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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획정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⑦

협의단체 선정 놓고 입씨름만 하다 끝난 미소공동위원회

  • 전현수 경북대 교수·사학 jeonhs@mail.knu.ac.kr

협의단체 선정 놓고 입씨름만 하다 끝난 미소공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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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경제의 상설적 조정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였지만, 미소 양측은 협의를 계속해 남북한간 철도·자동차 운수, 주민통행, 우편교환, 라디오방송 주파수 배분 등의 문제에 대해 일련의 결정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행정경제의 상설적 조정에 갖는 의미는 보잘것없었다. 미군정이 추구한 행정·경제의 통일과 소군정이 요구한 교역은 양측의 상이한 접근방식 때문에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했다.

소련측은 남북한간 교역은 미소 양군사령부의 상호납입 형태로 전개되어야 하며, 상품납입액이 동등한 금액이어야 하고, 남한 납입상품의 3분의 2는 반드시 식량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측은 정상적인 교역을 항구적으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38선을 철폐하고, 주민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협의과정에서 미국측은 상호납입에 의한 교역 방식을 받아들였지만 남북한간 교역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소련측, 반탁운동 비난

대표회의는 미소 양측이 행정·경제의 상설적 조정을 규정한 모스크바결정의 실천에서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사실은 미소 양측이 임시정부 수립을 규정한 모스크바결정의 실천에 대해서도 상이한 접근방식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미소 양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을 경우 미소공위도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결렬될 수 있음을 예시하는 것이다.



소군정은 대표회의에서 수세적 태도를 보였지만, 소련 정부는 이미 미군정과 반탁 진영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1월25일 타스통신은 신탁통치 제안자가 미국이며 임시정부 수립을 주장하고 신탁통치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것이 소련이었음을 공개하여 미국측에 타격을 가했다. 소련 외무성은 신탁통치가 한국의 민주적 자치 발전과 독립을 보장하는 최상의 방법이며, 김구와 이승만 등 ‘반동분자’의 반탁운동은 정부수립에서 좌익을 배제하고 민주독립국가 수립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1946년 3월20일 덕수궁에서 제1차 미소공위 회담이 시작되었다. 소련측은 미소공위 사업을 모스크바결정 2항을 실행하는 제1단계와 모스크바결정 3항을 실행하는 제2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 임시정부의 조직 문제를 심의하게 될 제1단계 사업을 통해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할 조건과 절차, 임시정부와 지방정권기관의 구성 및 조직원칙에 대한 권고안, 임시정부의 정강정책과 각료명단 등을 준비하고자 했다.

소련측은 미소공위의 임무를 임시정부 수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경제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자 했다. 또 임시정부 각료직을 남북한에 공평히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소련측 구상에 따르면 임시정부는 미소공위의 지도 아래 입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하고, 일제 잔재 숙청, 토지개혁, 산업국유화 등 광범위한 반제반봉건 개혁을 실시해야 했다. 소련측은 또 미소공위가 모스크바결정에 반대하는 정당사회단체와는 협의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측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미국대표단은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하기 위한 중간기구로 협의위원회 조직을 제안했다. 협의위원회는 미군정 자문기관인 민주의원을 토대로 북한의 정당들을 보충해서 조직할 것으로 예정되었는데 남한의 좌익정당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협의위원회는 임시법규와 임시정부 각료명단을 작성하는 일체의 권한을 행사하고, 미소공위는 협의위원회의 제안을 승인하고 자국 정부의 비준에 맡기는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미국측은 남북한 경제와 행정기구의 신속한 통일도 주장했다.

소련측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미소공위 사업절차와 협의조건에 대한 제안을 제출했다. 미국측은 미소공위 사업절차에 대한 제안은 접수했지만 협의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측, “반탁은 정당한 행동”

미소공위는 이 문제로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소련측은 미소공위가 모스크바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조직되었으므로 이 결정에 반대하는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측은 이러한 요구가 ‘미국적 민주주의 개념’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결정에 언급되거나 암시된 일조차 없으며 신탁통치 반대는 한국인들의 정당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소련측은 지금까지 모스크바결정에 반대했더라도 앞으로 이 결정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는 정당사회단체와는 협의할 수 있다고 수정제안했다. 미소 양측은 모스크바결정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하겠다는 5호 성명을 채택하고 협의단체 명부작성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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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수 경북대 교수·사학 jeonhs@mail.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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