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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丁亥年은 행복할 거라 생각하나요?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당신의 丁亥年은 행복할 거라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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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100달러짜리 라디오를 50달러에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다른 도시까지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하지만 10만달러짜리 자동차를 50달러 깎아보겠다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100달러짜리를 50달러 깎아서 샀다면 횡재한 기분이 들지만, 10만달러짜리 자동차에서 50달러는 ‘새발의 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달러에서 50달러를 깎든, 10만달러에서 50달러를 깎든 돈의 가치는 동일하다.

20달러짜리 콘서트 티켓도 마찬가지다. 한번 구입했다 잃어버린 티켓은 ‘과거’가 있다. 그래서 다시 사려니 2배의 돈을 치르는 것 같아서 아깝다. 반면 20달러 지폐를 잃어버린 것은 ‘과거’가 없다. 그래서 20달러짜리 콘서트 티켓을 사는 게 아깝지 않다. 똑같이 20달러를 손해 본 것인데도 이렇게 감정은 큰 편차를 보인다.

싱싱한 사과를 아껴두고 썩은 사과를 먼저 먹는 심리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믿는 착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을 아주 차가운 물속에 60초 동안 담그고 있었던 경우와, 같은 온도의 물 속에 60초 동안 담갔다가 그보다 약간 덜 차가운 물속에 30초 동안 담갔던 경우 나중에 고통의 정도를 물어보면, 60초 동안 담갔던 사람이 90초 동안 담갔던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한다. 90초 동안 담갔던 사람은 아주 차가운 물에서 덜 차가운 물로 옮기면서 좀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결말 부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착각’을 유발한다.

60세까지 화려한 삶을 살다 60세 이후 그럭저럭 살다 죽는 쪽보다, 화려한 삶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죽기 전까지 멋진 삶을 사는 쪽을 더 선호한다. 삶에서 누린 즐거움의 총량보다는 삶이 마감되는 시기의 질적인 측면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을 행복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합리화’를 꼽았다. 새 차를 뽑기로 마음먹은 뒤 도요타냐 혼다냐 고민 끝에 혼다 쪽으로 결정한 다음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도요타 광고는 대충 훑어보더라도 혼다 광고는 샅샅이 본다. 광고는 제품의 장점만 담고 있는 불완전한 정보다.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대한 광고만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이 성공한 증거를 제시한 다음, 자신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과거의 구체적인 행동을 회상해보라고 했다. 결과는? 앞의 집단은 자신이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스스로를 소개했던 외향적인 상황을 기억해내고 뒤의 집단은 누군가 좋아하면서도 수줍어서 말을 건네지 못했던 일을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상력의 오류로 행복해지다

수많은 심리학적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상상력이 범하는 오류다.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며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이런 착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결론을 내리자. 미래에 대해 어쭙잖게 안다고 생각하는 상상력의 결함은 사실 한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경제학자들은 부가 ‘한계효용체감’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즉 연간 5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1만달러를 버는 사람보다 행복하지만 매년 500만달러를 버는 사람이 10만달러를 버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돈은 갈수록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일을 그만하고 놀아야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계속 일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수고보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대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믿는다. 자녀와 돈이 행복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것, 그것이 거짓 신념이라고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사회는 개인들에게 이런 행복의 신념을 계속 퍼뜨려야 유지될 수 있다. 행복이라는 덫에 빠진 기분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의 제목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원제 Stumbling on Happiness)는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실제 경험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남과 다르다’고 믿기 때문에, 오류투성이인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고 그래서 늘 행복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집으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착각 또한 버려라.

신동아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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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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