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약값 싸 오·남용 심각, 성욕·발기력 감퇴 등 부작용도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5-12-28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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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분 피나스테리드 함량, ‘프로페시아’의 5배
    • 약값 전액 본인부담해도 저렴, 30정이면 4개월분
    • “이 동네 병·의원은 다 처방전 끊어줘요”
    • 임신부가 만지면 남성태아 생식기 기형 초래
    • 한 통 6만원…교육공무원까지 인터넷 밀거래 가세
    • 국내 20여 제약사, 프로스카 제네릭 제품 쏟아낸다
    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장면 #1]

    앞머리 이마선이 조금씩 올라가 탈모 고민에 빠진 회사원 H씨(36).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는 40대 초반의 대기업 간부를 만나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 달 전만 해도 대머리나 진배없던 그의 머리가 새까만 털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 그는 난데없는 ‘경사(慶事)’의 비결을 캐묻는 H씨에게 겸연쩍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의사와 약사한테서 부작용이 없다는 말을 듣고 프로스카라는 약을 먹었더니 이렇게 됩디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돼 요즘은 가끔 나이트클럽에서 젊은 아줌마들과 어울려 놀아요. 우리 회사에선 프로스카가 아주 화제라니까, 허허.”

    [장면 #2]

    지난 12월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30대 남성이 약사에게 슬쩍 묻는다.



    “프로스카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약사의 명쾌한 답변.

    “이 동네 병·의원에선 머리 벗겨진 것만 보여줘도 처방전 다 끊어줘요. 내과든 가정의학과든…. 처방전 받아오면 언제든지 약 드릴게요. 건강보험 적용은 안 돼도 프로페시아 사 먹는 것보다는 훨씬 싸요.”

    탈모증 환자 사이에 ‘구세주’로 떠오른 ‘프로스카(Proscar)’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주)가 시판 중인 프로스카는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한 경구용 약물. ‘MSD 72’라는 문구가 새겨진 사과 모양의 밝은 청색 필름 코팅 정제인 이 약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 번 1정씩 복용토록 돼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환자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할 수 없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효과를 공인한 탈모증 치료제는 ‘프로페시아(Propecia)’와 ‘미녹시딜(Minoxidil)’뿐이다. 약물 복용 이외의 치료법으로는 자가 모발 이식술이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이 가운데 여성 탈모증 환자도 쓸 수 있는 외용약인 미녹시딜은 탈모 초기의 환자가 하루 두 번 탈모된 국소 부위에 바르도록 한 일반의약품. 원래는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강력한 혈관 확장제이지만, 이 약을 장기 복용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에서 몸에 털이 많아지는 기현상이 발견되자 이를 모티브로 해서 탈모증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프로페시아는 먹는 탈모증 치료제다. 신체적·정신적 열등감을 자아내는 탈모증을 치료해 삶의 질을 높이는 약이란 점에서 흔히 ‘해피 메이커(Happy maker)’라고도 한다. 프로스카와 마찬가지로 한국MSD가 시판하며,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쓰인다.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유전적 요인과 남성 호르몬이 꼽힌다.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은 부신피질과 성선(性腺)에서 합성, 분비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테스토스테론이고, 그보다 농도가 짙은 것이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다. 그런데 테스토스테론은 모발이 자라는 곳인 모낭에 존재하는 5알파-리덕타제 효소와 결합해 이마나 정수리의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변한다.

    프로페시아는 이 5알파-리덕타제 효소를 억제해 DHT 농도를 낮춤으로써 탈모를 방지한다. 이 약은 18~41세 남성 1879명을 대상으로 2년간 임상실험한 결과 전체의 83%에서 탈모방지 효과를 보였고, 66%에서 발모 효과가 나타나 1997년 12월 미국 FDA로부터 세계 유일의 경구용 탈모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남성형 탈모증은 진행성 질환. 따라서 치료효과를 보려면 프로페시아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약을 끊으면 수개월 뒤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데, 이는 100명당 1∼2명꼴에 그치며, 약 복용을 중단하면 부작용은 대개 1주일 안에 사라진다.

