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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설가로 돌아온 전 의원 김홍신

”발해는 고구려 왕족이 세운 대제국…중국 역사조작 바로잡았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소설가로 돌아온 전 의원 김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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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은 발해의 일부였을 뿐

▼ 현재 TV 드라마나 백과사전에 나오는 발해 역사에 틀린 부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모산에 이어 발해의 두 번째 수도인 상경용천부가 당(唐)의 수도 장안성을 그대로 축소했다고 하는데, 이는 중국 기록을 그대로 베낀 모화사관(慕華史觀)이 빚어낸 허구죠. 제가 직접 가서 성터를 둘러봤는데 성 축조 방식이 중국 성과는 딴판이에요. 무너진 성벽을 보니 상어 이빨처럼 내부가 뾰쪽하게 튀어나와 있더군요.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적군이 올라오기 힘든 구조예요.”

▼ 많은 사람이 발해를 고구려 유민과 말갈의 통합국가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배층은 고구려인들이었다는 거죠.

“발해의 시조 대조영(大祚榮)과 그의 아버지 대중상을 말갈인으로 기록한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 등 중국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신당서 발해 말갈전에 ‘대조영은 고구려 별종(別種)이다’는 문구가 있죠. 일부에서는 그냥 고구려 장수라고 얼버무리고, 한쪽에서는 말갈에서 귀화한 고구려인이라는 중국측 해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대조영은 고구려 방계 왕족의 후손입니다. 고구려 왕의 성은 본래 높을 고(高)자를 썼어요. 세월이 흘러 후궁이 많이 생기고 거기서 나온 왕족이 늘어나니 왕족을 둘로 갈랐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겐 큰 대(大)자를 성씨로 내려줬습니다.”



▼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은 ‘걸걸중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구당서는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을 걸걸중상(乞乞仲象)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걸씨는 말갈의 성씨예요. 대조영의 부하였던 걸사비우는 말갈족 출신 장수거든요. 중국의 역사가들이 대중상의 이름을 바꿔놓은 겁니다. 그것도 ‘걸’자를 두 번 반복해 쓰면서까지.”

▼ 연개소문의 이름도 바꿨다면서요.

“중국의 역사 조작은 아주 유치합니다. 연개소문(淵蓋蘇文)을 사서에 천개소문(賤蓋蘇文)이라고 써놓았지요. 연개소문이 누굽니까.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당 태종을 죽게 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성을 천할 천(賤)자로 바꾼 겁니다. 고구려가 멸망한 후 대중상, 대조영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 거란족장 이진충(李盡忠)과 그의 처남 손만영(孫萬榮)은 이진멸(滅)과 손만참(斬)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후손까지 다 죽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발해는 고구려의 왕족이 세운 나라입니다. 발해가 고구려와 말갈의 통합체라는 설은 잘못된 것입니다. 말갈은 발해가 다스린 땅의 일부분이었을 따름이에요. 발해의 땅이 옛 고구려 땅을 모두 포함하는데, 고구려 멸망 30년 뒤에 말갈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와 살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300년 후라면 몰라도.”

대조영에 제사 지낸 천손(天孫)

▼ 좀전에 우리 역사가 모화사상에 젖어 있다고 하셨는데.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할 때 우리가 흔히 아는 오랑캐 이(夷)자를 보세요. 큰 대(大)자 안에 활 궁(弓)자가 들어간 형세입니다. 본래는 군자를 의미하는 글자였죠. 따라서 동이족(東夷族)은 ‘동쪽에 사는 군자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번역에도 문제가 많았어요. 중국 사서에서 할 위(爲)자를 번역하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보낸 국서는 ‘하라’라고 하고 우리가 중국에 보낸 국서는 ‘하옵소서’로 번역한 겁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소설에서 이걸 하나하나 바로잡았죠.”

▼ 소설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어디인가요.

“발해의 창립 시기, 2대 황제 대문예가 만리장성 코앞인 마도산과 산둥반도 옌타이(등주), 베이징까지 쳐들어간 후 그 일대 400리를 쑥밭으로 만드는 대목, 나라를 강성하게 만드는 10대왕 선황 때, 마지막 황제인 대인선 무렵 등입니다.”

▼ 소설을 쓰면서 제사를 지냈다지요.

“2005년 여름 소설 쓰기를 시작하기 전, 고구려 국내성이 자리잡았던 중국 지안(集安)현 통천동(通天洞)에서 환인, 환웅, 단군, 대조영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산 정상에 있으면서도 앞뒤가 다 트인 이상한 굴인데 너비가 20m, 높이가 6m나 됩니다. 그곳에 서면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동의 의미를 알 수 있어요. 고구려와 발해의 왕은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 자신들이 하늘의 아들, 즉 천손임을 인정받았죠. 당시 하늘의 자손임을 주장하는 나라는 고구려뿐이었고, 발해가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발해가 고구려의 역사를 이은 나라이며 중국과 대등한 나라였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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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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