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엘리트 의식, 폭력으로 돌출
▶‘튀면 죽어, 끼리끼리 뭉쳐!’ 소집단주의
▶‘공천=당선’ 등식이 빚어낸 ‘한국판 네오콘’
“요즘한나라당은 사고만 일어났다 하면 영남 의원들이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술에 취해 맥주병을 던지질 않나, 60대 경비원을 폭행하지 않나, 대낮 호텔 객실에 여자와 함께 있다가 망신당하고, 검찰 비판하는 글을 올려 용기 있다고 칭찬했더니 얼마 뒤 “검찰에 사죄합니다”라며 ‘반성문’ 쓰고, 선거법 위반한 아내를 1년 넘게 도피시키고….”
“사고만 치나? 수구 꼴통들의 집합소 아냐. 북한 노동당원 암약설을 거침없이 흘리고, 호주제를 지킬 자신이 없으면 ‘그것’을 떼버리라고 국회 단상에서 당당하게 외치니.”
“옛날 의원들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영남 물갈이 공천했다는데, 새로 들어온 초선 의원들도 똑같아.”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뿌리, 알파요 오메가인 영남 지역에서 배출된 의원들을 향해 요즘 쏟아지는 지탄들이다. 영남은 한나라당에 이중적이다. 지금은 든든한 후원지역이지만, 한번 민심이 돌아서면 한나라당이 와르르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나라당에서 영남 의원의 수는 소속 의원(125명)의 절반에 이르는 61명이다.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61명이고, 비례대표 중 영남 출신을 합하면 그보다 더 많다. 영남 의원들은 당의 핵심이자 주류다.
그런데 요즘 일부 영남 의원들이 어이없는 추태를 연출해 다른 영남 의원들까지 ‘도매값’으로 도마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젊고 냉정한 당직자들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든다. 한나라당은 요즘 정당 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에 앞서 있다. 그래서 내부의 문제가 감춰진 측면이 있다. 가장 심각한 내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영남 의원의 ‘과거회귀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텃밭이 오히려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영남발(發) 위기론도 물밑에서 확산 중이다.
‘쪽수’는 많으면서 수에 걸맞은 정치적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한나라당 영남 의원들의 현실이다. 영남 의원과 관련된 논란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분석해 본다. 첫째, 영남에서 공천에 문제가 있었나. 둘째, 최근의 돌출행동은 일과성인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가. 셋째, 영남 의원들은 개혁적인가.
“쪽수만 많고, 대접은 못 받고”
우선 공천 문제. 한나라당은 ‘거대한 로펌’으로 봐도 될 만큼 법조인 출신 의원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영남에 지역구를 둔 법조인 출신이 많다. 한나라당 의원 중 변호사 자격 소지자는 30명으로 전체 의원 125명의 24%. 30명 중 20명이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초선이 13명이다. 한나라당 영남 지역 공천의 가장 큰 특징은 ‘법조인 대거 발탁’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랬을까, 또한 이것이 바람직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