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국가정보 문건 영역본, 백성학 측 사무실서 압수”
- 검찰, ‘롤리스 부차관-美 2사단-배영준 보고라인’ 추궁
- 검찰 “美대사관 CIA 번역팀이 국가정보 문건 영역?”
- 검찰 “롤리스 운영 US아시아는 美 비밀정보기관?”
- 백성학 측 “영역본은 처음 보는 문서” 진술 파문
- 백성학 측 “영역본 영어는 미국에선 안 쓰는 용어”
이는 CBS(기독교방송)가 “2006년 10월2일 저녁 백 회장이 반 총장을 찾아가 국가정보수집활동을 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백 회장의 자기방어 차원의 해명 과정에서 나온 증언이었다.
‘백성학 미국 스파이 사건’의 불똥이 이번에는 다른 기관들로 튀고 있다. 검찰은 주한미군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스파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검찰이 백성학 회장 측근 사무실에서 압수해 주한미군 수사의 단서로 사용한 ‘국가정보 문건 영역본’에 대해 백 회장 측이 “우리가 제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의혹 보도해달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국가정보 미국 유출’ 및 ‘국회 위증’ 혐의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30일 백 회장의 국가정보 미국유출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국회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인정해 백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CBS 측 신현덕 전 경인TV 대표가 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무고 고소도 받아들여 백 회장에게 무고 혐의도 추가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국회 위증 및 명예훼손 혐의로 신 전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다.
미국 스파이 사건은 경인TV컨소시엄에 참여한 CBS(기독교방송)와 신현덕 전 경인TV대표가 “경인TV컨소시엄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 회장이 ‘국가정보’를 미국에 유출해왔다”고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및 통합신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백 회장 측은 “CBS가 소액 지분으로 경인TV의 경영권 및 방송제작권을 가지려다 여의치 않게 되자 컨소시엄을 깨기 위한 목적에서 있지도 않은 스파이 의혹을 제기했다. 녹취록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방송위원회는 이 논란에 대해 심의한 끝에 4월5일 경인TV컨소시엄 측에 ‘방송 조건부 허가추천’을 결정했다. “백 회장이 중요한 국가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방송위 내부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그런데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지 얼마 뒤인 5월 초, 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기록 일부가 이 사건 재판의 당사자가 아닌 A씨에게 건네졌다. A씨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이 기록을 ‘신동아’에 제공했다. 그는 방대한 수사기록 중 ‘뉴스 가치’가 있는 부분을 다음과 같이 지목하며 설명했다.
“검찰은 백 회장의 미국 스파이 혐의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 회장은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검찰은 백 회장의 측근인 배영준씨 사무실에서 ‘국가정보 문건 영역본’을 찾아냈다. 또한 검찰은 구체적으로 ‘주한미군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 문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갖고 수사를 벌였다.”
검찰 수사기록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검찰이 국가정보수집 문건인 일명 ‘D-47’ 문건의 영역본을 압수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2007년 1월25일자 ‘수사보고’에서 “2007년 1월12일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배영준이 운영하는) 서울 소공동 US아시아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배영준이 사용하는 사무실 내 책상 및 서재에서 압수한 34개 파일 서류 중 기환부한 14개 파일 외에서 ‘D-47 정국동향(2006-08-29)’의 영문번역본 1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D-47 영역본 불씨
2006년 11월1일 국회 국감장에 나온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왼쪽)과 신현덕 전 경인TV 컨소시엄 대표.
“백성학은 D-47 정국동향 문건을 2006년 9월10일을 전후해 전 국민중심당 대표 비서실장인 H로부터 건네받아 책상에 놓아두었다가 이를 그 무렵 신현덕에게 건네준 사실은 있고 이를 영문으로 번역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으나, D-47의 영문번역본이 (백성학의 측근인) 배영준이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백성학이 D-47의 한글본을 배영준에게 건네주고 영문번역을 해달라고 했거나 아니면 배영준이 위 D-47을 사용하기 위해 영문번역을 했든지, 또는 백성학이 D-47에 대한 영문번역본을 배영준에게 건네주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D-47 문건은 미국 스파이 사건을 촉발한 문건이다. 지난해 10월31일 신현덕 전 대표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이 문건을 제시하면서 백 회장의 국가정보 미국 유출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D-47 한글 문건은 A4지 3장 분량으로 ‘전시작전권 이양 관련’ ‘차기정권 창출 관련’이라는 제목의 두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전시작전권 이양 관련’ 제목 아래에 노무현 정권의 의도, 향후 진행, 미국 측의 대응관련 조언, 한미정상회담 관련, 북핵실험 우려 관련, 한국경제에 대한 각종 암시 등의 소제목으로 내용이 기술돼 있었다. ‘차기정권 창출 관련’ 제목 아래는 여권 대선후보 무력화, 야권 대선후보 약점 확보, 노무현의 정국주도력 유지 노력, 바다이야기 후유증 심각, 결론 등으로 단락이 지어져 있었다.
