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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화곡동 재건축 공사비 1000억 증액 의혹

고도제한 규제강화 ‘사실무근’ 암반 출현은 ‘극히 일부’

  • 안형영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sigipus00@hanmail.net

    입력2006-02-01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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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대우건설이 화곡동 재건축서 얻은 이익은 비정상적”
    • 서울지방항공청, “화곡동 아파트 고도제한 안 받는다”
    • 대우건설, 1996년 지반 조사 때는 “풍화토, 풍화암, 연암으로 이뤄졌다”
    • 공사 시작하면서 “암반 나왔다”며 발파작업 명분 공사비 증액
    • 경찰, “실제 발파작업이 있었는지 자료 불충분해 확인 못했다”
    대우건설, 화곡동 재건축 공사비 1000억 증액 의혹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11월9일 서울 화곡동 시범아파트 재건축 비리의혹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과거 세 차례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경찰은 화곡동 수사를 계기로 전국 10여 개 재건축 현장의 비리사건을 수사했고, 그 결과 71명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이중 10명은 구속됐고, 8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5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중 화곡동 재건축과 관련해서 검찰은 1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된 것은 화곡동 공사에 참여했던 도급업체, 감리업체의 수주 실태를 샅샅이 뒤진 결과였다.

    수사의 본류인 화곡동 사건만 놓고 보면 몇 가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우선 조합장 S씨가 지분율을 낮춰주는 대가로 함바식당(건설현장에서 운영하는 식당) 운영권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지분율은 시공사가 대지 지분을 기준으로 조합원에게 보상금 등을 제공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분율이 낮아지면 시공사는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대우건설이 공사비를 부풀려 10여 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 조합원들이 수년 동안 줄기차게 “대우건설이 주민에게 돌아갈 이익금 1000억원을 착복했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는 속시원히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대우건설이 2004년 작성한 경상이익률 자료를 검토한 결과, 화곡동 시범아파트 재건축으로 95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점은 확인했다. 경찰은 “대우건설이 다른 공사현장에서 얻은 이익이 전체 건축비의 최대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화곡동 재건축사업의 이익률(30%)은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렇다면 일부 조합원이 주장하는 1000억원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를 알아보려면 화곡동 재건축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1000억원의 공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화곡동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1995년 시작됐다. 그해 재건축 결의 및 시공사 선정을 마쳤고, 다음해 9월 조합 설립인가도 받았다. 시공사 선정 당시 대우건설이 제시한 ‘무상 지분율’은 117.2%였고, 건립 가구수는 3202가구, 공사비는 2600억원이었다.

    그러나 1999년 5월 막상 건설이 시작될 즈음 대우건설이 무상 지분율은 108.6%, 건립 가구수는 2292가구, 건축비는 3600억원으로 변경하려고 하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합원에게 돌아갈 보상액은 줄고 건축비는 크게 늘었기 때문. 대우건설은 1997년 금융위기로 사업 수지가 악화된 데다 사업 지연으로 물가가 상승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대로라면 가령 기존 아파트 100평에 살던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받을 수 있는 아파트 평수가 117.2평에서 108.6평으로 줄어든다.

    구청이 상식을 몰랐다?

    이 때문에 1999년 5월 재건축 변경안에 대해서는 조합원 757명 중 537명만 찬성했다. 찬성률 70.9%. 집합건물법 제47조 제2항 규정(재건축 결의를 변경할 경우에는 조합원 5분의 4(80%) 이상의 결의를 얻어야 한다)대로라면 안건은 부결돼야 했다. 그런데도 조합은 1999년 6월 대우건설과 변경된 내용대로 가계약을 맺었다.

    강서구청의 사업승인은 ‘막가파식’ 재건축을 가능케 해주는 면죄부가 됐다. 강서구청은 1999년 11월, 재건축 변경안 결의가 부적격한데도 사업승인을 내줬다. 1998년 대법원은 한 재건축 사건에 대해 ‘재건축 결의 내용을 변경할 때는 조합원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고, 그러한 합의는 재건축 결의시의 특별 정족수에 준해 조합원 5분의 4(80%) 이상의 다수에 의한 결의에 의해 한다’고 판결한 판례가 있다. 이 같은 판례를 구청이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재건축업자 A씨는 “구분(區分) 소유자 80%의 동의를 얻어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인데, 구청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조합과 구청은 아직도 “조합 규약상 총회 결의 사항은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1999년 6월 총회(대우건설에서 변경한 제안을 수용할지 논의한 회의)에서 (변경안에) 동의한 조합원은 특별 결의의 정족수를 만족하는 3분의 2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조합이 집합건물법이라는 규정은 무시하고 비교적 규정이 느슨한 조합규약을 내세워 재건축 변경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구청은 한술 더 떠 “사업승인이 나기 전까지 사업계획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조합과 시공사 간의 문제이지 구청이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강서구청이 조합원 80%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재건축 사업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2000년 조합은 대우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은 2001년 6월 동·호수 추첨총회를 개최할 당시 총회장 입구에 재건축 결의 및 사업시행 동의서를 비치했다. 문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본인은 1995년 6월 재건축 결의시 결의서에 첨부한 서류에서 건물철거 및 신건물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분담과 건물 구분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동의했고, 1999년 5월15일 정기총회에서 조합규약에 의거한 가계약 안에 찬성하여 가결한 바 있고, 그후 대우건설과의 본 계약 및 분양계약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아래와 같이 확정된 것을 인정하고 이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무상 지분율이 최초 117.2%에서 108.6%로 줄어든 것을 인정한다는 것. 조합원들은 총회장 앞에서 대우건설과 조합이 고용한 진행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영문도 모른 채 사업시행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조합에서 총회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사업시행 동의 여부는 찬반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자신이 도장을 찍은 서류가 동의서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서면결의로 결국 조합원 781명 중 686명(87.8%)이 무상 지분율 감소를 찬성한 셈이 됐다.

