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웰빙 신도시’ 일산

긴 잠 깨고 제2 도약 준비하는 ‘서북 대도심’의 진주(眞珠)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06-05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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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자유로가 뚫리고, 주상복합보다 더 좋다는 오피스텔 단지가 입주하고, 한류우드가 완공되고, 인근 택지지구들이 정비돼 1500만평의 ‘서북부 대도심권’이 완성되면 일산은 ‘한국 신도시의 대명사’ 자리를 탈환할지 모른다. 한때 분당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던 아파트 시세도 어느새 80%선을 회복했다.
    ‘웰빙 신도시’ 일산
    마포까지 15km, 용산까지 20km, 광화문까지 25km, 강남까지 40km.

    새벽형 인간이 아닌 이상 출퇴근시간에 자유로에서 ‘속도의 자유’를 기대하긴 어렵다. 아파트 가격에서 일산이 분당에 밀리는 이유는 교통체증과 더불어 강남 등 서울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 일산이 움직이고 있다. 교하 택지지구 62만평에 운정 택지 1·2지구 285만평, 여기에 택지 추가지정 212만평 등 총 558만평의 파주 신도시가 인근에 들어서고, 일산 2지구, 풍동지구, 식사지구 등 110만평이 새로 개발되는 등 주변의 널따란 농지들이 속속 택지지구로 바뀌고 있다.

    군데군데 일산을 감싼 완충지역들이 전부 신도시로 이어지면 일산은 일산 신도시와 파주 신도시를 중심으로 화정, 행신, 덕이, 가좌·대화지구를 아우르는 최대 1500만평의 자족 신도시가 된다. 지금도 일산은 476만평으로 594만평의 분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신도시다. 또한 2009년 개통을 목표로 제2자유로를 건설하고 경의선 복선화 작업이 완료되면 교통망도 크게 확충될 전망이다.

    일산 호수공원 옆에는 킨텍스 전시장이 확장일로에 있고 미국의 할리우드를 본뜬 한국판 테마파크인 한류우드 단지가 2005년 12월 착공돼 201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한류우드 30만평에는 놀이공원과 영화기획제작단지, 복합 쇼핑몰, 주상복합 등이 건립될 계획이다. 한류우드가 완성되는 시점쯤에는 지하철 3호선 백마역과 마두역, 한류우드를 연결하는 경전철 설치를 요구하는 여론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발산 단독주택단지

    빨간 벽돌에 싱싱한 담쟁이 덩굴이 매달려 있다. 녹색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자전거 2대와 나팔꽃밭, 뛰노는 애완견이 보인다. 예쁜 집, 주택전시장, 인기 드라마 촬영장소, 유럽풍 마을 등으로 유명한 일산의 ‘베벌리 힐스’. 연예인이 많이 살고 유명 건축가가 공들여 설계한 ‘작품주택’도 많다.

    마두동, 장항2동, 정발산동 일대의 단독주택지는 70~100평씩 총 935필지로 신도시 조성 초기단계인 1992년 7월부터 분양됐다. 초기엔 분양 실적이 저조해 단독주택지를 전부 파는 데 2년 이상이 걸렸다. 초기 분양가는 평당 140만~150만원, 70평짜리 1필지에 1억원 안팎이었다. 그후 15년 만에 10배가 올라 10원억이 됐다. 건폐율 50%에 용적률 100%를 적용, 공사비 5억원을 들여 멋진 주택을 지어놓으면 시가 15억원짜리 집이 된다.

    이곳에 집을 지으려면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경사지붕은 필수 권장사항이다. 둘째, 담 높이는 1.2m를 초과할 수 없다. 셋째, 담장과 대문은 투시형으로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옆집과의 경계에는 생울타리를 칠 순 있지만 높이 70cm를 넘을 수 없다. 넷째, 최고 층수는 2층이다. 3층짜리 집은 지을 수 없다. 겉에서 3층이 넘어 보이는 집도 들어가 보면 2층이다.