검찰이 입수한 D-47 영역본은 A4지 5장 분량으로, ‘정국동향’이라는 제목은 ‘THE TREND OF POLITICAL SITUATION’으로 번역돼 있었다. 본문의 경우 ‘언제든 1만명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역량을 갖춘 우파통일전선전술이 필요’라는 문장은 ‘It is necessary to have a rightist unification strategy with organizational capability that can mobilize 10,000 people any time’으로 번역하는 등 한글 문건의 본문 문장을 모두 영어로 옮겨놓았다.
백성학 회장 측 사무실에서 D-47 영역본이 나왔다는 검찰 수사가 사실이라면 백 회장 측이 D-47 문건을 실제로 미국 측에 보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D-47을 영역한 적이 없다”고 한 백 회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국가정보 미국유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온 백 회장 진술 전반의 신뢰성도 흔들리게 된다. 이 영역본의 존재는 백 회장의 국가정보 미국 유출 의혹의 불씨를 되살리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제보자 측도 이런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 기지에 문건 보고했나”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검찰은 D-47 영역본 작성자를 알아내기 위해 백성학 회장과 배영준 대표를 상대로 여러 차례 조사를 벌였다. 백 회장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하자 검찰은 문건이 발견됐다는 사무실의 주인인 배 대표를 집중 추궁했다. 당초 검찰은 수사보고에서 백 회장이나 배 대표가 번역했을 가능성에 주안점을 뒀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은 ‘주한미군에게 이 문건이 보고됐다’거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직접 D-47을 번역했다’는 혐의도 수사했다. 검찰은 ‘용산 미군기지 내 미군 2사단 소령’ ‘주한 미국대사관 내 CIA 번역팀’이라고 혐의대상을 지목해 배 대표를 추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 대표는 검찰에서 미국 연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검찰과 배 대표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피의자는 용산 미군기지에 출입한 사실이 있는가요.
“예, 있습니다.”
▼ 언제, 어떤 용무로 출입했나요.
“미국 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의 보좌관이던 B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 B는 누구인가요.
“그는 롤리스 밑에서 일하다 2~3년 전부터 용산 기지 내 미군 2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계급은 소령입니다.”
D-47 한글 문건과(왼쪽) D-47 영역본.
“2~3년 전 미국에서 롤리스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소개받은 것이고, B가 용산 미군기지 내 드래곤힐이라는 호텔에 초대하기에 아내와 함께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 미군기지 출입증을 발급받은 구체적 경위는 어떠한가요.
“B가 패스를 찾아가라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 피의자는 백성학과 함께 국내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영문 번역해 이를 미국 정보기관에 넘겨주기 위해 용산 미군기지를 출입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 신현덕의 말에 의하면 백성학이 국내정보와 관련한 문건을 용산 미군기지에 전달하기도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피의자의 출입증이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요.
“제가 백성학씨에게 미군기지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말한 적도 없습니다.”
▼ 피의자는 2001년 10월25일부터 2002년 10월1일까지, 2006년 8월23일부터 2006년 11월30일까지, 2006년 11월29일부터 2007년 11월30일까지의 기한으로 용산미군기지 출입증을 발급받은 사실이 있는데…B가 출입증을 갱신해준 것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 용산 미군 헌병사령관 명의 조회서에 의하면 2006년 9월23일 C에 의해 피의자가 용산 미군기지를 들어간 기록이 나오는데 C는 누구인가요.
“B의 부인입니다.”
▼ 미국 군인인 B가 피의자에게 호텔에서 밥이나 먹으라고 미군기지 출입증을 발급해줬단 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제게 호의를 보이기 위해 발급해준 것입니다. 드래곤힐 호텔 음식이 값이 싸고 맛있다면서 제게 발급해줬습니다.”
