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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약값 싸 오·남용 심각, 성욕·발기력 감퇴 등 부작용도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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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시아는 이 5알파-리덕타제 효소를 억제해 DHT 농도를 낮춤으로써 탈모를 방지한다. 이 약은 18~41세 남성 1879명을 대상으로 2년간 임상실험한 결과 전체의 83%에서 탈모방지 효과를 보였고, 66%에서 발모 효과가 나타나 1997년 12월 미국 FDA로부터 세계 유일의 경구용 탈모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남성형 탈모증은 진행성 질환. 따라서 치료효과를 보려면 프로페시아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약을 끊으면 수개월 뒤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데, 이는 100명당 1∼2명꼴에 그치며, 약 복용을 중단하면 부작용은 대개 1주일 안에 사라진다.

프로페시아의 성분명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프로스카의 주성분도 피나스테리드다. 이 성분은 원래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돼 프로스카를 탄생시켰지만, 연구과정에서 머리털이 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발견돼 프로페시아라는 탈모증 치료제로도 거듭났다. 성분으로만 보면 프로페시아와 프로스카는 ‘한 지붕 두 가족’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4등분해 복용

그런데도 프로스카가 탈모증 치료제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경쟁력 때문.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공인된 프로스카가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를 1정당 5mg 함유한 데 비해 탈모증 치료제인 프로페시아는 그 5분의 1인 1mg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남성형 탈모증에 피나스테리드를 1mg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임상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약 모두 하루 1정씩 복용하게 돼 있으므로 프로스카 1정은 산술적으로 프로페시아 5일분 복용량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치르는 약값을 따져도 프로스카가 비교우위에 있다. 통상 피부과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프로페시아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품목으로, 1정당 약가는 1815원이다(프로스카는 1552원). 여기에 약국의 마진이 붙으면 28정들이 프로페시아 한 통의 소비자 구입가는 5만6000원가량이다. 반면 30정들이 프로스카 한 통의 구입가는 5만3000∼5만4000원선. 구입가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 함량 면에서 프로스카 1개월분이 프로페시아 5개월분과 맞먹기 때문에 프로스카 가격은 프로페시아보다 5분의 1가량 저렴한 셈이다.

게다가 프로스카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기에 환자가 비뇨기과에서 직장(直腸) 수지 검사(항문을 통한 촉진(觸診) 검사)나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확진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 통에 1만8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1994년부터 국내에 시판된 프로스카와 2000년 5월 판매가 시작된 프로페시아의 이렇듯 ‘묘한 관계’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프로스카는 3∼4년 전부터 약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프로페시아의 ‘대체재’로 부각돼 이를 구하려는 탈모증 환자가 줄을 잇는다.

대다수 탈모증 환자는 구입한 프로스카를 4등분해서 복용한다. 피나스테리드 함량을 기준으로 하면 5등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을 정확히 5등분하기란 극히 어렵다. 조각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파편이 생겨 일부 양이 유실되기 때문.

그래서 일부 탈모증 환자는 프로스카를 아예 가루로 만들어 4∼5회분 복용량으로 나눈 뒤 캡슐에 넣어 복용하거나 알약을 쪼개는 기구인 약 절단기를 구입해 활용한다. 우리나라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미국·동남아 등지의 탈모증 환자 사이에선 프로스카를 녹여 미녹시딜 용액처럼 탈모 부위에 바르는 사례도 있다. 물론 약효는 검증된 바 없다.

탈모증 환자의 프로스카 구입 경로는 다양하다. 그 하나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는 고령(高齡)의 가족이나 친지가 비뇨기과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서 구입한 프로스카를 얻어 탈모증 치료 목적으로 쓰는 것이다. 탈모증 환자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인 것처럼 속여 프로스카를 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기 때문.

일부 환자는 먼길을 돌아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을 찾기도 한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기관이 없거나 약국과의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읍·면지역에 사는 농어촌 환자의 불편을 덜기 위해 처방전에 의해서만 전문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한 의약분업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끔 지정한 곳. 현행 약사법상 이들 지역의 약국에선 의사의 처방전 없이 5일분 이상의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프로스카 구입에 성공했다는 이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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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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