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 확대시술, 의사로서 권장할 게 못 돼
- 이물질 액체 주입은 절대 금물
- 음경 피부 썩고 요도 좁아져 소변 못 보기도
- 귀두 확대 잘못하면 흉측…결국 ‘리모델링’ 해야
- 굵기는 30∼40%, 길이는 2㎝까지 확대 가능
● 1963년 인천 출생<br>● 서울대 의대 졸업<br>● 現 성균관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교수,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의사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의사 이규성(李圭晟·45) 박사는 “남성이 음경 확대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성이 은근히 원하기 때문이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박사는 “비뇨기계 일부 시술이 비전문가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흔히 ‘비뇨기과’ 하면 남성이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상담소쯤으로 생각한다”면서 비뇨기과에서 다루는 질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비뇨기과에서 다루는 질병은 광범위하다. 조루·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남성의학 분야, 신장·콩팥·전립샘·요도에 생기는 각종 염증과 암을 치료하는 분야, 배뇨장애, 신장과 요도에 생기는 결석, 요실금으로 대표되는 여성비뇨기 질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004년 ‘동아일보’가 전국 17개 대학병원 내과교수 55명을 설문조사해 선정한 베스트 닥터 11명에 포함된 바 있는 이 박사는 여성 비뇨기 계통과 배뇨장애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로 매년 요실금 수술을 300회 이상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요실금 클리닉을 개설해 바이오피드백, 전기자극을 이용한 골반 근육 운동법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무면허업자 시술 폐해 심각
그는 “최근 의료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데 과(科)의 구분이 없어진 것이 시술을 남발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내과에서 주로 해오던 비만치료가 요즘엔 모든 과에서 취급하는 공통 아이템이 된 것처럼 비뇨기과가 아닌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수술을 하고, 무면허업자가 남성 성기 확대시술을 하고 있어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 박사는 “시술이 잘못됐거나 시술 후 부작용이 생겨도 비뇨기과 환자는 쉬쉬하는 경향이 있어 그 실태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종합병원 문턱을 넘을 지경이 되면 사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요실금 수술이 잘못되어 소변을 아예 못 보거나, 불법적으로 음경확대술을 받은 후 부작용으로 성기가 썩어 들어갈 즈음 비뇨기과를 찾기 때문이다. ‘비뇨기과 환자=국민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다수의 비뇨기과 의사는 요즘의 성(性)문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속 좁은(?) 여자가 질 좋은 여자’라고 했어요. 요즘은 ‘넓은 속(?) 꽉꽉 채워주는 남자가 최고’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성생활 주도권이 확 바뀐 거죠. 예전에는 여성이 속을 좁게 하기 위해 ‘이쁜이 수술(질축소술)’을 했잖아요. 요즘은 남성이 여성에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성기를 확대하고 싶어 해요.”
전기자극기를 이용해 방광 삽입 수술을 하고 있는 이규성 박사.
문제는 이런 광고를 하는 사람이 열에 아홉은 무면허 업자라는 점이다. 심지어 무면허 업자를 끼고 성기 확대술을 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이런 무면허 업자들은 일명 ‘오더리’로 불린다. 주로 군 위생병 출신이거나 비뇨기과에서 사무장 혹은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남성이라고 한다.
“시골에는 무면허업자가 판을 쳐요. 무면허업자는 마을에 들어가면 먼저 ‘말발’이 가장 센 사람을 소개받아요. 그 사람한테 공짜로 시술하고 대신 마을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게 합니다. 시골에선 입소문이 무서워요. 한 사람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받아요. 무면허업자는 시술하고는 떠나버립니다. 몇 달 후 염증이 생겨 이번엔 보건소로 우르르 몰려오죠. 제가 레지던트이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시골에선 흔한 일이었어요.”
음경에 액체 주입하면 살 썩어
남성의 성기를 확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최근 2~3년간 음경 확대 기술은 간편하게 시술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남성의학을 전공하는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연구 덕분에 이제는 굵기뿐 아니라 길이를 연장하는 기술까지 의학적으로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싸고 간단하다는 이유로 무면허 업자에게 자신의 성기를 내맡기는 것. 이 박사는 “(음경에) 이물질을 주입하면 절대 안 된다”면서 “비뇨기과 전문의라면 절대 안 해주는 방법”이라고 불법 시술 문제를 환기시켰다. ‘이물질’이란 바셀린이나 파라핀, 실리콘 등이다.