    이곳에 집을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벽돌, 목재, 철재를 쓴다. 한옥집도 드물게 보인다. 대개 실내에는 벽난로를 놓고 마당이 내다보이는 곳에 창문을 만든다. 1층에는 천장 높은 오픈형 거실과 방 1칸, 식당을 배치하고 2층에는 테라스와 3칸의 방을 둔다. 2층 천장에는 다락방을 만들고 일명 ‘뻐꾸기 창’이라 하는 돌출 지붕을 만들어놓기도 한다. 자재의 질과 공간배치, 입지, 디자인, 조경 작품성에 따라서는 추가 가격 상승 여력이 많은 곳도 눈에 띈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무엇이 좋을까? 첫째는 넉넉함과 편안함이다. 건축물 외에 마당이 있어 아파트와 달리 여유 공간이 더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다. 둘째는 내가 만들고 소유하는 내 집이라는 점이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이지만 단독주택은 말 그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집이다. 내 감각과 생각을 건축물에 반영할 수 있고, 애완동물을 자유로이 키울 수 있으며, 심고 싶은 꽃과 나무를 원하는 곳에 심을 수 있다.

    ‘웰빙 신도시’ 일산

    ‘베벌리힐스’라 불리는 정발산 단독주택 단지(위)와 올해 8월 입주가 시작되는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 SK M-city.

    셋째, 층수가 높지 않아서 좋다. 그러고 보면 높은 아파트가 최고 가격을 갱신하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사람들은 다시 땅을 그리워한다. ‘높은 곳에 살아보니 역시 사람은 땅 위에 살아야 하는 것 같더라’가 요즘 다수 중장년층의 생각인 듯 하다. 넷째, 그에 따른 희귀성이다. 이제 서울에는 한마디로 고급 단독주택지가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눈만 뜨면 들어서는 아파트와 쏟아지는 공해, 복잡한 생활환경이 조용하고 살 만한 전용주거지역을 잠식하는 탓이다.

    반면 단독주택의 단점은 관리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주인이 주택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를 줄 자신감과 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워놓으면 죽고 마는 생물과 같은 것이 단독주택이다. 부대·편의·보안시설도 주상복합이나 요즘 새로 짓는 고층 아파트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진다.

    어쨌든 일산 단독주거단지는 신도시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공한 단독주택지다. 실제로 LA 베벌리 힐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주택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탄다. 해발 86m 남짓 솟아 있는 정발산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 두 개 단지로 나뉜 단독주택지는 나름대로 지역별 특색을 가지고 있다.

    정발산 서쪽 마두동 일대 단독주택 마을은 주택 5채당 1곳의 넓은 주차공간이 배정돼 있다. 가구당 3대씩 주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이면도로에 차를 세울 필요가 없어 단지 내 통행을 수월하게 한다. 이곳 단지 안에는 일산의 명문 정발중학교가 있고 청구, 건영 등 고급 빌라들이 완충지대 노릇을 하며 단독주택단지를 감싸고 있다.

    정발산 동쪽 단독주택단지는 장항동과 정발산동으로 나뉜다. 정발산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집이 있던 곳이다. 70평짜리 2필지를 묶어 140평 대지 위에 들어선 한옥 스타일의 이 집은 벽돌을 성처럼 쌓아 웅장하다. 이곳 단독주택단지에는 140평 2필지짜리 대지에 지어진 집이 20가구 안팎 있는데, 그 집들은 70평짜리 필지에 들어선 주택에는 없는 넓은 마당과 조경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집들의 현 시가는 30억원 선으로, 소유주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정발산동에는 저동고등학교가 있고 인접한 장항동에는 저동초등학교가 있다. 정발산동과 장항동 단독주택지에는 넓은 주차공간을 배치하지 않아 가구별로 따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거나 이면도로 주차가 불가피한 것이 약점이다.

