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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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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전통의 제과·제빵업체들이 속속 정리되면서 내실을 다져 경영혁신에 나선 SPC는 동종업계에서 독보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 매출 4810억원에서 2006년 1조2500억원으로, 연 평균 9%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꼬박꼬박 매출의 10% 이상을 유지했다.

시대를 잘 만난 일부 정보통신업체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산업 자체의 성격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대형 할인마트 식품매장들이 수많은 ‘동네 빵집’을 접수하고,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실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당’ ‘○○제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동종업체들의 존재가치도 최근 들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경쟁구도를 형성한 기업으로는 크라운베이커리, 뚜레쥬르 등을 꼽을 수 있으나 아직 외형 차이가 크다. 2006년의 경우 크라운베이커리는 730여 개 매장에 매출 1600억원대, 뚜레쥬르는 400여 개 매장에 매출 115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SPC의 파리바게뜨는 1500여 개 매장에 매출이 5000억원에 달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파리크라상의 성공은 무엇보다 빵맛의 ‘업그레이드’에 기인했다는 게 정설이다. CEO인 허영인 회장이 빵에 대해 ‘기술자적 관심’ ‘쟁이 근성’을 갖고 있는 게 기업의 진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다른 기업체 오너들에게 흔한 MBA 타이틀 하나 없지만 미국 제빵학교(America Institute of Baking) 정규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했다. 1919년 개교한 이 학교는 북미지역에서 활동하는 빵 제조 및 유통 분야 전문가들의 본산으로 불린다.

제빵업무를 담당하는 SPC 관계자는 “허 회장은 ‘맛이 느끼하다’ ‘딱딱하다’ 같은 일반인 수준의 인상비평은 하지 않는다. ‘크림이 부족하다’ ‘오븐에서 굽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발효가 약하다’ ‘반죽에서 물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1980~90년대 파리크라상의 1차 고속성장을 이끈 주요인도 허 회장의 지시로 개발한 ‘생지(반죽을 냉동 숙성시킨 반제품)’였다.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일정 규모 양산도 가능케 해 기업과 매장, 고객에 모두 이로운 ‘윈-윈’구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

허 회장은 대기업 CEO로는 드물게 1종 대형차 운전면허를 소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 시절 삼립식품에서 제조한 빵을 배송하는 아르바이트 업무를 담당했는데, 배송차량인 삼륜차를 운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파리크라상 부문으로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2년 전부터 ‘맛 면접’을 따로 본다. 식품회사 사원이라면 아무리 사무직이라도 소비자 기대수준에 맞는 최소한의 미각은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조치다.

‘미국산 韓流 브랜드’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면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본사보다 활발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마침내 본사까지 인수해버린 ‘휠라 코리아’의 궤적이 떠오른다.

배스킨라빈스는 1986년, 던킨도너츠는 1994년에 처음 들여왔다. 2006년말 기준으로 배스킨라빈스는 750여 매장에서 1180억원, 던킨도너츠는 420여 매장에서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에 2700개의 매장이 있고 그 외 지역에 2800여 개가 있는데, 이 중 4분의 1이 한국에 있는 셈이다. 던킨도너츠 역시 미국을 제외한 4500여 세계 점포 중 10분의 1이 한국에 있다.

SPC측은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점포의 숫자와 매출, 증가율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단연 최고”라고 밝혔다. 또 “미국 배스킨라빈스와는 합작투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던킨도너츠에도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기술제휴를 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신제품 개발 때도 한국 시장을 먼저 고려하는 사례가 많아 어떤 해외 외식 브랜드보다도 한국화가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요즘은 ‘들어갈 자리’가 없어 예전보단 주춤하지만, 아직도 가맹업소를 차리려 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70%는 1순위로 던킨도너츠나 배스킨라빈스를 꼽는다”고 했다. 그는 “매장이 주로 중산층 아파트촌에 생기는 것은 본사의 전략도 요인이겠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만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도 여유자금이 많은 대기업과 전문직 은퇴자들이 두 업종을 찾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매장을 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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