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도흠 박사는 “황 교수가 기자회견장에 연구원을 배석시킨 것은 이들을 ‘볼모’로 국민을 협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황 교수가 동물의 완벽한 복제에 성공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척수손상처럼 우리 몸의 일부가 손상된 환자들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어한다.
이는 척수손상 환자를 현장에서 치료하는 우리 임상의들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황 교수도 이러한 점을 노려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고 마지막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교수는 가수 강원래를 걷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척수손상에 대해 약간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무책임한 선동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원천 기술이 있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치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환자들이 이러한 오해를 품게 된 데는 그동안 줄기세포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언론에도 큰 책임이 있다. 줄기세포는 온갖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이고 이러한 세포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바로 치료에 들어가서 모든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척수손상 환자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한번 척수의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면 그 아래의 모든 신경도 퇴행돼 파괴된다. 현재 줄기세포를 비롯한 어떤 치료법으로도 손상된 중추신경은 극히 일부만 재생할 수 있으며 신경 기능 자체의 회복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실제로 동물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일부 줄기세포가 손상 부위에서 생존해 호르몬의 분비와 같은 제한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따름이다. 이를 보고 치료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크게 진척되어 줄기세포가 성공적으로 이식됐다고 해도 이것이 팔, 다리를 움직이는 근육세포로 자라나려면 최소한 1∼2년이 걸린다. 게다가 말초의 신경근육 접합부는 신경의 전달이 끊어진 뒤, 즉 척수손상을 당한 뒤 1∼2년이 지나면 이미 퇴행해버려 설령 신경이 다시 자란다 하더라도 근육이 움직이는 것은 현재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일반인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물론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기존의 약물치료나 다른 이식치료 방법들에 비해 최선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모든 연구가 이 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첩첩산중이다. 예를 들어 이식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전혀 연구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줄기세포 이식해도 근육 못 움직여
세계의 여러 과학자가 척수손상의 치료법으로 줄기세포 이식에 대해 실험한 결과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인간의 치료 가능성에 대해서는 함부로 예측하는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전까지만’ 안다고 실토한 ‘줄기세포 대가’ 황 교수는 환자의 기대심리를 이용해 치료의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동물복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난치병 치료라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에 문맹인 사람이 이렇게 얘기한다면 그저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 해왔다는 과학자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또한 사기가 밝혀진 지금까지도 새로운 동물 복제를 들고 나와 국민에게 난치병 치료에는 자신의 연구만이 최선일 것이라는 최면을 걸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과학자가 밤을 새워가며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지 순수성과 정직성이 결여된 황 교수에게 무작정 매달릴 수만은 없다.
셋째, 황 교수가 기자회견장에 배석시킨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