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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과 관상, 그 오묘한 만남 ⑤

‘얼굴 이식’은 불가능해도 ‘관상 이식’은 가능하다

  • 글: 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얼굴 이식’은 불가능해도 ‘관상 이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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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와 생명공학

현재 루게릭병, 백혈병, 파킨슨병, 당뇨병 등에 걸린 환자에게 장애가 생긴 세포를 대신하는 정상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 주입해 치료하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백혈병의 경우 골수이식 성공률이 90%에 이른다). 머잖아 이러한 줄기세포의 분화를 구명하고 어느 세포가 신경세포로 갈 것인지, 어느 세포가 혈액세포로 분화하는지 등에 대한 분리 기술이 완성된다면 노벨의학상 10개를 줘도 모자랄 것이다.

‘일리아드(Iliad)’는 지금도 애송되는 그리스 최고의 서사시다. 10년에 걸친 그리스 군대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50일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1만5693행, 24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담은 이 비극은 그리스 최고의 시성(詩聖)이라고 일컫는 호머가 썼다. 이 시에는 ‘키메라(Chimera)’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사자의 몸을 하고, 등에는 염소의 머리가 있고, 꼬리는 뱀(혹은 용)의 형상을 한 키메라.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 동물로 입으로는 불을 뿜어내며, 날개로 사람을 공격하는 포악한 괴물이다. 결국 르라우코스의 자식 벨레로폰이 페가수스의 도움을 받아 키메라를 물리친다.

신화에서 몬스터인 키메라는 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사자와 염소, 그리고 뱀의 형상을 하나의 몸에 갖고 생존한 생물로 서양 고대 문명과 현대를 아우르는 성공적인 이식(移植)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요즘엔 하나의 생명체 속에 유전자형이 서로 다른 조직이 접촉해 존재하는 현상을 일컬어 ‘키머리즘’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일종의 혼합 생명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종(異種) 생명체 사이에 장기나 물질을 창조하거나 신체 일부분을 교체하거나 이식하는 등의 생명공학적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세계의 수많은 유전자 연구실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물과 동물 혹은 동물과 인간 간에 유전자를 조작해 서로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식, 이 같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이 보태진 신화 속 키메라야말로 미래에 만날 수 있는 이식과 복제의 기적은 아닐는지….

얼굴을 ‘이식’한다?

‘얼굴 이식’은 불가능해도 ‘관상 이식’은 가능하다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얼굴 이식은 불가능할 것이다. 사진은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얼굴 이식을 위해 사람의 안면 피부를 떼어낸 장면.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열린 이 시대에 의학이 사람의 얼굴도 바꿔줄 수 있을까. 이따금 관상이 좋지 않아서 성형을 생각한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삶의 유형에 따라 취업, 연애, 심지어 인생사의 길흉화복까지 얼굴에 담겨 있는데, ‘생긴 게 이 모양이라 팔자가 박복하다’는 하소연도 자주 듣는다. 더구나 닮고 싶은 이들의 사진을 가져와서 복제해달라는 듯 내미는 환자들을 보게 되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럴 때면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얼굴을 맞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요즘 이슈가 되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얼굴 바꾸기도 가능할까? 아니면 ‘페이스 오프(Face Off)’라는 영화에서처럼 얼굴 이식을 하면 변할 수 있는 걸까? 답은 ‘아니다’다. ‘이식’이란 몸의 일부를 원래 있던 제자리에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분리해 이를 같은 개체나 다른 개체에 옮겨 심는 것을 말한다. 이식에 관한 전설은 키메라에서 보듯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있었고, 따라서 이식은 인류 역사와 함께 인간이 가져온 꿈이라 하겠다.

오늘날 이식수술은 그 대상이 심장, 간, 신장, 폐, 췌장, 장 등 주요 장기에서부터 골수와 각막 조직은 물론 심지어 난소와 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초의 장기이식 수술 성공 사례는 1954년 쌍둥이 형제 간에 신장을 이식한 것이다. 현재 인간의 모든 장기나 조직을 이식할 수 있지만 얼굴을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손 이식은 피부, 근육, 뼈, 혈관, 힘줄, 연골 등이 관련된 매우 복잡한 수술이지만 1998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성공했다. 손 이식 수술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얼굴 이식 수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병원이 최초로 얼굴 이식 수술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로 현실화가 멀지 않을 것으로 보도됐으나 필자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안면 이식은 죽은 자의 얼굴에서 피부와 피하지방층, 신경, 근육을 떼어내 환자의 얼굴 속살에 붙이는 일이다. 고도의 미세혈관 접합술과 미세 신경접합술이 요구된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도 피부 이식을 하고 미세접합술도 최고 수준으로 해낼 수 있는 의사는 많다.

그러나 뼈와 근육, 혈관과 신경을 제대로 이어주는 작업을 세상에서 수술을 가장 잘하는 의사 수백명이 돌아가면서 시행하더라도 얼굴 하나를 온전히 완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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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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