    일산 빌라의 대명사, 건영빌라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트는 흔한 집이 되고 단독주택은 귀한 집이 된다. 서울의 북촌 한옥지역과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논현동, 삼성동 일대의 기존 단독주택들도 점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일산처럼 공인된 단독주택지가 생겨나고 있는 곳은 판교, 풍동, 동탄, 동백, 흥덕 등 요즈음 분양하거나 입주하는 신도시 정도다.

    일산에는 대형 공원이 2개 있다. 호수공원과 정발산공원이다. 호수공원은 전체면적 31만3000평으로 호수의 면적만 9만1000평이다. 평일에는 7000명이 이용하고 주말에는 3만명이 이용하는 일산의 ‘행복공원’에 다름아니다. 4.7km의 자전거 도로와 총 연장 7.5km의 호수를 둘러싼 긴 산책로가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만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음악을 듣는다. 꽃 전시장에는 때마다 꽃박람회가 열리고 화훼판매장에서는 예쁜 꽃을 판다.

    정발산공원은 일산 신도시의 중심에 있는 나지막한 야산공원이다. 정발산을 둘러싸고 조성된 19만5000평의 녹지공간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일산 주택가가 가지런하게 내려다보이고 한편에서는 생태연못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산 주민은 정발산공원과 호수공원을 번갈아 다니며 자연과 접하고 산책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정발산공원을 가운데 두고 주엽동과 마두동은 커다란 아파트 단지를 형성한다. 주엽동에는 강선마을과 문촌마을이, 마두동에는 강촌마을이 대표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일산은 정발산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모양새다. 신도시 끝에는 쌀을 생산하는 절대농지가 둘러싸고 있고 도시의 경계에는 보초병처럼 건영빌라가 들어서 있다. 건영은 우성, 우방, 청구와 더불어 한 세대를 풍미하던 주택건설회사다. 건영은 1990년 일산 신도시 택지를 분양하면서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신도시 경계선의 빌라 부지를 싹쓸이했다. 예상은 적중해서 100% 분양 성공을 거뒀으며, 이를 통해 회사를 돈방석에 올려놨지만, 결국 그것이 부도에 이르게 하는 화근이 되고 말았다.

    ‘웰빙 신도시’ 일산

    스트리트형 쇼핑몰 ‘라 페스타’(위)와 종합전시장 ‘킨텍스’.

    시장이 좋을 때 현금을 챙기기 위해 한꺼번에 너무 욕심을 낸 것이다. 사들인 땅에 허가가 나오는 대로 빌라를 분양했지만 약속한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했다. 건설회사의 자재, 인력, 시황을 감안하지 않고 강행한 분양은 엄청난 지체보상금과 하자보수금액으로 구멍이 났다. 건영은 일산에서의 방만한 자금관리에 시화지역에서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맞물려 결국 1996년 부도를 냈다.

    그럼에도 건영빌라는 일산 빌라의 대명사다. 아파트와 똑같이 지역난방 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리비도 저렴하다.

    신도시 요지에 지어진 자연친화적 단지이고,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따라 오른다. 어쩌면 4층짜리 저층 아파트와도 같다. 주차장은 대부분 지하로 들어가 있고 공간이 넉넉하다. 당연히 세대별 대지지분이 높은 데다가 동일한 아파트 가격으로 10평쯤 넓은 평수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피스텔의 힘, SK M-city

    22·31평형이 주를 이루는데 31평형은 방 3칸, 화장실 2칸 구조의 계단식이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은 불편할 수도 있다. 그중 전철역 정발산역이 가깝고 정발산공원, 단독주택지역에 인접한 곳이 인기가 높다. 그곳이 정발 5·6·7단지다. 정발 5단지와 6단지는 46·47·57평형 등 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발 7단지는 35·46·47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밖에 위치가 좋거나 가구수가 제법 되는 양지건영빌라, 성저건영빌라, 흰돌건영빌라도 꾸준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저 자리에 주상복합이 들어와야 일산 아파트 값이 올라갈 텐데 웬 오피스텔이람….”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일산 주민들이 마주보이는 오피스텔 단지를 보고 한마디씩 한다. 일산에서 가장 볼 것 많고 화려한 곳은 오피스텔 지구다. 일산을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 남겨둔 땅. 큰 빌딩이 들어서고 대기업이 옮겨오기를 바라던 그곳엔 10년째 우후죽순으로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다.

