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타투 아티스트’ 진영근의 문신 이야기

“조폭·연예인·운동선수·공무원…‘짜증나는 아픔’ 견뎌내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대요”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2005-12-30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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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스타일 지고, 아메리칸 스타일 뜬다
    • 조폭 통해 전해진 ‘야쿠자 문신’
    • 감옥에서 이불 꿰매는 바늘로 처음 장미 문신 새겨
    • 서로 못 믿는 타투 아티스트와 고객
    • 안정환 골 세리머니 이후 상담전화 폭주
    ‘타투 아티스트’ 진영근의 문신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신(文身, tattoo)이 하나의 패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문신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금기와 혐오의 대상이다. 따지고 보면 귓불을 뚫고 귀고리를 한 사람이나 문신을 한 사람이나 꾸밈을 위해 신체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귀고리 한 사람은 예사로 보면서 문신한 사람을 보면 예사롭게 지나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문신 하면 흔히 ‘조폭’이 연상되고, 가끔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문신을 새기는 파렴치한이 떠오른다.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버리면, 문신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이 된다”고 주장하는 타투 아티스트 진영근(45)씨는 문신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 맞서고 있다. 그는 ‘한국문신클럽연합(www.tattookr.com)’을 만들어 타투 아티스트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비밀리에 주고받던 문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론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신을 특수한 계층, 그러니까 주로 조직폭력배나 건달들만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신이 자신의 자유와 개성을 몸으로 표현하는 매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표현예술’로 봐야 해요.”

    문신은 흔히 ‘자청(刺靑)’ 혹은 ‘입묵(入墨)’이라고 한다. 자청은 ‘찔러서 푸르게 한다’는 뜻이고, 입묵은 ‘먹을 넣는다’는 의미로 단어 자체가 문신의 방법을 드러낸다. 즉 바늘로 피부를 찔러서 색을 넣는 것이다. 문신은 주로 여름에 많이 하는데, 여름이 노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피부 모공이 잘 열려 색소가 잘 들어가기 때문이다.

    패션 문신 급증



    진영근씨에 따르면 문신은 크게 일본 스타일과 아메리칸 스타일로 나뉜다. 흔히 조폭들에게서 볼 수 있는 커다랗고 정교한 문양이 대개 일본 스타일로, ‘이레즈미’ 혹은 ‘갑옷 문신’ ‘병풍 문신’이라고 칭한다. 이에 비해 일반인이 장식용으로 작게 하는 패션 문신은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과거엔 문신 하면 일본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패션 문신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저 역시 주로 일본 스타일로 작업했는데, 2∼3년 전부터 패션 문신을 많이 하고 있죠.”

    패션 문신이 유행하면서 ‘헤나(Henna)’와 ‘플라노 아트(Flano Art)’도 인기를 모았다. 헤나와 플라노 아트는 피부에 색소를 스며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 식물성 염료를 이용해 피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2∼3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문신과는 다르지만 문신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문신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문신의 영구성으로 말미암아 문신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진씨는 “헤나나 플라노 아트를 해본 사람들이 문신을 하러 온다”고 말한다.

    서울대 조현설 교수(국문학)는 ‘문신의 역사’라는 책에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그리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문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시키며 “문신은 인류 문화의 보편적 현상이며 각 지역, 각 민족의 문화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대 국가가 형성되고, 중세 문명사회가 열리면서 문신은 한 사회가 다른 사회를 열등한 집단으로 타자화하는 수단, 즉 미개하고 야만적인 것, 금지와 회피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또한 그리스와 로마, 중국과 일본 등에서 문신을 형벌의 일종으로 활용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형벌 문신이 있었다는 기록을 제시하며 “문신이 집단의 습속이 아니라 불효와 범죄자의 표상이 되면서 문신은 사악한 이미지의 덧옷을 입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진씨 또한 “과거 일본인들은 죄를 지은 사람의 몸에 형벌로 문신을 새겼다. 이를 테면, 죄를 한 번 저지르면 팔에 줄을 하나 새기고, 두 번째 죄를 지으면 하나를 더 새기곤 했다. 이처럼 형벌 문신을 당한 이들-대부분 야쿠자였는데-이 형벌 표시를 감추기 위해 더 큰 문신을 새기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라고 말한다.