    ‘결격사유 있어도 밀어붙이기’

    그렇다면 조합은 왜 2001년 동·호수 추첨총회를 이용해 편법으로 재건축 결의서를 다시 받은 것일까. 이에 대해 조합은 일부 조합원이 문제를 삼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재건축업계에 밝은 B씨는 “재건축 결의를 할 때 구분 소유자나 조합원 80% 이상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밀어붙인 뒤 나중에 ‘공사가 이미 진행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설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총회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총회 의결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소(訴)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각하했다. 또 대법원은 ‘2001년 6월의 서면결의로 모든 결격 사유가 치유됐다’는 이유를 들어 또다시 각하했다.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의 변경안에 찬성했기 때문에 더는 지분율 감소를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대우건설의 주장대로 공사비가 실제로 26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증가했다면 조합원의 무상 지분율을 117.2%에서 108.6%로 줄이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만약 실제 공사비가 2600억원인데도 조합원의 무상 지분율을 줄였다면 대우건설은 조합원을 속여 부당이익을 얻은 셈이다.

    대우건설이 화곡동 시범아파트 재건축에 투여한 공사비는 강서구청에 제출된 재건축 관련 자료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런데 사업 초기뿐 아니라 사업이 끝난 시점에서도 공사비가 3600억원이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1999년까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받은 재건축 결의 및 사업시행동의서엔 공사비가 2600억원으로 표시돼 있다. 2000년 3월23일(사업승인 이후) 남상국 사장(2004년 자살)이 노동부에 제출한 ‘관리책임자 등 선임 보고서’엔 공사비가 2300억원으로 표시돼 있다. 사업이 종료된 2002년 10월, 대우건설이 구청에 사용 검사를 받기 위해 제출한 ‘안전관리비 상용현황’이란 자료에도 공사비는 2570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대우건설은 어떤 이유로 3600억원의 공사비를 주장하는 것일까. 대우건설이 내세운 주요 공사비 인상요인은 고도(高度)제한 강화와 암반 토출로 인한 토목 공사비 증가, 건설자재 가격 인상 등이다. 이 가운데 물가 인상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건설 중간재 가격이 30% 정도 오른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제한과 암반 공사비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먼저 고도제한부터 살펴보자. 화곡동 시범아파트는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해 공항고도 지구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건물을 신축할 때는 고도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주변에 자연지형이 있을 경우에는 그 자연지형의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조합은 1993년 서울지방항공청에 문의한 결과, 재건축사업을 할 경우 인근 수명산 고도(72.3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우건설도 1995년 시공사 선정 당시 이를 근거로 설계계획안과 공사비를 산출했다.

    대우건설, 화곡동 재건축 공사비 1000억 증액 의혹

    경찰이 화곡동 재건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뇌물과 서류들.

    그러나 1997년 대우건설은 세부 건축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서울지방항공청이 타 지역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항공법시행규칙 제248조 제2항에서 정한 장애물 차폐면을 적용해 건물 높이를 처음보다 낮춰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은 당초 계획된 건립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건물바닥 높이를 낮춰야 했고, 따라서 땅을 많이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목공사 물량이 136만㎥에서 160만㎥로 증가해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고도제한이 강화돼 토목공사 물량이 늘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첫째, 대우건설이 고도제한 강화로 인한 사업 차질을 조합에 알린 것은 1997년 3월. 하지만 4개월이 지나 고도제한 문제는 해결됐다. 조합은 아파트 단지에 ‘고도제한 해지’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고, 조합원에게 800억원의 이익이 돌아오게 됐다고 알렸다. 결국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고도제한 문제는 해결된 것이다.

