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을 하나 물고, 면세점과 본매장에서도 구분을 못할 정도의 A급 짝퉁이 몰려 있다는 대형 상가를 누볐다. 새벽이어서인지 상가 앞 노점에서도 럭셔리 명품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스포츠 브랜드의 짝퉁을 내놓고 팔았다. 판매하는 사람들이 “이거 ‘타이거’ 라인이야, 이건 ‘에피’…” 하며 명품 브랜드를 줄줄 꿰고 있는 데 비해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루이비통의 라인임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정품의 20~30분의 1 가격을 부르니 살짝 유혹을 받을 만했다. 상가 안 짝퉁의 세계는 정말 다양했다. 지미 추, 클로에, 이브생로랑 등 요즘 ‘잇백’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가방들의 짝퉁이 많았고, 중가 내셔널 브랜드들의 카피도 정말 많았다. 이곳에서도 소비자는 무엇을 어떻게 카피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상인들이 “이거 ‘○○’ 카피”라며 열심히 ‘가격 대비 만족도’에 근거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상품들은 각 브랜드가 이번 봄여름 시즌에 내놓은 신상품이다.
동대문에만 카피가 있는 게 아니라 세계적 디자이너들도 슬쩍 남의 디자인을 훔쳐온다. 한국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이를 ‘응용’ 카피해 상품화하면, 도매시장 상인들은 바로 다음날 ‘짝퉁’을 시장에 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은 백화점에서 옷을 사서 다 뜯어내 재단까지 똑같이 한 뒤 다시 박아서 환불하기도 한다. 매 시즌 반복되는 일인지라 백화점에선 이런 ‘진상’ 손님들의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놓을 정도다.
동대문시장은 물론이고 이태원, 중국 상하이에서도 A급 짝퉁들을 여러 번 봤지만 늘 실망(?)한다. 짝퉁은 짝퉁이다. 아무리 A급이라 해도 5만원도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00만원짜리 가방의 원가 역시 5만원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람들이 기꺼이 그 돈을 지급하는 건 대물림할 만큼 튼튼해서도, 기가 막힐 만큼 기발한 모양이라서도 아니다. 그건 창의성과 전통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대한 대가다. 따라서 그 이미지에 대가를 치를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면 가짜를 사서는 안 된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우연히’ 짝퉁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수십만원을 주고 A급 짝퉁을 사는 건 정말 말리고 싶다. 그건 쇼퍼홀릭을 얕보는 가죽 혹은 천조각일 뿐이다. 수많은 짝퉁을 한걸음 떨어져서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