    ‘수호지’ 영웅들의 용 문신

    패션 문신에 밀려 일본 스타일 문신이 점점 빛을 잃고 있다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문신에 관한 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문신의 역사’에 따르면 음지에 갇혀 있던 문신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 이후다. 그 무렵 일본에선 중국 소설 ‘수호지’가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번역서 안의 삽화가 일본에서 문신이 부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삽화 속에서 유명한 사진·노지심·무송 같은 영웅들이 대부분 일본풍의 용 문신을 하고 있었고, 오늘날 야쿠자의 문신도 상당 부분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 화려하게 꽃피운 문신은 영국 해군과 미국 선원을 통해 확산된다. 그리고 조폭을 통해 한국에도 ‘야쿠자 문신’이 유입된다. 진씨는 “일본이 문신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문신을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폭이나 건달들이 무작정 야쿠자 문신을 따라 한 거예요. 야쿠자들은 나름대로 예술적인 미를 중시했는데, 우리나라 조폭이나 건달은 그냥 흉내만 낸 거죠.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바람에 우리나라 문신은 오랜 세월 제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문하생 제도가 발달해 타투 아티스트들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혀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진씨는 문신을 교도소에서 ‘학습’했다. 강도죄를 짓고 복역 중이던 1979년, 일본 야쿠자와 손을 잡은 조직폭력배와 같은 방을 썼다. 그는 조폭의 몸에 새겨진 잉어 문신이 멋있어 보여 이불 꿰매는 바늘로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렸다. 그가 호기심 반, 과시욕 반으로 아픔을 참으며 다리에 처음 새긴 문양은 장미. “장미는 당시 문신을 새긴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을 뿐 아니라,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문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문신을 시작한 1979년 무렵엔 용·잉어·하트·장미·거미줄 문양의 문신이 유행했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직접 문신을 새겨 넣으며 기술을 익힌 진씨는 이후 다른 수감자에게도 문신을 해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문신을 업으로 삼은 건 1997년이다. 20대 중반에 교도소에서 나온 뒤 취미 삼아 바늘로 지인들에게 문신을 해주긴 했지만, 그는 횟집을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외환위기 한파에 횟집 문을 닫게 되자 직업인으로서 문신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수작업’으로 문신을 하던 그는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의정부 미군부대를 통해 문신용 기계를 구입했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자신감

    “우리나라 타투 아티스트들은 모두 가난해요. 최소한 밥은 먹고 살 수 있어야 차분히 앉아 가르치고, 또 배울 수도 있을 텐데, 그 정도의 경제력이 안 되니까 문하생으로 들어왔다가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려요. 더 큰 문제는 겨우 며칠동안 눈동냥으로 배운 것을 밑천으로 문신 작업을 한다는 거죠. 그러니 발전은커녕 악순환만 거듭하게 되죠.”

    문신은 고통을 수반한다. 진씨는 그 고통을 ‘짜증날 정도의 아픔’이라고 표현한다. 억지로 오래 참다 보면 구토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 까닭에 일본에서는 한 번에 2시간 이상 문신을 새기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에서는 3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그림을 ‘원 포인트(one-point)’라고 하는데 보통 2∼3시간 안에 그릴 수 있어 한 번에 끝나지만, 그보다 큰 그림은 한 번에 2∼3시간만 작업하고 일주일 후, 상처가 아물면 다시 찾아와 새기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등 전체에 새기는 커다란 문신은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간이 지켜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진씨의 귀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이 불법이기 때문에 타투 아티스트와 고객이 서로 못 믿는 거죠. 타투 아티스트는 고객이 돈을 안 주고 도망갈까 봐 무리해서라도 한 번에 작업을 끝내려고 하고, 고객은 타투 아티스트가 돈만 받고, 문신을 다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망갈까 봐 장시간 고통을 참는 경우가 종종 있죠. 사실 실력이 달려서 문신을 새기다 엉망이 되는 바람에 줄행랑을 놓는 타투 아티스트도 있어요.”

    진씨는 한국 사람들은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자’는 습성이 있어 7∼8시간까지 꾹 참고 몸에 문신을 새기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신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프로이트 주의자들은 문신을 하는 이들이 얼마쯤은 마조히스트이고, 또 얼마쯤은 사디스트라고 했다. 진씨는 “일단 고통을 이겨내고 문신을 하면 앞으로 어떤 험난한 일이 있더라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타투 아티스트’ 진영근의 문신 이야기

    조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신이 운동선수와 연예인,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항상 승패의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운동선수들의 경우 문신을 함으로써 승리를 기원하고, 동시에 승리에 대한 확신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죠. 서양에선 운동선수가 문신을 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에요. 앨범 발매를 앞둔 신인 가수들도 종종 문신을 하러 와요. 그들 역시 문신을 함으로써 대박을 기원하고 자신감을 얻는 거죠. 대중 스타는 과시욕이나, 남들과 다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문신을 하기도 합니다.”

    운동선수,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지만 타투 아티스트의 주요 고객은 여전히 조폭이다. 그들은 소속감 때문에 문신을 하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문신을 이용하기도 한다. 흔히 조폭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의식으로 문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씨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벌벌 떠는 조폭

    “조직에는 막내들이 모여 먹고 자는 숙소가 있는데, 대개 그곳에서 단체로 문신을 하죠. 하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강제사항은 아니에요. 윗사람들의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따라 하기도 하고, 장난삼아 하기도 하죠. 그들도 알고 보면 단순하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한창 몰입해서 작업하고 있는데 ‘어디 한번 보자’면서 자꾸 뒤돌아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벌떡 일어나 거울을 보러 가기도 해요. 겁이 나 다리를 덜덜 떨기도 하죠.”

