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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분석

민주 신당파의 도전과 좌절

‘千·辛·鄭’3인방 동상이몽이 ‘역전골’ 불렀다

  • 글: 조수진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sjcho@kmib.co.kr

민주 신당파의 도전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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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한 근본적인 이유는 논리의 빈약과 전략의 부재다. 왜 굳이 신당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리가 명쾌하지 않았다. 신당추진파들은 늘 민주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을 승계할 것이며, 인위적인 인적 청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추진은 개혁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니 지금의 민주당을 리모델링해서 쓰면 되지 않느냐는 당 사수파의 주장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신당추진파들은 논리에서 절대 열세를 보임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개혁 싸움을 당권 싸움으로 전락시켰다.

그렇다면 신당파의 속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탈호남 신당이다. 민주당을 뛰쳐나가 개혁당, 친노 및 PK세력과 함께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틀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주류와의 결별이 그 핵심내용이다. 개혁국민정당이 이 구상을 처음 제안했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신주류 강경파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과거 단절’의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날수록 신당의 지지층이 넓어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 사람만 개혁호(號)에 승선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내를 밖으로 드러낼 경우 기존 지지층인 호남 민심의 이반이 두렵다. 이 때문에 호남색깔을 벗자고 하면서도 동교동계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추리려 했다. 동교동계의 수장격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탈호남을 하자면서 호남 일부를 끌어안자는 논리의 모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탈당까지 불사하는 정치생명을 건 도전에 나서는 세력치고는 결의가 굳건하지 못했다.

여기에 그들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거사에 착수했다. 신당을 추진할 작정이었으면 치밀한 전략을 세워 공론화와 동시에 번개처럼 몰아붙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금, 조직, 반대파 제압 등 모든 면에서 준비가 부족했다. 당내 기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누구누구는 안 된다는 배제론을 펴봐야 역공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었다.

“신기남한테 직접 물어봐요”



구심점도 없었다. 장군 없이 전쟁을 치러봐야 결과는 패배인 것과 똑같은 논리다. 여기엔 신당논의의 주축인 재선그룹의 지나친 라이벌 의식이 한몫을 했다. 누구 하나가 조금이라도 ‘튄다’ 싶으면 곧장 내부견제가 전개됐다. 재선그룹의 선두주자이자, 개혁신당론 3인방이라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을 이르는 말)이 참석하는 모임의 풍경을 보자.

풍경 하나. 가장 먼저 밖으로 나온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기자들에게 둘러 싸였다. 그는 “신당의 궁극적 목표는 개혁신당이다. 신당논의가 여의치 않을 때는 뛰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탈당논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역정부터 낸다. “나는 신기남이 아니에요. 신기남한테 직접 물어봐요.”

풍경 둘. 한참 신당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鄭東泳) 의원이 개인일정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다. 모임이 끝난 뒤 신의원은 정의원을 한껏 비꼰다. “우리끼린 개혁신당 얘기하다 지역구만 다녀오면 바뀌는 것 같고…. 자꾸만 말이 달라지니 신뢰성이 있어야지. (정의원) 옆에 있으면 이제 사진에도 안 잡히데.”

비단 세 사람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딴 목소리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아무리 ‘다 함께 가는 신당’이라고 해봐도 그 말은 이강철(李康哲) 대구시지부장의 ‘동승 불가 대상’ 거론에 묻혀버렸다. 노대통령이 부산 지인들에게 “단 10석을 얻더라도 개혁신당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진의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김원기 고문이나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확대재생산된 것”이라고 하면 신기남 의원이 “노대통령이 고스란히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딴 목소리를 냈다.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도 악수(惡手)였다. 신당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대선 승리 직후, 늦어도 노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고삐를 죄었어야 했다. 그렇게 못할 바에는 내년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를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양으로 신당 효과를 거두는 게 나을 뻔했다. “기회를 놓쳤다”는 내부반성이 많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일 뿐이다.

노대통령이 당정(黨政) 분리라는 이유로 신당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일 것이다. 몇 차례 청와대를 찾은 정대표에게 노대통령은 “신당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라”고만 말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이거나 3김씨 제외하곤 몇 달만에 정당다운 정당을 만든 사람은 없었다. 뚜렷한 리더도 없고, 대통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집권당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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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수진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sj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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