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의 규모는 200억원대.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진 대표가 투자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달 만에 200억원이 모였다. ‘진대제’라는 이름을 보고 수십억원을 베팅한 기업인들도 있다고 했다. 진대제 펀드 1호는 두 차례 더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어서 운영자금은 300억∼4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T업계는 벌써부터 그가 ‘찍을’ 기업이 어딘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벤처생태계 복원하겠다”
진 대표는 2006년 한 해에만 무려 네 개의 명함을 만들었다. 정보통신부 장관,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후보,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석좌교수,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이사. 그런데도 언론은 여전히 그를 여권의 대선후보군(群)으로 분류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 진대제’ 시절은 거의 잊은 듯 보였다. ‘새로운 꿈’에 푹 빠진 사업가라고 할까. 인터뷰 중 간간이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진 대표와의 면담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전공 분야로 돌아온 셈이네요.
“요즘 엄청 바쁩니다. 여기가 무슨 복덕방 같아요.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거든요. 투자해달라는 분도 많고, 회사를 차리려는데 코치 좀 해줄 수 없겠냐는 분도 있어요.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들고 와서 저에게 품평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몇 마디 칭찬을 해주면 큰 격려가 됐다며 흐뭇해하죠. 좋은 IT기업 많이 육성해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게 제 꿈이었어요. 이번에야말로 그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이 무지 재미있습니다.”
▼ 회사 이름에 ‘육성(育成)’이란 의미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어요. IT업체들의 기본적인 현황도 솔직히 몰랐어요. 정통부 장관할 때 조금 깨달았죠. 외국에서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저더러 한국의 우수한 IT기업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삼성 LG SK나 KT정도만 얘기해줬어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번듯한 곳이 10개 업체가 안 돼요.
한국 벤처기업의 역사가 15년쯤 됩니다. 그 사이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부화하고, 어떤 건 죽거나 도태됐어요. 그럼 개구리를 닮은 올챙이라도 몇 마리 있어야 정상인데, 온전한 개구리(대기업)로 성장한 게 몇 개나 됩니까. 벤처 생태계가 이미 파괴된 것이나 다름없어요. 민간에서 자발적인 힘으로 벤처를 창업한 게 아니란 얘깁니다. 정부가 지원하다보니 돈은 많았죠. 그러나 어디에 투자할지를 몰랐어요. 어디든 투자는 해야 하니까 ‘묻지마 투자’로 흐른 겁니다. 미국에선 이런 행태를 ‘스프레이 앤 프레이(Spray · Pray, 돈 뿌리고 나서 잘되기만 기원하는 전략)’라고 비난합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할 때 뛰어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옥석을 가릴 만한 정보력도 약하고, 자칫하면 세금을 낭비할 것 같아 못 했어요. 무엇보다 제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잖아요. 자기 돈이어야 절박함과 책임을 느끼지 않겠어요?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사 인사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갖고 투자유치설명회도 열었는데 그저 의례적인 행사로 끝났어요. 이걸 보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다르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