    진씨는 축구선수 안정환이 조폭에 집중돼 있던 문신 고객층을 일반인으로 확대시킨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반지에 키스하는 골 세리머니를 선보인 안정환이 2003년 한일전에서 또 한 번 색다른 골 세리머니를 해서 화제가 됐어요. 웃통을 벗어 양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준 것이죠. ‘혜원 러브 포에버’라며 아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영문으로 새긴 것과 십자가 문신이었는데, 그 뒤로 문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어요. 그 즈음 문신 상담 전화를 하루 30통도 넘게 받았어요. 부부나 연인끼리 찾아와서 안정환 선수처럼 문신을 해달라고 한 적도 있고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패션 문신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그 무렵입니다.”

    무시무시하기만 하던 문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정환이 증명한 셈이다.

    “안정환 선수의 골 세리머니 시점을 기준으로 그전까지는 고객의 70%가 조폭이고 나머지 30%가 일반인이던 반면, 그 뒤로는 비율이 50 대 50 정도 돼요. 조폭 중엔 다른 데서 문신을 새긴 게 잘못돼서 그 위에 다른 문신을 덧입히려는 ‘커버업’ 손님이 많고, 일반인 중에는 헬스클럽 사장이나 유흥업소 웨이터가 많아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패션 리더라고 할 만한 젊은이들도 자주 찾는데, 남녀 비율은 6 대 4 정도로 남자가 조금 더 많은 편이죠. 흔치는 않지만 고객 중엔 청와대 경호원이나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애정의 증표

    최근엔 배우 성현아씨와 사진작가 강영호씨가 연인 사이임을 공표하면서 각각 허리와 왼쪽 팔뚝에 천사 날개 문신이 반쪽씩 새겨져 있다고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연인이나 부부가 사랑의 증표로 문신을 새기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커플링을 나누어 끼듯 각각의 몸에 똑같은 문양의 문신을 하거나, 하나의 그림을 반으로 나누어 반쪽씩 새기는 것. 서로의 이니셜을 몸에 새겨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남녀간의 정을 확인하기 위한 문신은 조선시대에도 은밀하게 시행되고 있었던 듯하다. 조현설 교수는 ‘문신의 역사’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성종 11년에 어을우동이라는 여자가 정이 두터운 남자들의 팔뚝이나 등에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다.

    패션 문신 유행을 가수·영화배우·운동선수 같은 대중 스타가 주도한 터라 문신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스타의 문신과 똑같은 것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진씨는 “다른 사람의 문신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유행을 좇는 것보다는 자신과 관련이 있고,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하라”고 권한다.

    “요즘은 여성들에게 꽃이나 나비, 벌, 천사의 날개가 인기가 좋고, 남성들 사이에는 독수리, 용, 잉어, 호랑이, 벌이 유행이죠. 가끔은 인터넷에서 예쁜 그림을 골라와 똑같이 해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진씨는 자신의 몸에 새길 개성 있는 문양을 직접 골라오거나, 민소매 옷이나 배꼽티를 입고 과감히 문신을 노출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진씨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문신 행위가 합법이 되는 것이다. 현재 문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오클라호마 2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법화돼 있다. 뉴욕주 등 11개 주는 면허제도와 위생 기준을 정해 규제하고 있고, 나머지 주는 전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신을 이용하는 사례가 적발되자 국방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의사들까지 가세해 결국 문신이 불법으로 규정됐어요. 그전까지는 불법도 합법도, 그 어떤 것도 아니었죠. 그 바람에 저도 두 번이나 경찰에 잡혀갔어요. 아시아에서 문신이 불법으로 규정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얼마 전 합법화했다는데, 우리도 타투 아티스트 조합을 설립해서 합법화를 요구해야 해요. 사실 문신이 불법이어야 할 이유는 없거든요. 의료법 위반이라고 했다가 다시 보건복지법 위반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위생이 문제라는데, 그건 문신이 합법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불법 의료행위’와 ‘예술’ 사이

    진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타투 아티스트는 경찰의 눈을 피해 1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다닌다. 그래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사할 때 짐이 되는 것이 번거로워 위생소독기를 마련하지 않는 타투 아티스트가 많다. ‘어차피 경찰에게 잡히면 뺏길 거, 바늘만 새것으로 갈아 쓰면 되지’ 하는 생각도 타투 아티스트의 위생 관념을 흐리는 요인이다. 진씨는 이러한 실정을 감안할 때 “문신을 합법화하면 타투아티스트는 빚을 내서라도 위생소독기를 구입해 고객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문신을 ‘국소 마취한 채 색소침윤술로 색소를 피부에 착색하는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문신 시술을 하다 단속에 걸리면 보건범죄특별법으로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의료법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타투 아티스트들은 문신을 불법 의료행위가 아닌 예술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씨는 특히 최근 일본 타투 컨벤션에 참가한 뒤로 우리나라 타투 아티스트의 솜씨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겨 “우리나라도 문신을 예술, 아니 패션의 일부로라도 인정해주고 활성화해 한국인의 손재주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생상태를 철저하게 점검하라고 당부한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타투 아티스트의 경력을 확인하고, 여관 등 주거지가 확실치 않은 곳에서 영업하는 사람은 피해야 합니다. 타투 아티스트든 문신을 하려는 고객이든 위생 문제를 철저하게 따져야 문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규제도 풀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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