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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선물용’ 대부분 장뇌삼, 인삼씨 뿌려 산삼 ‘수확’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속고 속이는 산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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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가격도 들쭉날쭉이다. 100년 이상 묵은 천종산삼은 1억원대를 호가한다. 지난해 2월 124년근으로 감정받은 천종산삼의 경우 한 70대 남성이 1억원에 구입해갔다. 지난 6월 한 약초꾼이 캐낸 산삼 21뿌리(170년근 추정 산삼 2뿌리 포함)는 7억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통상 산삼 가격은 산삼의 나이, 중량, 모양, 채취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따진다. 이를테면 똑같은 100년근 산삼이라 하더라도 이런 기준에 따라 300만원이 될 수도 있고 3000만원을 호가할 수도 있는 것. 흔히 ‘산삼 가격은 임자 만나기에 달렸다’고들 하는데, 이는 워낙 산삼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서 나온 말이다. 그 이유는 희소하고 규격화되지 않은 산삼 자체의 특성과 은밀하고도 독특한 산삼 유통 메커니즘 때문이다.

그러면 산삼 유통 경로는 어떨까. 한 산삼수집상이 털어놓은 경로는 이렇다.

대체로 산삼은 2가지 경로를 통해 팔려나간다. 그 하나는 소비자가 심마니와 직거래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심마니들이 캐낸 산삼을 산삼수집상이 사들인 뒤 이를 보통 ‘일꾼’이라 부르는 산삼 위탁판매업자에게 판매를 부탁하는 케이스다. 수집상이 일일이 판로를 개척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 ‘일꾼’을 구할수록 판로는 넓어진다. 통상 수집상은 위탁판매업자에게 산삼을 얼마에 팔아달라고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면 위탁판매업자는 어떻게 이익을 낼까. 위탁판매업자는 수집상이 제시한 가격보다 조금 더 올린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산삼을 팔아 이문을 남긴다. 때문에 위탁판매업자는 자신에게 산삼을 대주는 수집상에게도 고객 명세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번째 경로의 경우, 심마니들은 수집상에게 산삼을 팔아야 하니 소비자와 직거래할 때처럼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 또한 수집상과 위탁판매업자 등 3∼4단계를 거친 산삼을 사게 되므로 직거래 때보다 비싼 값에 산삼을 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집상들의 말은 또 다르다. 심마니와 소비자가 직거래할 경우 소비자는 산삼을 감정할 능력이 없으므로 오히려 심마니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면 수집상을 거칠 경우 1차적으로 산삼 감정이 이뤄지므로 소비자는 심마니와 직거래할 때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산삼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그들대로 심마니보다는 위탁판매업자가 파는 산삼에 가짜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됐건 산삼에 무지한 소비자들만 ‘봉’인 셈이다.

25년의 심마니 경력을 가진 경기도 가평군 북면의 산삼수집상 이상민(45)씨는 “평생 한 번도 못 캐는 심마니도 있을 만큼 천종산삼은 귀하다. 경력 오랜 심마니들도 잘해야 1년에 2∼3건 정도 천종산삼을 거래할 뿐”이라며 “요즘 산삼이라고 쏟아지는 것들은 대부분 심마니들이 20여년 전부터 ‘후일 다리품값이라도 벌충하자’는 뜻에서 산을 다닐 때 산삼씨를 심어둔 것들이 자라난 장뇌삼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산삼 거래는 현금 결제가 원칙. 따라서 심마니는 물론 수집상들 또한 산삼 판매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드물게 약초가게를 운영하며 산삼을 취급하는 일부 수집상들은 근래 산삼값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세금을 내기도 한다.

가을엔 산삼 가격이 조금 오른다. 보관기간이 2개월 가량에 불과한 여름 산삼과 달리 가을에 캔 산삼은 이듬해 봄까지 7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한 데다 산삼 뿌리에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산삼에 정해진 가격이 없다 보니 ‘산삼 인플레’ 현상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산삼과 장뇌삼은 보통 20∼30년근은 돼야 거래가 이뤄지지만, 최근엔 산삼수집상일 경우 뿌리당 2만∼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10년근 미만 중국산 장뇌삼이 소비자들에겐 국내산 장뇌삼으로 둔갑해 10만∼30만원씩에 팔리기도 한다.

현역 의원도 심마니협회 자문위원

현재 산삼업계가 추산하는 전국의 직업적인 심마니는 대략 1000∼2000명. 산삼 관련단체는 크게 3개가 있다. 한국심마니협회, 한국산삼협회, 한국산삼감정협회 등이다.

1999년 12월 결성된 한국심마니협회(회장 박만구)는 260여 명의 심마니가 회원으로 가입한 일종의 이익단체. 그러나 아직 사단법인화하진 못하고 있다. 관련기관인 산림청이 사단법인화를 불허하기 때문. 산림청 사유림지원과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산 산삼은 한국도 가입해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상 국제보호종으로 등재돼 있다”며 “이런 국제적 동향 때문에 심마니협회를 사단법인화해줄 경우 한국정부가 산삼 캐는 것을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어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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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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