    프로페시아의 성분명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프로스카의 주성분도 피나스테리드다. 이 성분은 원래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돼 프로스카를 탄생시켰지만, 연구과정에서 머리털이 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발견돼 프로페시아라는 탈모증 치료제로도 거듭났다. 성분으로만 보면 프로페시아와 프로스카는 ‘한 지붕 두 가족’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4등분해 복용

    그런데도 프로스카가 탈모증 치료제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경쟁력 때문.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공인된 프로스카가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를 1정당 5mg 함유한 데 비해 탈모증 치료제인 프로페시아는 그 5분의 1인 1mg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남성형 탈모증에 피나스테리드를 1mg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임상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약 모두 하루 1정씩 복용하게 돼 있으므로 프로스카 1정은 산술적으로 프로페시아 5일분 복용량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치르는 약값을 따져도 프로스카가 비교우위에 있다. 통상 피부과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프로페시아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품목으로, 1정당 약가는 1815원이다(프로스카는 1552원). 여기에 약국의 마진이 붙으면 28정들이 프로페시아 한 통의 소비자 구입가는 5만6000원가량이다. 반면 30정들이 프로스카 한 통의 구입가는 5만3000∼5만4000원선. 구입가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 함량 면에서 프로스카 1개월분이 프로페시아 5개월분과 맞먹기 때문에 프로스카 가격은 프로페시아보다 5분의 1가량 저렴한 셈이다.

    게다가 프로스카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기에 환자가 비뇨기과에서 직장(直腸) 수지 검사(항문을 통한 촉진(觸診) 검사)나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확진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 통에 1만8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1994년부터 국내에 시판된 프로스카와 2000년 5월 판매가 시작된 프로페시아의 이렇듯 ‘묘한 관계’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프로스카는 3∼4년 전부터 약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프로페시아의 ‘대체재’로 부각돼 이를 구하려는 탈모증 환자가 줄을 잇는다.

    대다수 탈모증 환자는 구입한 프로스카를 4등분해서 복용한다. 피나스테리드 함량을 기준으로 하면 5등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을 정확히 5등분하기란 극히 어렵다. 조각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파편이 생겨 일부 양이 유실되기 때문.

    그래서 일부 탈모증 환자는 프로스카를 아예 가루로 만들어 4∼5회분 복용량으로 나눈 뒤 캡슐에 넣어 복용하거나 알약을 쪼개는 기구인 약 절단기를 구입해 활용한다. 우리나라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미국·동남아 등지의 탈모증 환자 사이에선 프로스카를 녹여 미녹시딜 용액처럼 탈모 부위에 바르는 사례도 있다. 물론 약효는 검증된 바 없다.

    탈모증 환자의 프로스카 구입 경로는 다양하다. 그 하나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는 고령(高齡)의 가족이나 친지가 비뇨기과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서 구입한 프로스카를 얻어 탈모증 치료 목적으로 쓰는 것이다. 탈모증 환자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인 것처럼 속여 프로스카를 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기 때문.

    일부 환자는 먼길을 돌아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을 찾기도 한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기관이 없거나 약국과의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읍·면지역에 사는 농어촌 환자의 불편을 덜기 위해 처방전에 의해서만 전문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한 의약분업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끔 지정한 곳. 현행 약사법상 이들 지역의 약국에선 의사의 처방전 없이 5일분 이상의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프로스카 구입에 성공했다는 이가 적지 않다.

    넘쳐나는 프로스카 정보

    일부 피부과 및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프로스카를 공공연히 처방해주기도 한다. 다음은 모발전문 클리닉을 표방한 한 성형외과 사이트의 게시판에 오른 환자와 병원측의 문답.

    환자 : 집안 남자들 거의 탈모가 심합니다. 저도 이미 진행 중이고요. 프로스카 처방이 가능한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요? 서울에 있을 시간이 길지 않아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처방받는 비용과 절차, 약 구입비용이 얼마인지요? 궁금하네요.”

    병원 : “안녕하세요? ○○○모발이식센터입니다. 남성형 탈모 진단이 내려지면 프로스카 처방이 가능합니다. 약값은 약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알에 5만~6만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본원으로 전화 주셔서 편하신 시간으로 내원 예약을 하신 후 일정에 맞춰 내원하시면 귀하의 상태를 직접 본 후 남성형 탈모라 판단되면 처방전을 발급해드릴 것입니다.”

    또 다른 성형외과(○○○모발성형외과)의 답변.