    3만 가구가 넘는 오피스텔이 포진한 장항동 일대는 한동안 과도한 물량공급에 밀려 찬밥신세였다. 지금은 이런 오피스텔이 다시 꿈틀거린다.

    80%가 태생부터 주거용이고 실제로도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현행 세법(稅法) 체계가 유지된다면 틈새상품으로 한 번쯤 오름세를 탈 만한 아이템이다. 오피스텔은 종부세나 양도세에서 비교적 안전할 뿐 아니라 사업자등록 등 업무용 처리를 해놓으면 주택 수로 계산되지도 않는다.

    호수가 내다보이는 요지에는 코오롱 레이크폴리스Ⅰ, Ⅱ, Ⅲ와 삼성스위트, 대우메종리브로, 삼성라끄빌, 삼성메르헬하우스, 호수그린, 청원레이크빌, 중앙하이츠빌 등 일산 내 인기 오피스텔이 도열해 있다.

    그 뒤쪽으로도 정발산공원까지 중소형 오피스텔들이 바둑판처럼 가득 들어찼다. 호수로 변의 오피스텔은 잘만 고르면 아파트 못지않다. 편의시설이 풍족하고 호수공원이 그림처럼 보인다. 23평형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로 임대료도 싸다. 서울 테헤란로의 절반밖에 안 된다.

    얼마 후면 오피스텔이 가득 차 수도권 최대의 오피스텔 타운을 이룰 이곳에 또 ‘황제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올해 8월 문을 여는 SK M-city다. 장항 IC를 통과해 일산 초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웅장한 4개의 빌딩이 MBC 드라마센터와 함께 공사 중인 SK M-city다. MBC 제작센터 단지 내 SK M-city는 지하 4층, 지상 15층 총 646가구로 31·33·34평형 320실과 44·47평형 254실, 54·55평형 62실, 60평·61평형 10실로 이뤄졌다. 전용률이 79%에 육박하는 데다 하층부에도 다양한 상업시설을 배치해 ‘무늬만 오피스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실상의 주상복합이다.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의 차이는 단 하나, 발코니가 없다는 것뿐이다. 주상복합의 발코니도 전용면적으로 포함해서 과세하겠다는 국세청 발표 후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의 차이는 더욱 모호해졌다.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M-city의 땅주인은 MBC다. MBC는 1만4348평의 땅을 방송센터 이전부지로 사들였으나 이 땅을 전부 다 제작센터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분양용 오피스빌딩과 오피스텔을 짓기로 했지만 민간 방송사의 수익사업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많아 수년의 검토기간을 보냈다. MBC는 SK건설과 공사비 물건대납방식으로 합의를 본 뒤 결국 4000평에 드라마 제작센터를 짓고 나머지 땅에는 오피스텔과 오피스, 상업시설을 지어 분양했다.

    호수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54·55·58·61평형은 화장실이 2칸이고 거실과 방이 4칸이라 고급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단지 내에서 일산 호수공원으로 넘어가는 전용육교를 설치해 호수공원의 쾌적함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에는 아이스링크, 1층에는 명품관, 2층에는 피트니스센터와 병원, 3층에는 옥상공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온다. 지하 대형 상가 이름은 ‘드라마 파크’로, MBC 제작센터와 함께 톡톡한 시너지 효과를 낼 듯하다. 이 외에 후면에 1만9000평의 오피스빌딩도 들어선다. 요컨대 요즘 유행하는 신도시의 매머드 복합단지와 강남 주상복합의 중간 형태를 보여주는 게 SK M-city다.

