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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1년,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의 토로

“사실 아니라는 핑계 하나만 있어도 방송 내리고 싶었다”

  • 김승훈 동아닷컴 기획취재팀 기자 huni@donga.com

‘황우석 사태’ 1년,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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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기준으로 방송 결정을 내렸습니까.

“우리가 고민했던 건 ‘만일 줄기세포가 2개 있고, 그걸 11개로 부풀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요. 줄기세포가 1개도 없는 상황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죠. 그건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용서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우리가 두 번이나 테스트했는데, 두 번 다 2번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2번이 가짜라는 건 나머지 3번부터 12번까지 가짜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걸 의미하죠. 황 교수도 줄기세포가 단 1개라도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어요. 줄기세포가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을 안 한다면 직무유기죠.”

▼ 황 교수를 죽이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이었나요.

“죽이는 게 아닙니다. ‘황우석 신화’가 지닌 병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병증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어요.”

‘죽인다’는 말이 그를 자극한 것일까. 최 팀장은 “황 교수를 파멸시킨 건 PD수첩이 아니다. 황 교수 본인이 스스로를 파멸시킨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처음’이란 언제를 가리킵니까.

“황 교수는 2005년 5월 ‘줄기세포를 11개 수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신문, 방송에 대서특필됐죠.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그의 말 한마디를 받아내기 위해 애걸할 정도였죠. 그걸 보고 있자니 과학자 한 사람의 연구에 대해 언론이 보도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지나치게 한쪽 면만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당시 줄기세포와 관련해서는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잖습니까. 미국 정부는 연구를 허용하지 않았죠. 우리나라에서도 민주노동당이나 생명윤리 전공자, 천주교 쪽에서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무시됐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학수가 PD수첩팀으로 발령받았어요.”

한학수 PD가 등장하면서 대화의 주제는 ‘줄기세포 진위’를 추적하게 된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학수는 논쟁적인 사안을 정리하는 걸 좋아해요. 한국의 진보운동이 역사적으로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운동사적 관점에서 정리한 ‘한국의 진보’(3부작)도 그렇고…. 그런 친구가 ‘부시와 황우석, 세기의 논쟁’을 추진해보겠대요. 그때 이 친구가 줄기세포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죠. 결국 방송은 안 됐지만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은 많이 쌓았습니다. 그러다 6월1일 K(PD수첩팀은 제보자를 이렇게 부른다)가 우리에게 ‘2005년 줄기세포는 가짜’라고 제보했습니다. 나는 학수가 줄기세포에 대해 공부도 했고 사전 지식도 있으니까 비교적 쉽게 검증할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가기 위한 테스트랄까, 그런 걸 할 능력이 있을 거라고 본 거죠.”

“우리가 한 일은 약이 될 것”

▼ 방송 여부를 놓고 MBC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렸던 것으로 압니다.

“취재한 내용을 방송하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시청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도할 필요가 없는 건 안 해도 되겠죠. 하지만 분명히 팩트(fact)가 있고 보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언론사가 스스로 판단해서 킬(kill)해서는 안 되죠. 언론사가 그냥 킬 하겠어요? 킬하는 과정에는 ‘거래’가 있어요. 결국 국민이 피해를 봅니다. 사람들이 ‘2개를 11개로 뻥튀기했다면 방송을 안 했겠네요’라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고민은 많이 했을 테지만 결국 방송을 강행하려 했을 겁니다. 물론 회사에선 말리려들었겠죠. 그 과정에서 MBC의 내부 균열도 심각하게 일어났을 겁니다.”

▼ 당시 국민의 충격도 엄청났고, PD수첩 보도 내용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황우석 사태’가 대한민국에서 밝혀진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이 PD수첩팀이 국익을 훼손했다며 섭섭하게 여기는 건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황 교수가 유일하게 고유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진데다, 또 그가 연구를 못하게 됨으로써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된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많은 연구자가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PD수첩 보도 후 과학계는 시스템도 갖추고 연구진실성위원회도 만들며 자정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은 건 과거에 꿨던 꿈이 너무 컸기 때입니다. 우리가 겪은 일이 반드시 약으로 작용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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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동아닷컴 기획취재팀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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