    “본원에서는 원칙적으로 프로스카를 처방하지 않고 있지만, 사정상 꼭 필요한 경우에는 고려하고 있습니다. 연락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탈모증 치료 용도로 프로스카를 처방하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건 명백한 의료법 위반행위다. 그러나 전액 환자 본인부담으로 프로스카를 처방하는 경우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비록 전립선 비대증 환자를 진료하는 비뇨기과 의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진료권과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란 점 때문에 다른 과(科) 의사들의 프로스카 처방행위 자체를 문제삼기 어려운 탓이다.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홍보위원장을 지낸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내원하는 탈모증 환자 중 프로스카 처방을 원하는 이들의 십중팔구는 ‘약국에서 프로스카 정보를 줬다. 처방전만 받아오면 프로스카를 먹기 좋게 잘라서 주겠다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경우 그냥 타일러서 돌려보낸다”며 “모든 의사에게 처방권이 있다 하더라도 특정 약물을 해당 적응증이 아닌 다른 질환의 치료에 쓰일 것을 알고도 처방전을 내주는 것은 원칙과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로스카와 관련한 정보 교환은 인터넷상에서 더욱 활발하다. 탈모증 환자 동호회 등에는 프로스카의 효능 및 구입 체험기, 복용기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수두룩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하기 힘든 약이란 사실을 노려 의료인이 아님에도 자신이 구입한 프로스카를 다른 탈모증 환자에게 불법으로 되팔려는 그릇된 정보도 난무한다.

    “2년 가까이 약을 복용 중인 사람입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까지 자신감이 없었는데, 약 복용 후의 효과에 주위 분들과 저 모두 놀랐습니다. 물론 지금은 내성이 생겼는지 예전 약 복용 6개월 후에 나타난 만큼의 놀라움은 아니지만…안 먹으면 괜히 불안해져 먹고 있습니다. 프로스카나 프로페시아말고 다른 약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다른 분도 다 경험하신 것이니 언급 안 하겠습니다. 암튼! 프로스카 혹시 남는 분이나 있으신 분…파셨으면 합니다. 꼭 좀 연락주세요.”(ID·조용한 사람)

    “프로스카 구함니당…정말 필요해여. 01X-6XX-0XXX로 연락바람당”(ID·무랑이)

    “프로스카가 필요한데 구하려니 쉽지 않을 듯하네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요? 물론 프로페시아 처방받아 사는 게 제일 쉽겠지만 비용이…님들 노하우 좀 알려주시길 꼭 좀 부탁드립니다.”(ID·박○○)

    “다섯 통 사서 유효기간 내 못 먹겠네요. 연락하시는 분께 팔겠습니다.”(ID·프카)

    “득모(得毛)하세요”

    기자는 지난 12월2일 프로스카를 판매한다는 누리꾼(네티즌)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요즘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한 30대 후반입니다. 고민만 하다 인터넷에서 프로스카인가 하는 약에 대해 알게 됐는데…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아니면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혹시 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나 복용 후 프로페시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느 병원에서 잘 처방해주는지 궁금합니다. 부탁 말씀 좀…복용기도 좀 부탁할까 하는데요.”

    불과 8분 만에 답신이 왔다.

    “스트레스 많이 받고 계시겠네요. 머리 감고 수건으로 머리 닦을 때 심정. ㅎㅎ 다른 분께 메일 드린 내용 복사해서 드릴게요.(중략) 전 3년 프로스카를 먹었습니다. 현재 저의 모습 보면 놀라실 듯한데…처음 접한 것이 프로페시아인데요. 병원 가서 처방전으로 해결했죠. 한 달에 6만원 이상 들더군요. 인터넷 접하다가 우연히 프로스카를 알게 됐구요. 그래서 프로페시아 한 달치 값에 4달을 먹을 수 있더군요. 8개월 복용하니까 빠지는 머리가 급격히 줄어들고요. 12개월이 지나니 머리카락이 굵어지더라구요. 또 1년6개월 지나니까 굵어진 머리 덕에 머리가 검어지고 조금 더 있으니 빠진 머리의 공간에 조그마한 머리카락들이 자라 굵어진 머리 옆에 친구가 됐습니다.(중략) 혹 궁금하시면 전화주세요. 처방전 없이 약을 살 수도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01X-9XXX-8XXX. 꼭 득모하세요 화팅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이○○’라고 밝힌 그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의 신분은 놀랍게도 33세의 지방 거주 교육공무원. 그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기자의 주소를 보내주면 약값을 입금할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겠다며, 현재 3통의 프로스카를 갖고 있는데 한 통당 6만원을 받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이 몸담은 직장의 문서실을 통해 프로스카를 손쉽게 우편으로 보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검색 결과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프로스카를 판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상에 남긴 적이 있음이 확인됐다.

    “미국에 있는 동생이 1∼2주일에 2통씩 프로스카를 보내와요. 거긴 약값이 싸니까. 그래서 가끔 원하는 사람에게 되팔아 받은 약값을 용돈조로 다시 보내요.”