“고체로 된 실리콘은 괜찮아요. 고체 실리콘은 비뇨기과에서 사용합니다. 원하는 모양을 선택해 음경피부 속에 집어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실리콘을 비롯해 바셀린, 파라핀 등을 액체 상태로 주입하는 건 절대 안 돼요. ‘선풍기 아줌마’가 사각턱을 고치려고 주입한 것이 바로 액체 실리콘이거든요. (바셀린, 파라핀, 실리콘을) 액체 상태로 녹여 주사기로 음경에 주입하는 거죠. 반드시 고생하게 돼 있어요. 빠르면 1년, 늦어도 2~3년 후엔 이물 반응으로 부작용이 생깁니다.
살이 다 썩어요. 초창기엔 파라핀을 많이 주입했죠. 파라핀은 부작용이 심각해요. 양초의 원료로 사용하는 물질인데, 액체 상태로 음경 속에 넣으면 처음에는 물렁물렁해서 괜찮은 것 같죠. 굵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초가 피부에 들어간 셈이니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버려요. 또 찜질방이나 목욕탕에 자주 가면 서서히 녹아서 주변 피부로 파고듭니다. 결국 음경에 혈액공급이 차단돼 피부 괴사(壞死)가 일어나죠. 섹스를 하면 할수록 피부가 더 썩겠죠. 결국 음경의 일부를 걷어내고 엉덩이나 허벅지 피부를 이식해야 합니다.”
음경 확대술에서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재수술을 뜻한다. 이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술받은 이후 부작용으로 썩어 들어가는 음경 조직을 되살리거나 실리콘 보형물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이 박사는 “이물질을 주입해 부작용이 생기면 끔찍할 정도”라면서 심각성을 지적했다.
“살이 썩고 농이 나와요. 액체 상태로 음경 조직에 넣기 때문에 요도에도 침투할 수 있어요. 나중엔 요도협착으로 오줌도 못 눠요. 끝내는 협착된 부위를 제거하고 요도재건수술을 해야 합니다. 또 음경 피부가 썩으면 이식을 해야 해요. 그런데 피부가 너무 많이 썩어 많은 양을 제거하게 되면 이식수술을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그 경우엔 일단 음경의 썩은 피부를 제거한 다음 음낭 피부를 절개해 음경을 감싸요. 그렇게 되면 귀두만 밖으로 나오고 음경 몸체는 음낭 속에 쏙 들어가 있게 되죠. 그래놓고는 두세 달 후 재건수술을 합니다. 만일 재건수술이 힘들면 음경이 평생 음낭 속에 들어가 있는 채로 살아야 합니다.”
그나마 비뇨기과 전문의가 하는 음경확대술은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는 편이다. 그에 따르면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음경확대술에 관심을 가진 지는 4~5년밖에 되지 않는다. 시대 조류에 맞게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는데, 최근에는 환자의 진피(眞皮), 혹은 동물의 진피를 이식하는 시술이 유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피부에 뭘 넣고 부풀리는 방식이었어요. 요즘은 조직공학이 발달하면서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같은 인공물질을 쓰지 않아요. 인공조직을 사용하는 거죠. 동물의 진피를 생체공학적으로 처리해 생체거부반응이 없도록 만든 겁니다. 주로 돼지나 소의 진피를 사용해요. 인공피부는 두께가 2mm밖에 안 됩니다. (인공피부로) 굵게 하려면 두세 장 이상 붙여야 해요. 비용이 350만원가량 든다고 들었어요.”
주로 엉덩이 피부 떼어내 이식
비뇨기과에서 사용하는 각종 고체 실리콘.
“이식하는 진피에는 지방조직도 포함돼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인체에 흡수돼요. 진피는 콜라겐 성분인데, 생체에는 콜라겐을 녹이는 효소가 있거든요. 성기가 확대되어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어요.”
또한 자신의 진피를 이식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세균 감염 등으로 자칫 이식 부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새살이 돋을 때까지 서너 달 동안 금욕하라는 주의사항을 지키지 못해 염증이 퍼져서 병원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다수의 비뇨기과 의사는 무리한 귀두(龜頭)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요즘은 귀두를 키우려는 남성이 많아요. 성형외과에서 주름을 없앨 때 사용하는 펄레인을 귀두 표피 점막층에 주입해요. 펄레인은 조루 환자에게 주입하기도 합니다. 귀두가 가장 예민한 부분인데, 펄레인이 들어가면 감각이 저하되거든요. 귀두도 커지고 조루 치료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너도나도 하는 거죠. 그런데 무면허업자가 펄레인을 구해 주사를 놓는가봐요. 펄레인을 귀두 곳곳에 마구 주입하면 피부에 흡수되는 정도가 달라 성기가 울퉁불퉁해집니다. 그러면 병원에 리모델링하러 오게 되죠. 펄레인은 보톡스와 비슷해서 인체에 흡수돼요.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비뇨기과에선 귀두를 확대할 때 펄레인을 쓰기도 하고 저장진피나 환자 자신의 지방을 주입합니다.”