    일산 초입인 백석역 주변에도 오피스텔 숲이 형성돼 있다. 동문 굿모닝힐 15~32평형 1546실과 오딧세이를 재분양한 18~64평형의 브라운스톤 1069실, 10~41평형 비잔티움 460실 등 1만가구에 가까운 대형 오피스텔 단지가 도로변에 포진해 있다. 독신자, 부모로부터 갓 독립한 직장인, 신혼부부들에게 일산 역세권의 오피스텔은 주거시설로 아파트를 대신하고 있다.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은 일산의 대표적인 상업시설로, 정발산역에서 마두역에 이르는 유럽풍 스트리트형 쇼핑몰이다. 스트리트형 쇼핑몰이란 동일 건물 내의 상가지만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처럼 점포가 쭉 늘어서 있어 걸으면서 쇼핑을 하도록 만들어놓은 가로형 상가를 말한다.

    2003년 8월, 일산 서쪽 6600평의 상업지역에는 라페스타라는 쇼핑몰이 들어왔고. 2007년 3월 반대편 블록 9271평에는 웨스턴돔이 문을 열었다. 이 상업건물들은 일산 신도시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 보행자의 동선이 쉽게 나오도록 설계했고 상가에 문화적 요소도 가미했다. 둘 다 넓은 광장이 딸려 있어 시시때때로 그 광장에서 아기자기한 이벤트와 각종 쇼 등 볼거리와 재미있는 공연이 열린다.

    라페스타는 길이 300m, 최대 폭 28m의 땅에 4층, 5층짜리 건물들이 거리형 상가로 배치돼 있다. A동에서 F동까지 6개의 테마 동으로 나눠져 있다. 웨스턴돔은 지하 2층, 지상 10층, 연면적 3만5000평인데, 지하 1·2층은 주차장이고 지상 1~4층은 내로라하는 브랜드가 밀집한 각종 상업시설, 3층 일부부터 10층까지는 웨스턴타워라 불리는 4개동의 오피스빌딩으로 구성된다.

    두 쇼핑몰은 모두 상층부에 영화관을 넣어 모객(募客) 효과를 높였는데 라페스타 3·4층에는 롯데시네마가, 웨스턴돔 3·4층에는 CGV가 자리잡았다. 양쪽 다 1층에는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의류 및 화장품 매장 등을, 2층에는 푸드코트를 배치했다. 라페스타는 야간에 몰려드는 엄청난 유동인구를 축으로 한 10, 20대가 주 고객이고 웨스턴돔에선 좀더 구매력 있는 직장인이나 가정주부가 많이 눈에 띈다.

    앞으로 일산의 대표상권은 라페스타에서 웨스턴돔으로 서서히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돔이 업그레이드된 새 상가인데다가 천장에 돔을 씌워, 오픈형 천장의 라페스타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일 뿐 아니라 웨스턴돔 인근에 MBC 드라마제작센터, SK M-city 등 대규모 건물 신축이 예정돼 있어 고정·유동 인구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애니골과 풍동 택지지구

    풍동, 이름도 예쁘다. 단풍이 곱게 드는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신촌에서 경의선 열차를 타고 찾아가던 추억의 카페 골목. 일산 신도시 개발로 사라지는가 했더니 대규모 먹을거리 타운으로 대체됐다. 이른바 ‘풍동 애니골’이다.

    그 옛날 기억 속에 버무려진 학사주점의 대표 음식들, 막걸리와 동동주, 도토리묵, 파전…. 여기에다 수제비, 칼국수, 삼계탕, 장어, 누룽지탕, 게장백반, 오리구이, 생선회, 복요리 등 먹을 거라면 없는 게 없다.

    일산 대표 먹을거리촌 애니골과 백마역을 옆에 끼고 ‘소 일산’이라 불리는 신도시 속의 신도시가 들어섰다. 풍동 택지개발지구다. 2006년 6월부터 12월까지 풍동 1지구 25만평 택지에는 7683가구의 숲속마을 아파트가 들어왔다. 15년 만에 일산지역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풍동은 입주 시점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접한 백마역이 경의선 복선화 수혜지역일 뿐 아니라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환경친화식 주택단지라 더욱 그랬다.