    처방전 없이도 얼마든지 프로스카를 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심한 감독관청

    과연 프로스카는 프로페시아의 탈모 치료 효과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선 프로스카를 정확히 4등분해 복용한다 해도 약 자체에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을 경우 프로페시아처럼 매일 일정량을 복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탈모증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프로스카의 오·남용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교실 김제종 교수는 “프로스카는 성욕감퇴, 발기력 및 정액량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탈모증 환자가 임의로 쪼개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반드시 전립선 비대증이 확진된 환자만 복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여성에게 금기인 약물이다.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은 것.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성이 복용할 경우 자칫 남성태아의 외부 생식기 기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프로스카의 부서진 조각을 만지거나 분말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경우에도 약물이 피부를 통해 흡수돼 역시 남성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프로스카를 복용 중인 남성 환자가 임신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경우 정액을 통해 상대 여성에게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프로페시아는 코팅 처리돼 있는 데다 쪼개어 복용하는 사례가 없으므로 이런 위험성은 거의 없는 편이다. 또한 피나스테리드는 간에서 작용하는 약물이므로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프로스카 불법거래행위가 이뤄지고 있느냐”고 되물으며 “오·남용에 대해선 아마도 각 지방청 차원에서 단속하고 있을 것”이라 답했다.

    일각에선 탈법행위나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프로스카를 구입하는 탈모증 환자만 탓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취재과정에서 접한 한 50대 약사는 “프로스카와 프로페시아 모두 같은 제약사가 내놓은 동일 성분의 약품이다. 그런데도 주성분의 함량이 많은 약은 가격이 싸고 함량이 적은 약은 되레 비싸게 책정돼 있는 가격 왜곡은 모순 아닌가. 환자들이 경제논리에 따라 프로스카를 편법으로라도 구입하려는 행위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프로스카에 비해 프로페시아의 약가가 높게 책정된 것은 식약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 개발에 대한 MSD의 엄청난 연구개발 부담을 인정해준 결과”라며 “원칙적으로 모든 환자가 자신의 질환에 맞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MSD의 입장이며, 일부 탈모증 환자들이 프로스카를 4등분해 복용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선 의·약사를 상대로 계도활동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MSD가 프로스카 오·남용에 대한 자체 의견을 보건당국에 제시한 적은 없다.

    봇물 터진 제네릭 제품

    한국MSD에 따르면 프로페시아의 국내 매출액은 2004년 기준으로 150억원, 프로스카는 187억원에 이른다. 물론 프로스카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아닌 탈모증 환자가 부담한 몫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경구용 탈모증 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중외제약이 2003년 11월 프로스카와 똑같이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5mg 함유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피나스타정’을 출시한 데 이어, 다른 20여 국내 제약사도 동일 성분의 제네릭(generic·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모방해 만든 약) 제품 시판을 앞두고 있어 프로스카보다 더 가격이 싼 국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탈모방지 및 발모’라는 기상천외한 부작용 덕에 되레 각광 받아온 프로스카가 결과적으로 유사 제품들의 국내 양산을 유도하는 ‘시장 개척자’ 구실을 한 셈이다. 그 덕에 탈모증 환자의 오·남용 약물 선택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된 것은 과연 약(藥)이 될까, 독(毒)이 될까.

    중외제약의 피나스타정이 하루 한 번 1정씩 복용하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면서도 굳이 약 표면에 4등분이 가능하도록 십(十)자 모양의 홈을 파둔 것은 이채롭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홈을 판 것은 제품의 마킹(marking)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판매된 피나스타정의 일부를 탈모증 환자가 복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축구를 무지 좋아하고 헤딩도 잘하는데, 한번은 헤딩하고 머리를 훔치니 20개가량이 빠지더라구요. 그때부터 헤딩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ID·m맨)

    탈모증 환자의 열패감은 이렇듯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굿바이 대머리’를 고대하는 이들은 이제 밀물처럼 쏟아져 나올 약품들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 때문에 머리털이 더 빠질 처지다. 이미 인터넷엔 피나스타정을 판다는 누리꾼의 호객 글까지 버젓이 올라 있다.

    “탈모 치료제 피나스타 팝니다. 프로스카, 프로페시아 성분인 피나스테리드 성분이구 아시는 분이 사가리라 생각합니다. 여유분이 엄청 남아서 한 통 30정(120일분) 싸게 처분합니다. 2만5000원이구요. 01X-4XXX-9XXX”(ID·tgq123, 2005년 12월2일)

    ‘대머리 치료약을 개발하는 사람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허언(虛言)만은 아닌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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