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들의 식생활과도 매우 밀접하다. 민어의 부레는 젓갈로도 애용됐지만, 교착력이 강해 풀(일명 민어교)로 요긴하게 쓰였다. 햇볕에 말린 뒤 끓여 만든 부레풀은 문갑이나 쾌상, 칠보장롱을 비롯해 합죽선의 부챗살, 갓 대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됐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민어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 어린 시절 연싸움을 해본 이라면 그 쓰임새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로 35년째 연기생활을 하고 있는 노주현(盧宙鉉·57)씨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다. 그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지금 한창 철거공사중인 청계천은 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광교 등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친구들과 연싸움을 즐기던 때다.
“연싸움을 할 때 사금파리를 곱게 빻아 부레풀로 연실에 묻히면 최고였어요. 실이 뻣뻣해지지도 않고, 사기 조각도 잘 붙어서 다른 연은 상대가 안 됐지요. 어머니 몰래 사기그릇 훔쳐서 연싸움을 하다가 들켜 혼나기도 했죠.”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여름철마다 끓여주시던 민어매운탕 맛을 잊지 못해 노씨는 요즘도 복날이면 민어매운탕을 즐긴다. 민어매운탕은 다른 매운탕과는 달리 기름기가 적다. 흰살은 담백하면서 단맛이 난다. 비린내도 거의 없다. 그래서 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환자들에게 권장할 만한 음식이라고.
노씨는 바쁜 방송일정 속에서도 배재중·고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을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삼보수산 대표 선문훈씨와 인쇄업자 황규명씨는 그의 40년 지기다.
민어매운탕 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민어다. 요즘엔 중국산 홍민어가 많은데 국산에 비해 맛이 크게 떨어진다. 홍민어는 껍질까지 핑크빛을 띠는 반면 국산은 회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 구분하기 어렵지 않다. 국산 민어를 선택할 때도 눈알이 투명하고 아가미가 붉은지, 비늘은 상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신선도의 기준이다.
요리의 첫 단계는 갖은 양념을 넣어 얼큰한 소스국물을 만드는 일. 4인분 기준으로 물 6대접에 고춧가루 10스푼, 찐마늘 2스푼, 미림과 청주 각각 2스푼씩, 생강 4쪽(얇게 썬 것) 정도를 넣고, 굵은소금과 설탕 1∼3스푼 정도로 간을 맞춘 후 15분 정도 끓인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민어를 넣어 익힌다. 그 다음 미나리와 쑥갓, 깻잎, 호박, 홍고추, 콩나물, 팽이버섯 등 야채를 넣는데, 맛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물에 넣자마자 바로 불을 끄고 먹는 것이 좋다. 담백한 민어 살과 얼큰한 국물에 향긋한 미나리와 쑥갓, 깻잎 등 야채가 어우러진 맛이 절묘하다. 깔끔하면서 개운한 뒷맛에 소주 한잔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