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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안테나

한나라당 지지율 죽어도 안 오르는 이유

“번트만 있고 홈런이 없다”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한나라당 지지율 죽어도 안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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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3일 오전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협력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노대통령은 부동산투기의혹 보도와 관련, 김문수 의원과 4개 언론사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악수하자고 손 내밀다가 오히려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격노했다. 다음날 의원총회에서 ‘하야’ 문제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을 성토했다. ‘협력’에서 ‘하야’까지 하룻만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 셈이다. 홍사덕 총무는 대통령 측근의 부동산투기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격분’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온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국정조사(청문회 포함)를 하려면 특위가 구성되어야 하는데 여야 합의 없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노건평씨 부동산투기의혹을 제기했다가 대선 후 민주당으로부터 형사피소 되어 무혐의처분을 받은 바 있다.

국정조사가 무산될 경우 결국 대통령의 소송은 김문수 의원 개인의 송사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의원들도 꽤 있다. 한 의원은 “당내에 각종 특위가 있지만 대선 이후 ‘당내 공조시스템’, ‘팀 플레이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를 대체할 안정적 리더십이 아직 구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여권의 실정과 비리를 추궁하는 데 있어, 한나라당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사안별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야당이 불의를 보고도 자꾸 주춤거리고, 재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영남권 한 재선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선 후 지금까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한 게 무엇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번트만 있고 홈런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난 대선때의 ‘후보단일화’ 한방의 위력을 떠올렸다. 그는 “한나라당은 무책임하다. 정부의 실정,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 즉각 냄비처럼 들끓다가 이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안마다 수박 겉 핥기식이다. 한가지라도 진득하고 끈질기게 파헤쳐 권력기관을 벌벌 떨게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 뭔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위만 일하는 것 같다”

‘당 개혁’과 관련, 최대표 체제에 전면으로 나선 중진의원들, 초선의원들은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정책정당화’의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경제, 민생문제와 관련된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올 들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도 크게 늘어 민주당 의원의 두 배에 이른다.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정책위만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기자에게 “비판은 많을수록 좋다”고 낙관론을 폈다.

결국 최병렬 대표의 비장의 카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한 ‘물갈이’로 귀결될 듯하다. 9월 중 전국 8개 한나라당 사고 지구당에서 ‘국민참여경선’으로 지구당위원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9월 경선은 개혁의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조짐이 좋지 않다고 한다. 9월 지구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할 예정인 한 당직자는 “구태 조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에 참여하는 대의원은 대략 2000명선. 일반국민은 경선 참여 전 입당원서를 내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인원동원’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일수록 물갈이가 어렵고(미국 등의 사례), 현재의 당권분리체제에선 최대표가 물갈이를 아무리 원해도 그 뜻을 관철시키기 힘들다는 것이 난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의원은 “최대표가 공천후보를 확정하는 운영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를 장악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사를 함께했지만 최병렬 대표와는 여전히 껄끄러운 서청원 전 대표. 당내에선 “경선 후 최대표 쪽으로 힘이 완만하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과, “당내 30%에 이르던 서 전 대표 세력이 의외로 결집되고 있다”는 상반된 분석이 공존한다.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때 지지해주면 대구를 첨단과학도시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조건부’ 언급을 하자 여론은 조금 더 나빠졌다고 한다.

‘정통야당’의 모습도, ‘개혁’의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 앞에 다른 난제도 수두룩하다.

신동아 200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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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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