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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사법 사상 첫 현직 인터뷰 이용훈 대법원장

“지금 국민의 바람은 ‘판사 앞에서 말 좀 하게 해달라’는 것”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 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사법 사상 첫 현직 인터뷰 이용훈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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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사자성어 질문을 즐겨 하더군요. 이 대법원장의 임명을 탄핵심판 대리인을 맡은 데 대한 ‘보은인사(報恩人事)’가 아니라면 ‘무임승차(無賃乘車)’가 아니냐는 질문을 했던데요.

“탄핵 대리인은 그쪽에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한 것입니다. 법률가로서 일생에 한번 맡기 어려운 사건이므로 대리인을 맡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그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한번도 만난 일이 없어요. 변호사로서 그 사건을 맡았다는 것과 대법원장이 되는 것과는 전혀 별개라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대법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 대법원장 자질이 없는 겁니다. 수많은 사건을 변호했는데 당사자들로부터 독립이 안 된다고 하면 대법원장을 어떻게 하겠습니다. 내가 국회에서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독재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던 부처마다 과거사위원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취임한 이후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있었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건의 기록을 수집, 분석해보라고 지시했다던데요. 행정부처럼 과거사위원회는 만들지 않을 건가요.

“우리 법원이 1972년(유신 선포)부터 시작해 1987년(6월 민주항쟁)까지 15년 동안 여러 가지 아픔을 겪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법정에 나오는 국민이 법원에 대해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법정에서 노래를 부른다든지, 판사한테 대드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972년 이후 어느 시기부터인가 법정에서 애국가를 합창하고, 재판장의 말도 안 듣고 몇 시간씩 최후 진술을 하는 어려운 시절을 겪었습니다. 그 시절에 재판을 받던 사람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진입해 정치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가서 보니까 여야가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이 그 시절 재판을 받으면서 법원을 존경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지 않습니까. 법원 못 믿겠다는 현상은 거기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우리가 국민을 설득해 다시 존경받는 사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15년 동안 우리가 국민한테 어떤 일을 했는지도 최소한 알아봐야지요. 국민한테 사과할 것이 나오면 사과해야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다고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대법원장인 내가 그 시절에 형사재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한 처지에서 그것을 살펴보고 방책을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 그것을 넘어서서 존경받는 법원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사법부의 오너는 국민

-형사재판에서 배제된 경위가 궁금하네요.

“내가 왜 형사재판을 안 하게 됐는지 그걸 잘 몰라요. 1972년 10월17일 유신을 위한 계엄령이 선포됐죠. ‘계엄사범’이라는 게 있었어요. 별것도 아녜요. 대마초, 폭력, 그리고 사회 민생에 관한 범죄죠. 엊그제까지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판결하던 사건들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검사 구형대로 징역 3~4년씩 선고하라고 계엄당국에서 법원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의정부 지원에 있을 때였죠. 5∼6개월씩 재판이 밀려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계엄사범을 20일 이내에 재판하라고 하니까 기한을 지키기 위해 먼저 구속된 사람들의 재판을 미뤄놓았죠. 그 사람들이 미결수로 4∼5개월 살았는데 계엄사범도 그만큼은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징역 4월, 5월 선고하고 말았어요. 그 일로 검찰하고 다툼이 많았지요. 무죄판결을 못하게 하는데 무죄도 선고했어요. 그 일 때문에 내가 형사재판을 못하게 된 것인지 어쩐지는 확실히 모릅니다. 그 다음에 정말 형사재판을 거의 못했어요.”

-5공화국 때는 특정지역(호남) 출신 판사들이 성향 분석에 걸려 중요 시국사건 재판이 몰려드는 서울형사지법에 거의 없던 시기도 있었죠.

“꼭 그런 거는 아녜요.”

-필자가 법조 출입을 하던 A원장 때죠.

“아, 그것은 황 위원이 더 잘 알겠죠.”

전수안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참여연대에서 내는 ‘사법감시’에 쓴 글에서 “대법원장이 잘못된 과거의 판결들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시환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혁당 사건 등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반드시 되짚어봐야 하고 법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사건의 판결만 갖고는 얘기할 수 없어요. 판결의 흐름을 보면 우리가 어떤 세월을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구체적인 개개의 사건을 잘됐느니, 잘못됐느니 하고 말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그러려면 새로 심리해봐야죠. 전체적 흐름을 보면 그 시대 재판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으니까 우리 법원이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죠. 그 시대의 잘못이 밝혀진다면 사과할 수도 있지요. 지금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죠.”

그는 젊은 시절에 연수를 다녀온 독일의 사법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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