“‘신동아’ 영역해 롤리스에 제공”
▼ 피의자의 출입증 발급내역 사실에 미루어 볼 때, 피의자 책상에서 발견된 ‘D-47 영문본’은 결국 피의자가 용산 미군기지 내 모처 정보기관에 전달하기 위해서 작성해둔 것이거나, 이미 전달한 내용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피의자는 고객이나 본사에서 요청하면 수시로 정세분석을 하고, 2006년에는 2회에 걸쳐 정세분석을 해 본사에 보고했다고 했고, 본사 한국 담당 C에게 휴대전화로 보고했다고 했죠?
“예, 정세 및 경제동향을 분석해 보고한 것인데 이는 컨설팅 업무에 필요한 것입니다.”
▼ 또한 피의자는 ‘신동아’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 미국 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과 D에게 e메일로 보낸 사실이 있는데 외주를 주어서 번역한 것인가요.
“예, 저희 회사 관련 기사입니다.”
▼ 피의자는 외주 업체명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D-47 등을 영문으로 번역한 주체는 다름 아닌 주한미국대사관의 CIA 번역팀이 아닌가요.
“전혀 아닙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미국 스파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미국 CIA가 한국에서 어떤 조직원들을 활용해 어떻게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영준 대표를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또한 검찰은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 미국 벡텔사 한국지사 대표 등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 미국 대기업 간부들이 한국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두고 조사했다. 롤리스 부차관은 US아시아 대표이고, 배 대표는 US아시아 한국지사의 대표로 두 사람은 30년 지기다(‘신동아’ 2007년 5월호 참조). 다음은 미국 인사의 국내 동향에 대한 검찰의 질의와 배 대표의 답변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 e메일 내용은 리처드 롤리스가 어떤 ‘포섭 대상’을 찾고 있고 진술인(배영준)은 그 후보를 선정해 롤리스에게 보고하고, 롤리스는 자격검토 후 그 결과를 알려준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에 촬영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좌측부터 아버지 부시 대통령, 영부인, 백성학 회장….
▼ 사진 하단의 영문은 뭐라고 쓴 것인가요.
“미스터 백에게, 감사와 행운을 빈다는 영문이고, 부시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 진술인은 ‘한국에 대한 외국의 평가’라는 문서를 아는가요.
“예, 알고 있습니다.”
▼ 어떤 문서인가요.
“이 문서는 벡텔사 한국지사 대표가 제게 재미 삼아 보낸 것이고, 나머지 문서는 신문기사들입니다.”
▼ 상단에 ‘BECHTEL’이라고 기재돼 있고 팩스로 전송된 문서인 것 같은데.
“예, 맞습니다. 팩스로 들어온 것입니다.”
▼ 압수물 중 US아시아 본사로 보고한 내용도 있는가요.
“없습니다.”
▼ US아시아 본사에서 각국의 정세분석 등을 수집하고 이를 미국 내 국가조직이나 정보조직에 보고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북한의 별칭 ‘Jackson town’”
▼ (압수한 문건 중) Anny carter/strocrowfat/41은 무슨 의미인가요
“41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41번째 미국 대통령, 현 아들 부시 대통령은 43이라고 부름)이고, Anny carter는 사람 이름, strocrowfat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말합니다.
▼ 43/to join 41+pa.../Main Mr 유/풍산금속(x)는 무슨 의미인가요.
“풍산금속 유 사장이 Anny carter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9월14일 미국을 방문할 때 노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별장에 가서 그곳에서 현 부시 대통령을 만나도록 열심히 추진을 했는데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누군가 저에게 설명해준 겁니다.”
▼ 송민손/No more additional 경제제재 to Jackson town이라고 적은 것은 무슨 뜻인가요.
“송민손은 송민순(현 외교통상부 장관,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을 잘못 쓴 것인데, 송민순이 미국에 와서 북한에 대해 더 이상 경제제재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는 의미입니다.”
▼ Jackson town은 무슨 말인가요.
“북한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잭슨은 변덕이 심하고 껄렁껄렁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 비유를 북한에 대고 한 것입니다.”
이 같은 검찰 수사 내용과 관련, 제보자 A씨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피터 W 싱어 국가안보연구원이 저술한 ‘전쟁대행 주식회사’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주요 동맹국가의 현지 민간인 기업인들을 포섭해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사업적 편의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들 현지 기업인들이 전하는 ‘동맹국 사회지도층의 시각’은 미국 정부에 유용한 정보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책의 일부 논조에 대해선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다.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국제 교류나 민간 외교 활동도 이런 관점에서는 모두 은밀한 스파이 활동으로 몰릴 수 있겠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D-47문건을 영역하거나 보고받았다’는 혐의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혐의는 검찰 기소에서 빠졌다. 검찰은 배 대표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우리가 만들었다는 건가”
그런데 배영준 대표는 검찰조사에서 “검찰이 내 사무실에서 압수했다는 D-47 영역본은 처음 보는 문서”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검찰과 배 대표 간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진술인(배영준)은 US아시아 사무실에서 발견된 D-47 영문번역본과 관련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이 있죠.