    풍동 숲속마을에는 주공 1단지부터 8단지까지 18~33평형 아파트가 공공분양, 공공임대, 국민임대 형태로 골고루 분포하며, 근린공원을 끼고 현대아이파크 40~90평형 583가구, 두산위브 38~70평형 730가구, 성원쌍떼빌 39~54평형 469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풍동은 풍동 2지구 29만2000평이 택지지구로 지정돼 개발에 들어감에 따라 총 55만평의 큰 택지지구가 될 예정이다. 또 애니골을 건너면 일산 2지구 25만평과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30만평의 식사지구와 이어진다. 합치면 110만평으로, 용인시 죽전지구만한 신도시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풍동은 하천과 친환경 공원을 낀 아름다운 청정지구다. 추억의 경의선 열차가 지나가고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도 피어오른다. 철길 건너 일산 구도심과는 또 다른 색깔과 멋을 낸다.

    1990년대 일산 신도시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뒤 백마마을 한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C씨는 새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풍동 두산위브 53평형을 지난해 10월에 계약했다. 매매가격은 8억5000만원, 분양권 상태라 등기 후 복등기 비용에다 양도세도 내주는 조건이었다. 계약금은 5000만원. 그렇게 아파트를 사면서도 양도인에게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시장엔 살 사람이 줄을 섰고 팔려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쾌적한 풍동 두산위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15일, 부동산대책으로 시장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엄격한 대출규제로 시장이 가라앉는 기세가 역력했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지금 사는 일산집도 쉽게 팔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약금 5000만원도 큰돈인데 어쩌죠?”

    다음날 C씨는 5000만원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한 뒤 며칠 동안 혼자서 술을 마셨다. 지난해 5월 C씨는 자금을 조달해 똑같은 아파트를 8억원에 다시 샀다. 이번에는 복등기 비용도 양도세도 모두 매도인이 내기로 했다. 따져보면 종전 가격보다 1억5000만원 정도 내린 셈이었다.

    “참, 별일도 다 있다니까요. 오래 살다 볼 일이지요. 매수 희망자가 한 사람도 안 보인다지 뭡니까. 결국 이렇게 될 걸 왜 몇 달을 5000만원 때문에 끙끙 앓았는지…. 여하튼 이 아파트가 나하고 인연은 있나 봅니다, 허허허.”

    C씨는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했지만 부동산 정책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장의 투기적 장세가 영 못마땅한 듯 한마디 더 던졌다.

    “그냥 모든 집이 1년에 5%씩만 올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두산위브. 2006년 9월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향해 달릴 때 입주가 시작된 풍동의 대표 아파트다. 아파트 후면에 1만5000평의 아름다운 식골공원을 끼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고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두산위브는 지하 2층, 지상 20층 9개동 규모에 38·48·53·70평형 730가구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다.

    기존의 아파트 단지 배치와는 전혀 다른 모양을 두산위브에서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파트동의 배치가 눈사람처럼 보인다.

    가운데 빈 공간에는 중앙광장이 있고 조경공간과 벤치, 쉼터, 놀이터가 있다. 단지 군데군데에 바람 길을 터서 동선이 잘 흘러가도록 설계됐다. 지하주차장도 반(半)지하층에 배치돼 있어 일반 지하주차장보다 훨씬 쾌적하다.

    광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게 단지를 배치하다보니 특색이 있고, 앞 동에 전망이 가리는 일이 없어서 좋다. 물론 내부 평면은 조금씩 구부러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인기 평형인 53평은 방 4칸, 욕실 2칸, 드레스룸, 거실로 구성돼 있으며 천장고는 2m40cm로 일반 아파트보다 10cm 높게 해 개방감을 높였다.

