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못생겨도 좋아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7-01-05 16: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못생겨도 좋아
    2007년은 정해(丁亥)년으로 돼지해다. 그냥 돼지도 아니고 ‘황금돼지’란다. 그래선지 2007년에 태어나는 아이는 큰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게다가 600년 만에 돌아오는 상서로운 해라고 해서 때아닌 ‘출산 붐’도 일고 있다.

    재물은 운명(?)에 맡겨보기라도 하겠지만 자녀의 외모는 부모도 어쩔 도리가 없다. 외모는 다분히 유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얼굴 모양, 피부색, 몸집 같은 외형적인 특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는 것이 19세기부터 정설로 굳어진 멘델의 유전법칙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귓불, 점, 주근깨에서부터 코끝이 둥근지 화살 모양인지, 눈이 짝짝이인지 아닌지, 발이 평발인지 보통인지 가족이라면 거의 차이가 없다. 부모가 머리숱이 적으면 자식도 적게 마련이고, 곱슬머리와 새치도 유전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유전법칙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예를 들어 못생긴 아빠도 예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크리스틴 나바라 교수팀은 암컷 하우스핀치를 못생긴 수컷과 짝짓기한 결과, 암컷이 예쁜 새끼를 얻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멋진 남자와 섹시한 여자가 결혼해도 자녀가 평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진화생물학자인 앨리슨 피시다 박사가 인간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초파리를 대상으로 짝짓기 실험을 한 결과 가장 섹시한 암컷이 낳은 새끼(수컷)는 가장 평범했고, 가장 멋진 등급을 받은 수컷이 낳은 새끼(암컷)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이런 ‘뜻밖의’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유전 과정에서 염색체가 무작위로 조합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아기가 어머니의 큰 눈과 아버지의 높은 코를 닮으면 좋겠지만, 아버지의 평범한 눈과 어머니의 낮은 코를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관상을 본다며 얼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중요한 점은 유전자가 외모의 전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모를 결정짓는 유전자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외모는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많이 바뀐다. 늘 찡그리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표정 주름이 고정돼 젊을 때와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올해는 나의 희로애락부터 다스려보면 어떨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