이 박사는 “인체공학 지식이 풍부한 비뇨기과 의사만이 음경의 길이를 연장할 수 있다”면서 “굵게 하는 것보다 길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길이 연장술엔 한계가 있어요. 보통 1.5cm가량 늘일 수 있어요. 성기 안쪽에 해면체가 있어요. 해면체에 피가 가득 차면 발기하는데, 몸속에 1.5cm쯤 숨겨져 있어요. 또 음경과 치골을 연결하는 부위에 인대가 있는데, 발기하면 거총처럼 설 수 있게 당겨주는 구실을 해요. 이 인대를 분리하면 길이를 늘일 수 있죠. 인대 일부를 자르는 겁니다. 인대와 치골과 페니스 사이 조직을 분리해 2~3cm 길이를 확보하고선 인공조직을 치골과 페니스 사이에 끼워 넣어요. 현재로선 이 길밖에 없어요. (그런데) 인대를 너무 많이 쳐내면 발기 각도가 뚝 떨어져요. 성기를 거총처럼 당겨주지 못하는 거죠. 수술해봐야 평상시에 길이가 연장되는 것뿐입니다. 또 발기 각도가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야 해요.”
음경 확대술을 하면 굵기는 30~40%, 길이는 1.5~2cm까지 늘일 수 있다고 한다.
음경피부에 보형물이 들어가면 발기조직이 파괴된다고 한다. 보형물이 음경을 딱딱하게 만드는 해면체를 파괴하기 때문. 다시 말해 음경에 보형물이 들어가면 자연발기가 안 되는 것이다. 대체로 발기부전 남성이 음경보형물을 선택한다고 한다.
비뇨기과는 외과지만 내과적 요소가 많다. 전립샘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염 치료 등이 그렇다. 남성의학 분야가 본격 개척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최근엔 성기능 장애도 많이 다루고 있다. 실제로 비뇨기과에는 조루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 환자보다 전립샘비대증과 요로결석, 요실금 환자가 더 많다.
시아버지와 함께 온 여성
이 박사는 “요즘은 예전과 달리 30~40대 여성이 (비뇨기과를)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편”이라면서 “성에 대한 여성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한번은 30대 후반 여성이 시아버지와 함께 왔어요. 남편에게 ‘비뇨기과에 가자’고 하니 ‘안 가겠다’고 했나봐요. 시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남편의 발기부전 상담을 받고 갔어요. 나중에 시아버지가 아들을 병원으로 보냈더라고요.
발기부전과 조루증 환자 중에 누가 아내한테 더 기를 못 펼 것 같아요? 조루 남자들이에요. 대체로 부부가 같이 병원을 찾아와요. 의사가 ‘얼마쯤 있다가 사정하시냐’고 물어봐요. 남편이 ‘3~5분’이라고 대답하면 옆에 서 있던 아내가 ‘뭐라고? 1분도 안 되면서’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요. 그러면 남편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안 해요. 조루는 사정이 자기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삽입 후 1~2분 이내, 혹은 왕복운동 15회 이하에서 사정하는 경우를 조루증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요즘엔 파트너가 만족하기 전에 사정하는 것을 조루라 합니다.”
이 박사는 또 “노인 환자의 상담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비뇨기과에는 노인 환자가 많아요. 전립샘과 방광, 콩팥 등의 이상이 아무래도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예전엔 노인들이 경제권이 없으니 아파도 오질 않았어요. 요즘은 달라졌어요. 전립샘비대증으로 찾아와서는 꼭 비아그라 처방까지 받아가요. 70대 중에는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갖는다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평소 건강관리를 잘한 거죠. (건강관리는) 늙어서 표가 나거든요. 제일 중요한 것이 금연입니다. 골초의 경우 40대부터 서서히 발기부전이 올 수 있어요. 특히 습관적으로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발기 자체가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