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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기자의 사람 속으로

열고 나누고 섬기는 사람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참고 견뎌야지, 뻥치지 말아야지”

  • 글: 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열고 나누고 섬기는 사람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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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난 스포츠맨이던 열아홉 살 소년, 폐결핵 3기 진단을 받고 10년을 누워 살았다. 예수의 사랑을 닮고파 사제가 됐고, 낮고 더 낮은 곳을 찾아 평생을 몸 굽혔다.
  • “난 바보야,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더 높이 쓰인 둥글고 연민의 정 깊은 영혼. 사람은 왜 살며, 어찌 살아야 하는가.
열고 나누고 섬기는 사람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꽃핀 교정은 가슴 시리다. 하늘은 더 파랗고 공기는 더 보드랍다. 하얗게 드러난 여학생의 종아리에선 푸른 잎이라도 돋아날 듯하다.

서울 구로구. 공장지대로만 알던 동네에 이리도 예쁜 학교가 있었나. 언젠가부터 대학 교정을 거닐 때면 가슴 한켠이 아릿해지곤 했지만, 이 학교는 특별하다. 작고 밝고 꾸밈 없고 싱싱한. 듣던 대로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 같은’ 학교. 교정은 물론 주차장도 도서관도 주민에게 다 개방한다 했던가. 몇 채 안 되는 건물 사이로 조심조심 차를 몰면서, 걸어올 걸 그랬다, 자꾸 아쉬워진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총장실이 어디냐고 묻는다. “조오∼ 앞 우체국 건물 2층 왼쪽 맨 안쪽에 있어요.” 척 하고 답이 돌아온다. 이 학교 학생들은 총장실을 제 집 드나들 듯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나보다.

찾아낸 우체국 건물, 참 작다. 하긴 원체 다 해봐야 1만2000평밖에 안 되는 미니 대학교다. 2층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고개를 삐죽 들이미니 과연 오른편에 문 활짝 열린 방 하나가 눈에 띈다. 들어가 보니 웬만한 교수 연구실보다 더 작다. 그나마 총장실임을 알게 해주는 건 문 밖 책상 하나 차지하고 앉은 여직원의 존재뿐. 다른 대학 같으면 비서실이 이 방보다 두세 배는 더 클텐데, 그런 생각이 든다.

주인 없는 틈을 타 휘휘 방 구경을 한다. 살림 오래 산 집 건넌방처럼 두서없고 편안하다. 학생들이 선사했음직한, 사진을 흐릿하게 인쇄한 넓은 천이 벽을 반이나 덮고 있다. 총장이 연극동아리 학생들 사이에 묻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다.

마침 사진 속 주인공이 방으로 들어선다. 성공회대학교 김성수(金成洙·75) 총장이다.

“총장님, 식권 한 장만 주세요”

“그냥 할아버지야, 동네 할아버지.”

김 총장이 어떤 분이냐고 묻자, 30년도 더 전 그의 신혼집에서 ‘집단 기생’하던 젊은이들(송창식 윤형주 김도향 이장희 윤여정 박상규 등) 중 하나인 가수 조영남은 낄낄대며 그렇게 말했다. 김 총장은 성공회 사제로서 대주교까지 지낸 우리 종교계의 큰 어른이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제껏 그에게서 “교회 다녀라” “교회 나와 봉사 좀 해다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도 행동거지 나쁜 사람을 보면, 젊은 시절 김 총장 입에선 바로 “이노무 자식! 너 한 대 맞아볼래?”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무슨 신부가 길거리에서 이 자식 저 자식 하며 싸워요?” 하면 “짜식아, 그럼 신부는 사람도 아니냐” 하는 대꾸가 돌아왔단다. “엉터리 신부가 어째서 자꾸 계급이 올라가는 거냐”고 입방정을 떨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인물이 없는 거지 뭘” 하고 대답했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수인사를 나눈 후 마침 도착한 사진기자와 함께 촬영을 하러 나섰다. 학교 안에 있는 작은 예배당을 찾았다. 그런데 교회 형태가 독특하다. 딴 게 아니라, 영 교회 냄새가 안 난다는 거다. “왜 십자가 장식 하나 없냐”고 했더니 교회 입구 위를 가리킨다. 연꽃인 듯도 하고 국화인 듯도 한 문양이 예쁘게 새겨져 있다.

“보세요. 꽃잎이 십자가 모양이지. 세계 어디든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맞게 가꾸어 간다는 것이 우리 성공회의 생각이거든.”

김 총장이 지나가면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쪼르르 달려와 친할아버지에게 하듯 어리광을 부린다.

“총장님, 식권 한 장만 주세요.”

“총장님, 저희랑 같이 사진 찍어요.”

“총장님, 우리 과 체육대회에 꼭 오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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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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