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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생의 중국유학 메카 ‘北京55中’

  • 신영수 < 베이징저널 발행인 >

한국 중·고생의 중국유학 메카 ‘北京55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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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특수(特需)가 중국 조기 유학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외교관이나 주재원 부모를 따라 중국에 온 학생들은 물론 중국어를 배우거나 중국 인맥을 쌓기 위해 온 ‘나홀로 유학생’도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국내 명문대학이나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있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죽(竹)의 장막’으로 일컬어지던 중국이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도 어느덧 10주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큼 여러 방면에서 두 나라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역사·문화적으로도 뿌리를 같이 하는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중국 특수(特需)’에 한껏 부풀어 있는 듯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과거에는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들이 중국 거주 한국인 사회의 주류를 형성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보니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의 수도 늘어나 중국에서 유학중인 대학생만도 전국적으로 1만5000여 명을 헤아린다.

또한 부모의 직장이나 사업 때문에 중국에 왔거나 조기 유학을 온 초·중·고교생도 500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의 초·중·고교생은 베이징에 800여 명, 상하이에 8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앞으로도 많은 한국인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 학생의 수는 더욱 빠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할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자녀들이 중국에서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당수 학부모는 자녀들만이라도 중국에 유학보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중국에 온 한국 중·고생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베이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베이징에서는 55중학을 비롯한 5개 학교가 공식적으로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19중학 등 몇몇 학교는 비공식적이지만 교장의 재량으로 외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으나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어떤 ‘끈’을 잡고 접근하냐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외국 학생의 경우 가령 기부금을 내고 입학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기부금은 수업료와는 별도로 보통 2만∼3만위안(한화 약 300만∼450만원) 정도를 내는데, 입학금 성격의 기부금은 딱 부러지게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므로 교장과 어떻게 담판을 짓느냐에 따라 액수에 차이가 있다.

공립 55中, 사립 世靑中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한국 학생을 받아들이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 학교들이 외국 학생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중국 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학교 공부와는 별도로 중국어와 기타 과목의 개인지도를 받는다 해도 최소한 2∼3년 정도 중국에서 생활한 학생이 아니면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영어도 배울 겸 해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각종 국제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베이징에는 ISB(전화·6437-6688, 한국에서 전화할 경우 8610 + 전화번호), BISS(6443-3151)·BIS(8583-3731) 등의 국제학교가 있는데, 학비는 보증금 500∼1만5000달러(나중에 되돌려 받을 수 있다)에 1년 수업료가 1만6000∼1만900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1998년 9월 설립된 베이징한국국제학교는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학비가 비교적 저렴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예민한 청소년기에 자칫 흔들리기 쉬운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학비는 입학금 1200달러에 수업료는 학급에 따라 매월 150∼250달러 정도다.

중국의 외국인 학교 중에서 대표적인 곳은 55중학.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교과과정 또한 합리적이며, 중국의 명문대학인 베이징대학, 칭화(淸華)대학의 외국 학생 합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4년에 설립돼 47년의 전통을 지닌 55중학은 이미 26년 전부터 외국 학생을 받았다. 한국 학생들은 1991년부터 입학했다.

55중학은 중국의 학제가 그렇듯이 초중(한국의 중학교)과 고중(한국의 고등학교)이 합쳐진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55중학은 다른 중국 학교와는 달리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누지 않고 1학년(중1)부터 6학년(고3)까지 잇따라 진행되는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정확하게는 1학년부터 4학년(중1∼고1) 과정을 ‘55중학’으로, 나머지 5∼6학년(고2∼고3) 과정은 ‘스칭(世靑)중학’이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55중학과 스칭중학이 분리돼 55중학은 중국의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함께 갖게 된 반면 스칭중학에는 고등학교 3년 과정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55중학은 공립학교로, 스칭중학은 사립학교로 운영주체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유학생을 받는 기준도 달라졌다. 55중학은 과거엔 2만위안의 입학금을 받았지만 공립학교가 되면서 입학금이 없어졌다.

55중학은 부모가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등의 체재자격인 Z비자(1년 기한)를 갖고 베이징에 거주하는 학생에 한해 입학이 허용된다. 이전에는 관광비자(L비자)나 방문비자(F비자)를 막론하고 외국인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유학생 비자인 X비자를 받게 해줬으나 올해부터는 반드시 Z비자 소지자만을 입학대상으로 하고 있다.

3분의 1이 중도 탈락

55중학의 특이한 점은 고교 과정에 영어로만 강의하는 영문교학부를 운영한다는 것. 학비가 한 학기에 2만5000위안으로 비싸지만(중문 일반과정은 한 학기에 1만6000위안), 많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려고 이 학교에 다닌다. 영어로 수업하기 때문에 서양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어 같은 55중학에서도 이 과정의 학습 분위기는 다르다. 졸업 후에는 미국으로 유학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 재학중인 한국 학생들은 주로 외교관이나 주재원 자녀들로서 장학생으로 선발돼 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고등학교 과정인 스칭중학은 55중학과 달리 일정 기준만 충족되면 소유 비자의 종류와 관계없이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X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준다. 때문에 한국에서 유학올 경우 어떤 유학원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모집 담당자가 조선족 교포라서 우리말로 상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중·고교와는 달리 언어코스를 겸한 대학입시 준비교육을 무난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를 반영하듯 스칭중학은 중국 학생 20여 명을 제외한 전체 외국 학생 250명 가운데 한국 학생이 180∼200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모범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다소 흐트러지고 학업 성취도도 낮아져 학교 관계자와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입학생 중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중도 탈락하는 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퇴학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흡연, 음주 또는 싸움 등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나홀로 유학생’이거나 부모가 있어도 자녀에게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라고 한다. 이렇게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형편도 못돼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다니며 혼란을 겪기 일쑤다. 따라서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고 주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갖가지 유혹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는 점을 알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스칭중학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의무적으로 입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200명 가까운 한국 학생 중 17명만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머지 학생 가운데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는 한국에 있고 자녀만 베이징에서 아파트를 빌려 하숙하거나 자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의 부모는 대개 알음알음으로 중국에 있는 사람에게 후견인 노릇을 맡기고 있으나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부모의 보살핌도 없이 외국에서 또래집단이 형성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기 쉽다. 가능하면 밖으로 나돌고 싶고 공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겐 제어장치가 필요하지만, 자기들끼리만 남겨진 상황에 자제력과 인내력으로 유혹을 뿌리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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