고 있으므로 손해배상까지 하는 건 ‘이중과세’라고 반발한다. 김 회장은 “건강증진기금 중 흡연자의 금연 치료 및 의료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약 1%에 불과하다”며 “이 금액만 원래 용도에 맞게 써도 흡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이중과세 주장은 억지이며, 세금을 내는 흡연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한다. 안 변호사는 “담배 한 갑당 354원씩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은 흡연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담배회사가 마치 자신들이 내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기된 4건의 개인 소송에선 담배회사가 모두 이겼다. 담배 제조와 판매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현재 대법원에 2건, 고등법원에 1건이 계류 중이며, 나머지 1건은 흡연자가 항소를 포기했다. 이는 담배의 유해성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게 결코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정부의 심기마저 편치 않다. 담배 소송을 결정한 건보공단 이사회에서 반대표 2장은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대표로부터 나왔다.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복지부는 담배 소송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감하지만 지금까지의 준비만 보면 실제 승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며 “공단이 좀 더 시간을 갖고 승소 가능성과 최대 10억 원까지 예상되는 소송비용을 면밀히 비교해 소송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반대는 좀 더 노골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부의 견해는 흡연이 개인의 질병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담배산업을 향한 부정적인 기류 확산으로 향후 예상되는 세수 감소 역시 정부가 건보공단의 소송을 적극 지원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임에도 건보공단은 “해외에선 공공기관이 나선 담배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가 많다”며 소송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선 주정부가 승소

1954년 담배 소송이 최초로 시작된 미국에선 1992년까지 제기된 800여 건의 소송에서 원고 측이 모두 패소했다. 개인 차원의 소송이어서 막강한 자금력과 대형 법률회사를 내세운 담배회사와의 장기전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1993년 이후 주정부가 흡연 피해 소송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플로리다 주는 1994년 위해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의료비용 배상 청구권을 주정부가 직접 받는 법률을 제정하고, 46개 주정부와 함께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결국 4년 후인 1998년 11월 담배회사들은 2060억 달러(약 220조 원)를 배상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담배협회는 이를 두고 “승소가 아닌 합의”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연합 주정부가 승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캐나다 역시 주정부가 직접 나서 대규모 담배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승소한 사례도 있다. 브라질에선 1997년 이미 사망한 흡연자의 부인이 담배회사로부터 배상을 받아냈고, 호주에서도 폐암 여성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끈 사례가 있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은 담배 소송은 세계적으로 대세이며, 우리 법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건보공단은 2월 내로 소송가액 및 외부 소송인단을 확정하고 3월 중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법무법인 지평, 남산 등 상당수 로펌이 이 소송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회사들은 법정에서 얼마든지 맞받아쳐주겠다고 말한다. 이미 4건의 개인 소송에서 승리한 자신감 때문이다.

이제 막 전초전을 마친 ‘담배 전쟁’ 2라운드는 법정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건보공단, 담배회사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기나긴 싸움의 시작이다.

신동아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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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 haha225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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