    일산의 랜드마크 아파트

    미술시간에 배운 ‘데칼코마니’가 연상된다. 정발산을 중심으로 일산을 접으면 똑같은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산에서는 마두동과 주엽동 아파트 단지가 중심부에 위치해 사통팔달의 혜택을 누린다. 그중에서 대형 평수가 많고, 공원을 끼고 있고, 좋은 초·중·고교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가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강촌우방과 문촌 삼익아파트가 특히 유명한 것은 근린공원을 끼고 있는 데다 전망이 좋은 최고의 위치에 일산 최대평수인 68평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촌우방은 807동 40가구, 문촌삼익은 404동 405동·408동 128가구가 68평형이다. 강촌우방은 1993년 3월식이다. 32·48·59·68평형 총 766가구로 시공사는 우방건설이다. 일산 중에서는 항상 시세 랭킹 1, 2위를 다투는 아파트다.

    왜 비싼가. 일산도 역시 학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평준화되기 전 위세를 날리던 지역 명문 백석고가 가깝고 강촌공원과도 접해 있다. 이 공원길을 쭉 걸어가다보면 호수로의 고가를 넘어서 호수공원 호숫가까지 직선으로 이어진다. 정발산 공원과도 가깝고 마두역도 가까워 사방팔방으로 이동하기 쉽다.

    당시엔 최고 건설사 중 하나였던 우방이 시공한 데다 인근 아파트보다 거실이 넓고 발코니 활용도를 높게 설계한 덕분에 단시간에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입주시부터 선점된 가격우위는 25년간 이어지고 있다. 58·68평형은 방 5칸, 베란다 4칸, 화장실 2칸에 창고도 1칸이 있어 지금 봐도 우수한 설계에 감탄하게 만든다.

    문촌삼익은 37·47·68평형으로 이루어진 총 18층, 540가구 아파트로 1994년 4월식이다. 일산 신도시에서 유일하게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갖췄으며, ‘고양시 건축대상’ 수상 경력이 있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주엽역이 가깝고 오마중학교 등 주변 학교가 좋아 수요자가 늘 대기 중이다.

    호수 조망권 ‘빅3’

    서구 주엽동 문촌신안아파트 48·63평형. 네모반듯한 평면에 채광이 좋은 집. 호수공원의 호수는 물론 노래하는 분수대가 내려다보이며 추억 어린 논과 밭까지 시원하게 펼쳐보이는 ‘베스트 조망권’ 아파트다. 단지 안에는 녹지가 풍부하고, 옆에는 그림책에 나올 듯 예쁘장한 주엽 어린이도서관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한수초등학교와 한수중학교도 일산권역의 명문교다.

    37~57평형으로 이뤄진 강선우성아파트 또한 호수공원을 정면으로 조망할 수 있다. 총 25층으로 이뤄져 있어 고층 조망의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이런 까닭으로 57평형은 동 평형대 일산 최고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호수 건너편에 한류우드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그 수혜를 입게 될 아파트로도 거론된다.

    강선동성아파트는 19·20·32평형의 소형 가구들로 구성돼 있지만 근린공원이 있고 호수 전망권 역시 좋다.

    소형 평수에도 ‘조망 값’은 존재한다. 맨 앞줄에 배치돼 호수가 정면으로 보이는 1708동의 로열층은 20평이 2억3000만원에 거래되지만 바로 뒷동은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호수 보는 값’이 5000만원인 셈이다.

    2000년대 초 분당의 55% 선이던 일산의 아파트 값은 2006년 말 80%선까지 올라섰다. 일산의 가격상승에는 파주 운정 신도시 한라비발디의 고분양가, 개발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한류우드 내 주상복합의 ‘2500만원 분양설’ 등이 한몫을 했다.

    ‘웰빙 신도시’ 일산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졸업 (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 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일산은 황톳빛 논과 밭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따뜻한 신도시다. 일산대교, 제2자유로 등 계획된 교통망이 완성되면 김포, 파주, 검단, 인천공항 인근 등 속속 들어서는 서울 북부 초대형 신도시 어느 곳과도 쉽게 연결된다. 아쉬운 것은 고교 평준화 이후 이곳의 영재들이 서울 강서구 명덕외고나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고양외고로 관광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산 주민의 소망 중 하나는 일산 신도시 안에 자립형 사립고가 세워지는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웰빙 신도시’ 일산이 강북 신도시의 관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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