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중에서도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거장’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싶다. 이 젊은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 관객에게 긴 여운을 안겨준 바 있는데 그 덕분인지 대중적인 인기도 상당하다.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며 국내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정원은 솔로와 실내악 연주, 음반 레코딩 이외에도 대중음악가 김동률, 하림과 함께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섬세한 테크닉을 앞세워 러시아의 정열과 색채를 담은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음반으로 호평을 받은 그가 이번에는 빈과 운명적 인연을 맺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조명했다. 새 앨범 ‘Remember-VIENNA’에는 슈베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모차르트 등 거장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클래식이 다소 지루하고 어렵다는 청자들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서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첫 트랙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G플랫장조 Op.90-3’으로 섬세하고 풍부한 터치와 서정성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베토벤의 ‘월광’과 ‘비창’은 피아노 특유의 빼어난 섬세함으로 음울함과 평화로움을 넘나들며 감미로움 넘치는 감동을 선사한다. 슈만의 ‘인터메초 E플랫단조’는 슈만이 빈에서 체험했던 카니발의 흥겨움을 담아낸 작품으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김정원은 힘차고도 유려한 흡입력으로 각 작품을 빛낸다.
오만하면서도 화려한 장미의 계절에 자신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그래서 영혼을 치유해주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Lullaby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
| 연주자들의 얼굴이 큼직하게 실린 앨범 재킷 사이로 따뜻하고 맑은 감성의 일러스트 스케치가 눈을 자극하는,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라는 제목의 앨범이 발매됐다. 내로라하는 로맨틱 아티스트들이 선사하는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달콤한 휴식을 갈망하는 자에게 포근한 잠자리를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음반이다.이루마의 순수 피아니즘으로 듣는 ‘퐁당퐁당’, 이사오 사사키가 연주한 영화 ‘시월애’의 테마 ‘Must Say Good-Bye’, 잠든 꼬마의 꿈속으로 들어가 함께 왈츠를 추고 싶은 감상이 떠오르는 팝 재즈밴드 푸딩의 ‘A little girl dreaming’ 등 총 15곡의 세레나데가 담겨 있다. 동심의 세계로 스르르 빠져들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도 같은 나긋나긋한 자장가들이 단잠을 부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