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40만의 오마하는 평소에는 아무런 ‘사건’이 없는 미국 중부의 전형적인 중소도시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이 오마하로 몰려드는 것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6)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기자 옆에 앉았던 디트로이트 출신의 한 주주는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올해 몰려든 주주는 모두 2만7000명.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주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기를 쓰고 주총에 참석하는 것은 버핏 회장에게서 ‘돈버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단 1주의 주식을 산 주주들도 만날 수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A주는 1주에 1억원이 넘는다. 주주총회 참석이 목적인 주주들은 B주를 산다. B주는 350만원 정도. 물론 이것도 싼 주식은 아니다.
1주에 1억?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버핏 회장과 그의 평생 사업파트너인 찰리 멍거(83) 부회장이 주주들과 나눈 질의응답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 45분만 빼고 스트레이트로 진행됐다. 멍거 부회장은 버핏 회장이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항상 ‘찰리와 나는’으로 시작할 정도로 신임하는 최측근이다. 두 사람은 주총 다음날 전세계 기자들과 2시간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주주 질의응답과 기자회견에서 둘은 돈 버는 방법, 바람직한 투자법,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다음은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이 주주 및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요지다. 별도의 표시가 없는 것은 버핏 회장의 답변이다.
[주주 질의응답]
▼ (켄터키 주에서 온 10세 여자 어린이) 버핏 할아버지, 제 나이 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면 좋겠어요(모두 웃음).
“12~13세만 됐어도 신문배달을 추천했을 텐데…(웃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스무 가지 사업을 했지. 그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이 핀볼 게임 설치였는데, 지금 그것을 추천할 수는 없고…. 일단 부모님이나 이웃과 상의해봐. 다른 사람들이 기꺼이 너에게 돈을 지급할 만한 일을 찾아야지. 명심할 것은, 빚은 지지 말거라(좌중 웃음).”
멍거 부회장 :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란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대학생인데요, 버핏 회장님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자선단체에도 기부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는지,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지 궁금해요.
“물론! 기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해. 주식시장도 그렇고 부동산시장도 그렇지. 계속 주시해요. 그러면 기회가 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지. 책에서 얻은 투자 지식은 현실에선 유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랑도 마찬가지지. 연애도 해보지 않고 연애소설만 읽고는 사랑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