“그렇습니다.”
▼ 진술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보지도 못한 것을 제시하므로 순간 당황해서 진술을 거부한 겁니다.”
▼ 진술인은 D-47 영문번역본을 언제, 어떻게 입수한 것인가요.
“저는 D-47 영문번역본을 본 적도 없고, 왜 그것이 제 책상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피의자(배영준)의 책상에서 발견된 문서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정말 처음 본 문서입니다.”
▼ US아시아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 ‘D-47 영문번역본’을 임의로 수사기관에서 만들어서 피의자에게 보여줬다는 것인가요.
“그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정말 처음 본 문서입니다.”
▼ 지금까지 피의자에게 제시한 US아시아 사무실에서 압수한 압수물 중에서 피의자의 것이 아닌 것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없었습니다. 제게 보여준 압수수색 문건은 ‘D-47 영문번역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 것이 맞습니다.”
▼ 검찰은 피의자의 압수물 중에서 ‘D-47 영문번역본’을 발견하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에 의하면 피의자의 사무실 내 책상 및 서재에서 압수한 서류 34 파일 중 기환부한 14개 파일 외 20개 파일 내에서 D-47정국동향(2006-08-29)의 영문번역본 1매를 발견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피의자는 검찰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D-47 영문번역본은 제가 처음 보는 것입니다.”
▼ 검사가 피의자에게 불리하도록 D-47 영문번역본을 만들어놓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이에 대해서 저는 진술을 거부합니다.”
▼ D-47 영문번역본은 US아시아 사무실 서류파일 중에서 발견했고, 그와 같은 사실을 압수목록에 기재했는데 검찰이 임의로 거짓내용을 기재했다는 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진술을 거부합니다.”
“미국 스파이 문건이 콩글리시?”
배 대표의 이 같은 진술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배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면 검찰 압수물이 진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반면 배 대표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면 백 회장과 배 대표에게는 도덕적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또한 주한미대사관과 주한미군의 스파이 사건 연루 혐의는 짙어진다. 검찰 수사기록은 이처럼 스파이 사건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신동아’는 검찰 수사기록에 언급된 당사자인 백성학 회장과 배영준 대표에게 ▲이 기록을 입수하게 된 경위(익명의 제보)와 ▲주요 수사기록 내용을 알려주면서 ▲수사 기록 내용을 보도해도 되는지 여부와 ▲이에 대해 반론을 펼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배 대표는 자신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수사기록의 공개 여부는 백 회장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백 회장 측은 수사기록의 공개에 동의하면서 “우리는 ‘D-47 영역본’을 제작하지 않았고 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백 회장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근거를 댔다.
1. ‘D-47 영역본’은 ‘D-47 한글 문서’의 중간 제목명인 ‘전시작전권’을 ‘WARTIME TROOP CONTROL’로 번역 표기했다(왼쪽 사진 참조). 그러나 전시작전권은 영어로 ‘WARTIME COMMAND CONTROL’이다. 미국인들은 줄여서 ‘WARTIME COM·CON’, ‘WARTIME CONTROL’로 부르기도 한다. D-47 영역본에 표기된 ‘WARTIME TROOP CONTROL’은 한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검찰도 인정하듯 우리는 컨설팅 사업의 필요에 의해 미국 국방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 등 미국 인사들을 상대하고 있다. ‘WARTIME COMMAND CONTROL’과 같은 용어는 입에 달고 산다. 미국 관리나 우리는 ‘TROOP’를 쓰지 않는다.
2. D-47 한글 문건이나 우리의 원본 문건이나 모두 일반적인 정치해설 수준에 불과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 검찰도 이 사실에 동의했다. 이런 사실은 백성학 회장의 국가정보 미국 유출 혐의에 대해 무혐의가 내려진 이유 중 하나다.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문건에 대해 우리가 왜 영역본을 만들겠는가.
검찰 관계자는 “주한미군과 미국대사관의 스파이 사건 연루 혐의는 사실로 확인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 내용에서 빠졌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언론에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