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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사회의 대혼란 (상)

등록금 딜레마 진학 목적, 기대 수준 따라 등록금 차등화하자

  • 정정길 울산대 총장 chungkchung@ulsan.ac.kr

한국 대학사회의 대혼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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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사회의 대혼란 (상)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 명문 사립대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거둬들이면서도 등록금이 우리나라 사립대의 4~5배 수준이다.

이 모든 것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우수한 학자들은 정부나 연구재단에서 상당한 연구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이 모든 경비를 학교에서 부담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교수 인건비(노벨상 수상자는 봉급이 엄청나다), 실험실의 기본시설 등에 대한 비용은 기본적으로 학교가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20년 사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보니 시설과 기자재가 급속도로 노후화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은 이런 기자재 비용이 들지는 않지만 훌륭한 학자에 대한 보수는 이공계열 못지않은 수준으로 지급된다.

이렇게 연구 활동에 엄청난 경비를 쏟아 붓는 일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본격화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들어서 겨우 활성화돼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했다. 이전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아직도 교수들이 10여 년 된 강의안을 들고 다니는 것으로 착각한다. 분필과 노트 한 권 들고 강의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학 풍토가 달라졌다.

졸업생 입도선매는 옛말

여기에 더해 졸업생 취업난이 대학 운영비 급증의 또 다른 요인이다. 1970년대 접어들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대졸자 실업 문제로 고통받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경우 1980년대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

미국 일류대 재학생들은 4학년이 되면 일류 기업들이 찾아와 졸업 때까지의 장학금을 제공하고 입사를 약속받는 일이 흔히 있었다. 속칭 입도선매(立稻先賣)라고 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일류대를 졸업하고도 곳곳에 취업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일류대 졸업생도 일류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졸업생이 일류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우수한 학생들이 그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다. 한번 악순환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어, 일류대가 이류대로 전락하는 건 금방이다. 일류대는 이런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 최첨단 교육기기를 설치하고 강의실이나 도서관을 쾌적하게 만들며, 교육기자재도 최고의 것들로 갖춰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우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스포츠센터를 건립해 학업능률을 높이고, 연구업적이 탁월한 교수들을 초빙해 대학의 이름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첨단 이론을 가르치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여건을 널리 알려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우수성을 선전한다. 이 모든 것에 막대한 경비가 소요된다.

언론 등 각종 기관의 대학 평가가 이러한 경향에 부채질한다. 처음에는 평가 대상이 주로 교수의 연구업적이었으나 이제는 학생 1인당 교수 숫자, 대학 재정, 교육시설, 기자재 등 교육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등수를 매겨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학생의 해외연수, 외국인 교수의 숫자 등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이렇게 매겨진 서열은 대학 입학 예정자가 대학을 선택할 때는 물론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대학으로서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 자금을 투입해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기부금을 받는 스탠퍼드대의 등록금이 비싼 이유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그 밖의 미국 명문대 사정도 비슷하다.

살아남으려면 취업률 높여야

국내 대학들은 미국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졸업생이 취업하기가 훨씬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졸업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80%를 상회했다. 미국이 2005년에 65%를 약간 넘고, 일본이 50%에 미달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그중 70~80%만이 졸업한다. 그래서 미국 고교 졸업생 중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은 50% 미만인데, 우리나라는 고교 졸업생의 75% 정도가 대학을 졸업한다. 대학진학률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상승했다. 1980년에 27%, 1990년에 33%이던 것이 2000년 68%, 2005년 83%로 급상승했다. 불과 15~16년 사이에 50%나 오른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졸자가 갈 만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비교적 좋은 일자리라고 알려진 곳들은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의 생산비 감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 노력은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주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차지하던 관리직이 대폭 축소되고, 외주(outsourcing)나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평생고용 개념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전문직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사법시험에 매달려 일류 대학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했다든지, 2007년 봄 포항공대 수석 졸업생이 이공계를 포기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이젠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2006년 4년제 대졸자 평균 취업률은 67%다. 이는 군 입대,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취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포함하더라도 대학 졸업자의 33%가량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규직 취업률만 보면 상황이 훨씬 나쁘다. 울산대가 2006년 졸업생 2000~3000명 규모 4년제 일반대 중 정규직 취업률 전국 1위를 했는데, 69.6%였다. 전국 평균은 4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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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울산대 총장 chungkchung@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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