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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속살

‘휴대전화 문자질’에 바쁜 심사위원, 술자리서 ‘동문’ 챙기는 간부

  • 박미옥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

대학생 눈에 비친 한나라당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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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한 심사위원은 “대학생만의 참신한 발상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는 전체 평을 내놓았다. 실제로 몇몇 스피치는 창의력이 없는 단순비판에 머무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대학생들이 참신한 발상을 담아 주장을 펼쳤다 해도 과연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예선과 본선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의식을 실제의 당 정책이나 운영과정에서 수용하려는 자세나 제도적 장치는 찾을 수 없다는 게 대회 기간 느낀 가장 큰 한계였다. 참가자들이 이를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는 둔감한 마인드야말로 한나라당이 처한 심각한 위기를 보여주는 일단이 아닐까.

젊은이들이 말하는 합리적 보수, 건전한 보수란 ‘수구’가 아니다. 정책 중심적이고 깨끗한 정치를 하는 보수, 그것이면 충분하다. 담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여온 인습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로 잉태된 정당 역시 고립될 뿐이다. 이는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압승은 국민의 열렬한 지지의 결과라기보다는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의 반사작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찍을 당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지지가 없는 한, 한나라당에는 미래가 없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당을 정치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기업으로 가정하고 마케팅의 관점으로 국민에게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즉 마케팅의 핵심전략인 시장 세분화, 표적시장 선택, 그리고 포지셔닝의 단계를 통해 국민이 만족할 만한 ‘디테일한’ 정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당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 해도 대의만 바라보며 사사로운 일을 가벼이 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새로운 포지셔닝 역시 필수이다. 한나라당이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쪽짜리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지지층을 확보하려면, 특히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노력함으로써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또한 상대 당이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진통이나 신당 창당을 두고 분열로 치닫는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나라당이 해야 할 정치적 역할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 즉 상대당과는 차별화된 독자적인 정체성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못한 카드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이 금상을 받은 것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주변에서는 한나라당과 관련이 있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한나라당이 주최하는 대회에 나가 상까지 탔으니 아마도 그 당에 입당하려는 모양인데, 정말 의외라는 시선이었다.

물론 한나라당을 보는 젊은이들의 관점은 다양하다. 혐오집단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점을 꼽자면 요즘의 20대들은 쉽게 어떤 특정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와 우라는 극단적인 성향을 갖기보다는 남보다 더 잘하는 정당, 최선을 다하는 정당에 지지를 보낸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미지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보수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는 생각보다 많다. 다만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정당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망과 불신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처럼 한나라당이 단순한 형식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 어린 자세로 젊은이들의 말에 공감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못한 탓이 크다. 격리된 집단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단순히 대학생들의 정치비판을 들으라는 게 아니다. 그들의 고민이 뭔지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나라당이 준비했어야 할 가장 세련된 카드였다.

‘보수’라서 화내는 게 아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정치인과 악수를 하거나 언론의 플래시를 받기 위해 그 대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정치의 현실과 그들의 속사정을 듣길 바라는 젊은이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회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같은 고향과 학교 출신을 찾아 인맥을 형성하려는 국회 관계자의 행동이나 국회의원들끼리만 주고받던 연설의 내용은 대학생 참가자들을 정말 단순한 ‘참가자’에 머무르게 했다. 남의 잔치에 잠시 온 손님처럼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이라는 폐쇄된 한 층을 본 것이었다.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정당, 사실이었다.

대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은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보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젊은이들이 ‘보수’하면 화부터 낸다고 오해하는 듯했다. 한마디로 코드 자체가 다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먼 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정당이어야 한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만 활짝 웃는 정당이 아니라 대회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환한 미소로 남는 정당이어야 했다. 하지만 참가자 중 몇 명이나 그런 미소를 떠올리며 돌아갔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정치라고 하면 누구나 혀를 내두르는 게 현실이다. 한국 국회의 난투극이 뉴질랜드의 한 와이셔츠 광고에 등장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바로 국제사회에 비친 한국의 정치 수준이다. 그 정점에서 한나라당이 내비친 속살은 아직 새까맣다. 진부한 비유지만 변화에 둔감한, 흐르지 않는 물은 아무도 마실 수 없다. 한나라당이 하루빨리 국민이 마시고 싶은 물을 공급하는 정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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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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