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인상파 화풍의 비밀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7-06-04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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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파 화풍의 비밀

    오르세미술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밀레의 ‘만종’을 보고 있다.

    4월2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르세미술관전이 시작됐다. 한국에 잘 알려진 밀레의 ‘만종’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개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작품을 출품한 오르세미술관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걸작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 등 최고의 인상파 작품들이 이번에 출품됐다.

    인상파 거장들은 빛의 변화에 따라 즉흥적인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다. 그래서 하늘은 항상 파란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붉기도, 노랗기도 했다. ‘내가 하늘을 붉다고 본다. 그러므로 하늘은 붉다’는 것이 인상파 화가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시력장애가 독특한 화풍을 결정하는 이유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모네는 1912년 72세의 나이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드가도 말년에 심각한 눈병을 앓았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대사장애를 일으키면서 투과성이 떨어져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백내장 환자들은 노란색은 잘 보지만 파란색 계열을 잘 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모네의 그림에는 세부 묘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물체가 흐릿하게 표현돼 있으며 노란색이 많이 사용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마이클 마모르 교수는 컴퓨터를 통해 백내장에 걸린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모네나 드가의 화풍과 비슷한 그림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의 풍경’, 드가의 ‘목욕하는 여인’과 비슷한 실제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리고 그들이 앓았던 백내장과 망막 질환이 있을 때 사진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사물이 흐릿하고 어두워졌으며 갈색이나 노란색 계열이 나타났다. 이로부터 마모르 교수는 “시력장애가 명작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3년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인상파 화가는 근시였으며, 이런 시력의 약점이 걸작을 낳은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호주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노엘 댄 박사는 외곽선이 부드럽고 세부 묘사가 없으며 역동적인 색상을 활용한 인상파 작품의 특징은 근시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화가들의 작품에서 붉은색이 유난히 많이 사용된 것은 스펙트럼이 짧은 파란색보다는 붉은색을 더 잘 인식하는 근시의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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