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하다. 대학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묘안 짜기에 매달리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이런 일이 국내 대학 곳곳에서 벌어진다.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왜 이렇게 됐는가. 몇 년째 되풀이되는 대학 등록금 인상 갈등.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가. 대학이 돈벌이하는 곳도 아닌데 왜 급속하게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홍역을 치르는가. 대학 운영을 맡은 교수들은 학부모의 고통을 외면하는 냉혈한인가. 아니면 학생 대표들이 학교 사정을 알고도 모르는 체 억지 쓰는 철부지인가.
대학 환경의 급격한 변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아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해결책을 찾으려면 갈등의 근본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더욱이 대학 내 갈등의 원인이 최근 급격하게 변화한 대학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 변화를 알지 못하면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없다. 불행히도 기성세대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이 대학 다니던 때만 생각할 뿐, 최근 대학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른다. 현직 사립대 총장인 필자는 ‘한국 대학사회의 대혼란’을 주제로 이번 호부터 상·중·하 3회에 걸쳐 글을 연재, 급변하는 대학 환경을 알리고자 한다. 그 첫 번째가 대학 등록금 인상 논란이다.
과거에도 소득 수준과 비교할 때 대학등록금은 결코 싸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이토록 심화된 건 왜일까. 핵심 원인은 고교졸업생의 높은 대학진학률과 대학 졸업생의 낮은 취업률이 맞물린 현실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으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졸자가 과거 고교 졸업자의 일자리를 차지하니 고등학교만 졸업해서는 생활비를 보장하는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 대학진학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높은 대학진학률은 학부모에게도 큰 부담이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었다는 것은 소득 계층상으로 보아 최저소득계층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대학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중산층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고등학교만 졸업해서는 자녀의 미래가 암담하기에 아무리 등록금이 부담스러워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 한다.
한편 대학은 졸업생이 적절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교육을 시키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한 교수진과 교육시설, 첨단 교육기자재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교육해야 취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런 여건을 마련하는 데 엄청난 경비가 든다.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세계 유수 대학으로 돌려보자. 미국 스탠퍼드대는 재단의 재정이 튼튼하고 기부금을 많이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단의 지원을 포함, 2005년 한 해 거둔 기부금이 8500억원(약 9억달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과시했다. 그런데도 등록금이 연 3000만원 정도(약 3만4000달러)다. 우리나라의 소위 명문 사립대 등록금의 4~5배 되는 액수다. 기숙사비나 생활비를 제외한 순수 등록금이 그렇다. 기부금을 포함한 그 엄청난 돈을 다 어디에 쓰기에 등록금이 이리 비쌀까.
美 사립대 등록금, 국내 대학 4~5배
답은 간단하다. 스탠퍼드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우선 우수한 학자들을 교수로 초빙해 훌륭한 연구업적을 내도록 하고, 또 우수한 학자들이 모여 있다고 홍보해야 한다. 우수한 학자들을 초빙하려면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연구자재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을 도울 우수한 보조원들도 있어야 한다. 스탠퍼드대 이공계열은 분야별로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이 커다란 연구소를 제공받아 수십 명의 연구원을 데리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