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일, 서울 여의도동 사학연금빌딩 12층 대교협 사무총장 사무실. 인터뷰하는 내내 쉴새없이 전화벨이 울려댔다. 대학입시안 조율, 대학 구조조정, 대학평가 등 대교협과 관련한 이슈들이 최근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면서 각종 교육현안에 대해 명쾌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선발기준을 마련해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으로 인해 빚어진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빠르게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이 공교육 강화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내신 비중을 높이고 수능을 자격 고사화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게 취지니까요. 한국의 입시안은 크게 17번 바뀌었고, 세부안은 30여 회나 바뀌었죠. 더 좋아질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입시제도와 관련된 당사자의 의식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게 문제죠. 현재 입시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 교육 5주체가 있습니다. 엄정하고 투명하게 입시를 관리해야 할 정부,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학생을 대학에 보내야 할 고등학교, 그리고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이 바로 그들입니다. 입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이 5주체간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죠.
그런데 제도가 그리던 꿈과 현실은 달랐어요. 예를 들어 정부는 각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내실화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참조하도록 권고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이 룰을 깬 이가 누구입니까.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편법을 쓴 고등학교, 여기에 편승한 학부모·학생이 모두 해당됩니다.
새로운 입시안에 대해서도 교육 5주체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빚어진 혼란도 결국 그 바탕에는 교육주체간 신뢰 부족과 교육관 왜곡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어요. 결국 학생들이 희생자가 된 것이지요.”
-그래도 우리 사회의 왜곡된 입시경쟁을 좀더 합리적인 제도로 극복해야겠죠. 새로운 입시제도가 사교육 증가, 경쟁 심화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고민을 해결할 대책이 있습니까.
“고1 학생들이 중간·기말 고사와 수행평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예·체능 과목까지 과외에 매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각 대학이 전 과목의 내신을 일률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을 겁니다. 학생부 성적을 모집단위의 성격과 취지에 맞게 적용하겠지요. 학생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각 대학은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인다’는 기존의 교육부 방침은 고수하면서, 학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입시전형 방법을 제시할 겁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논술·면접 시험을 강화할 수도 있고, 동일계 진학에 대해 가산점을 줄 수도 있고….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선발 기준도 서로 다를 겁니다. 서울대와 지방 사립대의 전형 방식이 같을 이유가 없지요. 획일적인 틀에 맞춰 생각하지 마세요. 자기가 목표하는 대학의 입시 전형에 맞춰 준비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