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가 수력발전소를 위해 댐을 건설하면서 송어들이 사라졌어요. 그로 인해 우리의 전통 생활방식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버핏 회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그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데…. 수력발전소는 석탄을 연료로 쓰지 않아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는다는 장점도 있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은데…. 결국 현지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 요즘 에탄올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체연료로 각광받고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그리고 이사회 이사들과는 어떻게 교류하고 있습니까.
“최근 인수합병(M·A) 협상을 보고 있노라면 일종의 게임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요. 투자은행이 그럴 듯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이것이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된다니까. 합병을 하면 많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투자은행은 합병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아요. CEO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이사회가 할 일이 있어요. 정말 이 협상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의심해봐야 해요. 이런 점에서 이사회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멍거 부회장 : “에탄올에 대해선 내가 한마디하겠어요. 나는 네브래스카 주(에탄올의 연료가 되는 옥수수가 많이 난다) 출신으로 고향을 사랑해요. 그러나 에탄올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옥수수를 재배한답시고 음식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옥수수로 자동차를 움직이겠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생각을 잘할 수 있는 곳
▼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을 받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금이 많은 사모펀드와 높은 기업이익 때문에 현재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해요. 외부의 어떤 충격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되기도 하고. 1998년의 LTCM 사태와 같은 것이 또 올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위기는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예요.”
▼ 미국 기업의 이익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할 수 있을까요.
“힘들 겁니다. 최근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정치권이 법인세를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요. 지금 미국 기업들은 가장 좋은 세상에 살고 있어요. 미래의 기업이익은 국내총생산의 8.5%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멍거 부회장 : “빌린 돈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 기업이익의 둔화로 귀결됩니다. 한국이 그랬잖아요. 몇 년 전 한국의 은행들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소비를 많이 하도록 조장했고, 결국 기업 순익과 경제 전체에 치명상을 입혔어요.”
[기자회견]
▼ 버핏 회장은 어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주식 한 종목을 추가로 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기업인가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기업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지요(웃음). 지난 4~5년 동안 한국 주식에 투자해 얻은 이익이 미국 기업 투자에서 나온 이익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포스코는 정말 대단한 기업이에요. 어떻게 이런 기업이 묻혀 있었는지 이해가 안 돼. 여기에다 원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우리는 이중의 이익을 보고 있어요.”
멍거 부회장 : “한때 정부가 소유했던 기업(포스코)이 이렇게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요. 한국은 20세기 전후(戰後)의 가난한 국가에서 부자가 됐어요. 적대적인 이웃들이 있지만 굴하지 않고 성장했어요. 놀랍습니다. 이스라엘 같아요. 나는 과거 한국인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해 잘 압니다. 한국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만해요.”
▼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에는 ‘메가 딜’이라고 부를 만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는데, 전략을 바꾼 것인가요.
“아니에요. 우리는 현금도 충분하고, 항상 준비가 돼 있어요. 다만 우리의 투자조건에 맞는 대기업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 버핏 회장은 후계자를 선정한 뒤에도 오마하에서 살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가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생각을 잘할 수 있느냐지요. 나는 뉴욕이 싫어요. 너무 소란스럽거든. 그래서 조용한 오마하에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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