    둘째, 장애물 차폐면 설치 기준을 명시한 항공법시행규칙 제248조 제2항은 1994년 6월24일 제정됐다. 그 뒤로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사업에 참여한 것은 시행규칙 제248조 제2항이 제정된 이후인 1995년 6월이다. 이미 장애물 차폐면 설치 기준쯤은 숙지하고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그런데도 마치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뒤 장애물 차폐면 적용 기준이 새로 생긴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대우도 알고 있었다?

    셋째, 장애물 차폐면 적용이란 비행 안전을 위해 자연지형의 꼭대기에서 수면표면까지 하방경사도 10분의 1의 선을 그어 만든 경사면보다 낮은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연지형인 수명산의 후면에 있을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지형 높이(72.3m)까지 건설할 수 있다.

    감사원은 이를 문의한 조합에 “수명산 후면에 있다면 산 높이까지 지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도 “화곡동 시범아파트는 수명산 후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수명산 높이까지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 1998년 대우건설이 사전 결정 심의를 받기 위해 강서구청에 제출한 ‘화곡주공시범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의 대지 종단면도를 보면 102, 150, 145동을 제외한 모든 동의 높이는 수명산 정상의 높이인 해발 72.3m까지 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예외인 102, 150, 145동도 장애물 차폐면 적용을 받은 것이 아니라 동 옆의 도로 때문에 도로사선 제한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암반이 나와 발파작업”

    결국 대우건설은 애초부터 없던 고도제한 강화(장애물 차폐면 적용)를 들어 공사비를 올린 셈이다. 이는 자치회장 L씨가 1997년 7월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1995년 6월 시공사 선정시 대우측이 제시한 조감도를 보면 39, 40동(옛 단지의 동·호수, 장애물 차폐면을 적용받는 수명산 측면 추정)에는 저층빌라와 분수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이미 대우가 고도제한에 대해 파악하고서도 재건축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우가 있지도 않은 고도제한 강화를 내세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우가 일부는 장애물 차폐면 적용을 받았다고 끈질기게 주장한데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공사비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측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공사비 착복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공사비 230억원이 더 들었다는 암반 공사도 의문투성이다. 대우건설은 검찰에서 시공사 선정 당시에는 토목 공사를 일반 토사(모래)를 기준으로 했지만, 실제 지질조사 결과 암반이 많이 토출돼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박모 차장도 기자에게 “암반이 많이 나와 발파 작업을 하다 보니 공사비가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각종 자료와 전문가의 견해는 대우건설의 주장과 배치된다. 우선 대우건설은 시공사 선정 이후인 1996년 4월 12곳을 시추해 지반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재건축 부지가 풍화토, 풍화암, 연암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표면에서 지하 6m 정도까지는 풍화토와 풍화암, 지하 6∼23m까지는 연암이 산재해 있었다. 대우건설은 이를 토대로 설계했다.

    1998년 사전 결정 심의 때 구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건물이 풍화토, 풍화암 지대에 세워졌다. 연암층을 깎고 건물을 세운 부분은 극히 일부다. 이에 대해 강서구에서 활동하는 한 건축사는 “풍화토와 풍화암은 손으로 으깨면 부서지고, 연암은 포크레인으로 충분히 파낼 수 있다. 발파작업은 경암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발파작업을 했다는 얘기를 믿을 수 없고, 설혹 도급업체가 발파작업을 했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비가 230억원이나 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중간 수사발표에서 “발파신고서가 경찰서 등에 접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발파작업이 이뤄졌는지, 공사비가 얼마나 더 들었는지는 자료가 불충분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의문 제기한 조합원에 90억 압류

    대우건설, 화곡동 재건축 공사비 1000억 증액 의혹
    사라졌다는 1000억원의 진실은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우건설 박 차장은 구체적인 공사비 관련 자료의 소재를 묻는 경찰에 “2004년 초에 대검 특수부에서 외주 관련 서류를 모두 압수해간 뒤 돌려받았지만 이후 흐트러져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며 “이와 관련 있는 남상국 사장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1000억원의 실체적 진실은 남상국 사장의 죽음과 함께 묻혀버린 셈이다. 더구나 올해 M&A시장의 초대형 물건으로 손꼽히는 대우건설이 조만간 매각되면 진실을 밝히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경찰은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있지도 않은 고도제한 규제 강화를 운운해 공사비를 증액한 점, 토목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점 등을 밝혀냈다. 대우건설은 더는 예전처럼 결백을 주장할 수 없는 처지다.

    대우건설의 유죄 증명도 중요하지만 피해 주민의 구제도 중요하다. 대우건설과 조합은 지난해 5월 시위 조합원 6명에 대해 총 90억원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한 조합원은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사건 초기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윤모씨는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다. 내집 마련은커녕 이주비가 연체돼 그나마 남아 있던 재산마저 경매될 지경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윤씨는 “내 권리를 찾겠다는 게 무슨 큰 죄이기에 10년 동안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공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조합원들을 속이는 일은 제발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대우건설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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